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화-이수성 갈등, '여배우 노출 계약서' 논란으로 확산
영화 '전망 좋은 집' 이수성 감독과 주연 배우 곽현화가 영화 속 노출 장면 공개와 관련해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영화계에서도 '여배우 노출 연기 계약'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17일 이 감독은 기자회견을 연 뒤 "영화 시나리오와 그림 콘티에 명시된 노출 장면을 여배우의 사전 동의를 받아 촬영했고, 출연계약서에도 촬영의 결과물은 모두 감독에게 권리가 있다고 규정돼 있어 노출 장면이 포함된 편집본을 서비스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당시 체결한 계약서를 공개했다.
지난 2012년 10월 개봉한 영화 '전망 좋은 집' 촬영 중 곽현화는 상반신 노출 장면을 촬영했다. 이와 관련, 곽현화는 출연 계약 당시 해당 장면을 뺄 것을 요구했지만 이 감독이 '일단 찍어두고 나중에 (곽현화가) 빼자고 요구하면 뺄 것'이라고 해 촬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극장 개봉판에서는 곽현화의 요청에 따라 가슴 노출 장면이 삭제됐으나, 2013년 11월경 공개된 IPTV VOD 서비스에는 해당 장면이 포함됐다. 이에 곽현화는 이 감독을 성폭력처벌법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올 초 법원은 1심에서 이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독 재량으로 촬영 현장에서 노출신이 추가되기도 했다. 배우 이상아와 염정아는 신인 시절 영화 촬영 도중 대본에 없던 노출 연기를 요구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물론 현장에서 배우와 협의해 추가하기도 한다. 영화 '타짜' 배우 김혜수, '박쥐' 김옥빈 등은 감독과 협의해 당초 대본에 없던 노출 장면을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출연 계약 시 노출 연기에 대한 부분을 명시하고 계약한 부분에 대해서만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노출 계약서'는 2002년 개봉한 영화 '색즉시공'을 통해 대중화됐다. 당시 주연배우 하지원은 계약서에 상반신 및 허벅지 노출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표시했고, 조연 진재영 역시 '상반신 전면 노출을 한다' '뒷모습 전라 장면을 찍는다'는 식으로 세부 사항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계약서에 '무릎 위 몇 ㎝', '가슴', '엉덩이', '전신 뒷모습', '전신 앞모습' '속옷 착용' '대역 사용 가능' 등 노출 부위를 세세하게 기재해 촬영 시 감독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노출 가능'을 캐스팅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영화 '아가씨'를 만든 박찬욱 감독은 오디션 당시 '수위 높은 정사신이 가능한 여배우, 협의 불가'를 조건으로 제시해 화제가 됐다.
여배우가 노출을 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신인의 경우 자신의 이름을 단번에 알리면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영화 '은교'로 데뷔한 배우 김고은, 영화 '아가씨'에서 배우 김민희와 파격적인 정사신을 선보인 배우 김태리는 해당 작품을 통해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노출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면서, 혹은 고착화된 코믹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출 연기를 선택한다.
작품성을 위해서라면 노출을 감행하는 배우도 있다. 배우 전도연은 영화 '남과 여', '무뢰한', '하녀', '스캔드-조선남녀상열지사', '해피 엔드' 등 여러 작품에서 노출 연기를 선보였다. 일부 여배우들은 첫 노출 연기를 앞두고 롤모델로 전도연을 꼽기도 했다.
영화계에서는 이번 곽현화와 이수성 감독간의 논란을 두고 무엇보다 양측간의 신뢰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이유가 무엇이든 여배우에게 노출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여배우 노출 연기를 완성도 있게 실현시키는 사람은 감독이다. 감독도 영화를 위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여배우의 노출을 요구해야 하고, 여배우도 작품을 위해서는 과감한 연기를 할 필요가 있다. 감독이 영화의 흥행만을 위해 여배우의 노출을 이용만 한다면 그것 자체로 양측은 갈등의 골을 키울 수밖에 없다.
한편 배우 곽현화는 이수성 감독의 해명 뒤 가슴 노출 장면이 공개된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곽현화는 18일 방송된 SBS '본격 연예 한밤'에 출연해 제작진과 인터뷰를 가졌고 최근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해 밝혔다. 곽현화는 최근 영화 '전망 좋은 집'의 이수성 감독과 가슴 노출 장면을 놓고 법적 공방을 이어갔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원에서 이뤄진 1심 재판에서 이수성 감독은 성폭력처벌법 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무고 등 혐의와 관련,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곽현화는 '전망 좋은 집' 개봉 2년 이후 감독판 버전에 가슴 노출 신이 포함된 것에 대해 "나와 상의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고, 이수성 감독은 "노출 사항에 대해 이미 곽현화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알고도 출연을 결정, 촬영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곽현화는 제작진에 "너무 힘들다. 이것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후 영화 촬영도 못했고 연기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었다. 가슴 노출 장면이 감독판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라인에 다 검색했더니 이미 다 퍼져 있었다"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곽현화는 "시나리오를 받고 노출 신이 있길래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노출 신을 이미 빼주겠다고 해서 출연을 하게 됐던 것"이라며 "성인 영화인 줄 알고 출연하지 않았다. 이보다 더 낮은 수위의 화보를 찍을 때도 3000만 원을 받았는데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였고 400만 원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장면이 필요하다고 해서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 장면을 안 찍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찍지 않겠다고 했다"며 "사전에 동의를 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찍었다고 이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밝혔다.
법원은 일단 이수성 감독의 촬영 무고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감독으로서는 자신의 해명과 '계약서' 등이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배우와의 깨진 신뢰는 다시 복원할 수 없다. 아무리 세세한 계약서를 써더라도 양측이 그것을 이행하려는 성실한 의지와 신뢰가 없는 한 앞으로 이런 갈등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감독과 배우간 작품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