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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사퇴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사퇴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그 시기는 못 박지 않았다. 탁 행정관은 과거에 낸 책에 여성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드러내는 여러 이야기를 써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은 이날 오후 방송에서 탁 행정관에 대한 사퇴요구를 다뤘다. 앵커를 맡은 주영진 기자는 방송 제작진이 탁 행정관과 전화통화를 했고, 통화 중 그가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주 기자는 "주영진의 뉴스브리핑팀에서 탁현민 행정관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인터뷰를 길게 하진 않았고 나머지는 경향신문과 했던 내용인데, 탁현민 행정관이 '조만간 정리하겠다'는 의사는 밝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날짜를 언제라고 못 박으면 또다른 논란이 될 것 같아서 날짜까지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조만간에 저는 청와대 생활을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주영진의 뉴스브리핑팀과의 인터뷰에서 얘길 했습니다. 다른 내용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다 나왔던 얘기들이고요"라고 설명했다.
주 기자는 "또 하나 '최근의 논란이 오히려 자신의 거취를 제한한 측면이 있다' '계속해서 공격받는 상황에서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까 봐 그만두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얘길 했는데요"라고 탁 행정관의 말을 옮겼다.
또 "탁현민 행정관이 이런 얘길 했습니다 '10년 전에 쓴 책 때문에 공격을 받고 있는데 그다음에 좋은 사람을 만나면 사람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거고, 그 책을 쓴 이후 10년은 저는 열심히 살았다' 이런 얘길 했고요"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며칠 전 탁 행정관의 사퇴 가능성을 보도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상당한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 뒤 탁 행정관의 거취에 관해 청와대에서도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아 탁 행정관의 '조용한 유임'에 무게가 실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히말라야 트레킹까지 다녀온 사이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그 어떤 사람도 선뜻 나서서 탁 행정관의 거취를 언급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의 남편인 조기영 시인과 김경수 의원 등 문재인 대통령 측근그룹으로부터 탁 행정관 사퇴 반대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곧 '문재인의 의중'으로 해석돼 탁 행정관이 유임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엄두를 못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눈치만 봐 오던 측면이 컸다. 그런데 이번에 탁 행정관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바로 대통령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 내각 여성 할당제를 주장할 만큼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마당에 탁 행정관의 책 내용은 여성 비하적 표현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다는 것이 결국 걸림돌로 작용한 듯하다. 시간을 이렇게 끌 수밖에 없었던 것은 탁 행정관의 '사람 중심' 정치 이벤트 개념을 대체할 새로운 인물을 찾기가 힘들었을 것이란 해석이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선거에 상당히 공헌을 한 측근을 내친다는 것도 정권운영이나 지지층 결속에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최종재가'가 나온 이상, 하루빨리 정리하는 게 맞다. 청와대 생리 상 본인이 그만두고 싶어도 대통령이 일을 하라고 하면 할 수 없이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탁 행정꽌이 이렇게 물러나게 되면 그는 당분간 자숙할 수밖에 없다. 불명예 퇴진에 따른 향후 그의 행보도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