'땅콩회항' 박창진, '신입'이 하는 일 배치받아 열일 중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의 근황이 공개됐다. 박 사무장은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에 다시 복직했지만 현재 신입사원들이 맡고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일반 승무원으로 복귀한 이후 이코노미클래스에서 승객 대응하는 일을 한다"며 "이코노미는 보통 1~3년 차 신입 승무원들이 배치된다. 좌석, 화장실을 청소하고 현장 일을 한다"고 말했다. 통상 승무원은 높은 연차가 퍼스트나 비즈니스를 맡고 낮은 연차가 이코노미를 담당한다.
박창진 승무원은 복직 후 5차례 사무장 직책 수행에 필요한 사내 영어 방송 시험(방송자격 A)을 봤다. 그러나 매번 떨어졌다. 시험은 주어진 방송 멘트를 읽으면 대한항공 출신의 영어 강사가 평가하는 식이다. 박 승무원은 "제가 꽤 영어를 잘 하는 편인데, 지금 제 심정을 영어로 말하라고 해도 할 자신이 있는데 그걸로 계속 탈락시키고 있다"면서 "L과 R 발음이 안 된다는 식이다. 그러면 과거엔 그것도 안 되는데 팀장 자리를 준 것인가"하고 말했다.
그는 "20년 동안 영어 능력을 최상위로 유지해서 사무장을 하고 있었는데 핑곗거리 같다"고 사측에 서운한 심경을 밝히며 "복직 후에는 왕따가 뭔지 확실히 배우고 있다. 동료들을 이해 못 하는 건 또 아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난 잘난 게 없지만 직접 사건을 겪으면서 행동가가 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회사를 스스로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사무장은 2014년 불거진 이른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다. 당시 회장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은 땅콩을 매뉴얼대로 내오지 않았다며 승무원을 비롯해 박 사무장을 무릎을 꿇린 바 있다. 사건 당시 박 사무장은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다시 복직해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의 무언 유형의 압력을 꿋꿋하게 견디면서 직장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왕따'까지 겪고 있는 자신의 처지보다 동료들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라며 의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용기 있는 그의 행동이 결국 회사의 문화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