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재산 4.6조원…이혼시 재산분할 다툼 역대 최대일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 노소영 아트센트 나비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이혼 시 최 회장의 재산이 어떻게 분할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이 가진 주식 가치는 24일 종가 기준으로 4조6000억원이 넘어 재산분할을 놓고 다툼이 벌어지면 국내 재산분할 소송 역사상 최대 금액이 된다. 기존 최대금액은 임우재 전 삼성전기 (106,500원▲ 500 0.47%)상임고문이 이부진 호텔신라 (59,100원▼ 600 -1.01%)사장의 재산 2조4000억원의 절반인 1조2000억원을 분할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24일 SK그룹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올해 3월말 기준으로 SK그룹 지주회사인 SK (280,500원▼ 1,000 -0.36%)㈜ 지분 23.4%(1646만5472주)와 SK케미칼 (69,900원▼ 400 -0.57%)지분 0.05%(1만1861주), SK케미칼우 (30,150원▼ 200 -0.66%)(우선주) 지분 3.11%(8만7515주), SK텔레콤 (276,500원▲ 6,000 2.22%)주식 100주를 갖고 있다. 이들 주식의 현재 시장 가치는 4조6220억6596만9000원이다. 노소영 관장은 SK㈜ 8616주, SK이노베이션 (172,000원▲ 500 0.29%)8000주를 갖고 있는데, 이 주식의 시장 가치는 37억9278만8000원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이혼 절차를 밟는다면 재산분할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부부가 이혼할 때는 재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재산을 나눠 갖는다. 한쪽의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배우자가 재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게 적으면 거의 갖지 못한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는 최근 이부진 사장이 임우재 전 상임고문을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을 받아들이면서 이 사장에게 86억1031만원만 임 전 고문에게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임 전 고문은 1조2000억원의 재산을 요구했는데, 이 사장 재산의 대부분인 보유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현행법상 상속·증여받은 재산, 혼인 전에 가지고 있던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재계에서는 노 관장이 회사를 키우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고 문화, 예술 분야 활동만 해왔기 때문에 분할 대상이 될 공동 재산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혼 소송이 진행될 경우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게 요구했던 것처럼 노 관장도 최대 50%의 재산 분할을 요구하며 맞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재산분할 시 양측이 결혼 후 취득한 재산에 대해 재산형성 기여도를 따지는데, 바깥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가정주부의 경우에도 자녀 양육 등을 노동으로 인정받아 이론적으로 최대 50%까지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 최 회장은 SK㈜ 주식 대부분을 노 관장과의 결혼 이후에 형성했다. 최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SK㈜ 유상증자 참여, SK C&C와 SK㈜의 합병 등을 통해 SK㈜의 지분을 늘렸다.
또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부진-임우재 부부의 사례와 다르다. SK그룹은 1980년대부터 90년대 사이에 석유, 통신 회사를 인수하면서 비약적으로 도약하는데, 이 과정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연관됐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노 관장의 아버지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인 1988년에 결혼했다.
SK그룹의 전신인 선경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할 때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경은 1992년에 제2이동통신 이동전화 부문 사업권자로 최종 선정되지만 대통령 사돈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논란이 일자 사업권을 반납한다. 이후 선경은 노 전 대통령 퇴임 직후인 1994년에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다. 1999년엔 신세기통신까지 인수하면서 SK는 20년 가까이 국내 제1의 이동통신 사업자 위치를 지키고 있다.
SK그룹이 재계 3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게 인정되면 노 관장의 기여도도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 가정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산 형성 과정에서 처가의 도움이 컸다는 게 입증될 경우 딸에게 재산형성 기여를 인정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재산 기여행위가 불법으로 평가되더라도 재산분할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최태원-노소영 부부가 결혼할 당시 세간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의 정략 결혼이라는 얘기도 나돌았을 정도로 두 집안의 결혼은 화제를 모았다. 특히 당시만 해도 재계 순위가 그리 높지 않았던 선경은 '황금싸라기 사업'이라는 이동통신 사업자를 따냄으로써 그룹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큰 디딤돌이 된 게 사실이다. 당시 선경은 지금의 SK그룹과 같이 재계 '톱3'에 드는 글로벌급 그룹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현직 대통령과 사돈 기업'이라는 위치가 급성장의 토대가 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 관장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같이 유학하던 중 만나 교제했으며, 1988년 약혼에 이어 결혼까지 '골인'했다. 결혼식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 관장의 은사인 이현재 당시 국무총리의 주례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청와대에서 이렇게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린 전례가 없었던 데다가, 당시 사돈집이 재벌가라는 점에서 양측은 세간의 '정략결혼'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이 결혼식까지 치러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현직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비판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도 못했고 감히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결혼 1년 후인 1990년, 선경그룹은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선경은 사업권 반납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 김영삼 정부 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지금의 SK텔레콤으로 키웠다.
이처럼 함께 우여곡절을 겪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은 결혼 초기에는 '천생연분'으로 알려졌으나 시중에선 '정략결혼'이라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결혼 이후부터 사이가 계속 나빠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세계일보에 보낸 편지에서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면서 더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노 관장이 이혼을 원하지 않을 경우 최 회장이 노 관장과 이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이혼 조정은 당사자가 합의하지 않으면 성사되지 않는다. 이혼 조정이 합의되지 않으면 이혼 소송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최 회장은 이혼 청구를 못 할 가능성이 있다. 최 회장은 2015년 말 한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혼을 원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노 관장은 당시에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 부부가 이혼할지, 한다면 어떤 절차를 밟을지 등은 노 관장의 의사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988년 세기의 '정략결혼'이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던 최태원-노소영 부부. 30여년이 흐른 지금, 이 두사람은 이제 역대 최고액의 재산분할 다툼이 얽힌 이혼소송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월은 흘러도 두 사람 사이에 얽힌 '돈'은 끝까지 그들을 망령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