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불똥, 이부진 사장 '불법이익 3000억원' 환수 당하나?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이혼소송으로 그의 재산이 과연 얼마나 될지, 또 그 가운데 과연 얼마나 '부군'이었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에게 분할이 될지 세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최근 법원의 결정을 통해 이 사장의 재산을 역유추해보기로 하자. 법원은 지난 20일 "이 사장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에게 86억원을 주고 이혼하라"고 결정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갈라설 때 재산을 나누는 것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결혼 후 재산형성 기여도에 따라 그 액수가 정해지지만 대체로 부부 재산 합계의 반을 넘어서진 않는다. 법원은 이 사장이 결혼 전 상속받은 주식 등에 대해서는 분할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상당히 적은 액수인 86억원을 주라고 결정했다. 이 판결대로라면 법원은 이 사장의 재산 규모(1999년 결혼 후 형성)를 172억원 이상, 수백억원선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임 전 고문은 1조2000억원의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즉 이 사장의 재산을 2조4000억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절반을 달라는 것이었다.
현재 이 사장의 재산이 얼마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길은 없다.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상장주식 외 나머지 재산을 알아내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동산, 비상장 주식 등에 관한 것들은 개인정보이기에 본인이 아니면 알 길이 없다.
현재 드러난 이 사장의 재산규모는 2조800억원선(추정치). 이는 보유 중인 상장주식의 가치다. 지난 7월 13일 현재 이 사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동생인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과 나란히 2조785억원으로 한국 주식부자 순위 공동 10위를 달렸다. 이부진·서현 자매는 주식을 똑같이 보유 중이다. 삼성물산 주식을 각각 1045만6000여주, 삼성SDS 주식을 나란히 301만8000여주씩 갖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여성 중 어머니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2조7380억원·주식부호 랭킹 7위)에 이어 동생과 함께 공동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올초 주식가치가 1조7304억원이었지만 주가가 크게 오른 덕분에 재산이 3481억원(20.1%) 늘었다.
현재 이부진 사장은 판결을 준비하면서 큰 딜레마에 빠졌다. 바로 재산분할요구 때문이다. 임우재 전 고문 측은 이부진 사장의 재산 형성에 임 씨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부진 사장 측은 임 씨의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반박한다. 재산 대부분은 수입이 거의 없던 시점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는 것이다.
불법행위로 벌어들인 3000억원 재산환수 가능성
문제는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한 이부진 사장 측의 논리가 오히려 스스로 재산 편법상속을 인정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과거 아버지로부터 받은 돈이 현재 이부진 사장의 재산 기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재산분할이든 편법상속이든 어느 쪽도 이 사장에게 유리하지 않은 분위기이다.
이런 이 사장의 딜레마를 정치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 저격수로'로 통하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사장의 '딜레마'를 전해듣고 발빠르게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그는 여기에서 "삼성그룹 장녀 이부진 사장이 이혼 소송과정에서 재산분할을 피하려 편법상속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불법이익환수법, 일명 이재용법이 통과되면 이부진 사장이 불법행위로 벌어들인 3000억원 가량의 재산에 대해 환수가 가능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박 의원은 "이부진 사장이 이혼소송과정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보유재산은 1조7046억원으로 결혼 뒤 스스로의 힘으로 재산을 형성했다고 인정할 경우 재산분할요구에 응하거나 반대로 스스로의 힘이 아닌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의 도움으로 재산을 형성했다고 주장할 경우 편법상속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이 사장은 재산분할을 피하려 '편법 상속'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부진 회장 재산을 1조 7천 46억 2900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재산 중 96%인 1조 6780억 원 가량은 주식이다. 주식 재산이 대부분인 셈이다.
편법상속의 논란은 1조 원대가 넘는 주식 재산이 생길 수 있게 한 종잣돈 때문이다. 이 사장 측은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1995년에서 1997년 사이 부친으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약 167억 원가량을 증여받아 주식, 부동산 등 자산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 중 1996년 12월 3일 받은 16억 원으로 에버랜드 주식회사 전환사채(CB)를 인수·주식으로 전환해 209,129주를 취득했고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꾸고, 제일모직이 다시 삼성물산과 합병돼 현재는 삼성물산 주식 10,456,45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의 삼성물산 주식은 현재 약 1조 5천억 원 수준으로 현재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16억원을 1조5000억원으로 만든 마이더스의 손?
박영선 의원은 이 사장의 재산은 수입이 거의 없던 시절에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증여받아 형성된 것으로 그 관리는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에서 해왔다는 사실을 이 사장 스스로가 인정한 것이며 1996년에 아버지로부터 받은 16억원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샀고 그게 21년 뒤인 현재 1조5000억원이 됐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에버랜드 전환 사채 저가 배정 사건’은 삼성 특검을 거쳐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사건은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중에 있다.
박 의원은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배정 사건’으로 지난 2009년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김인주 등 측근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재용, 이부진 등 3남매는 불법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며 “당시 이부진 사장은 삼성 SDS 주식 158만 주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헐값에 사들였으며 현재 그 주식 가치는 약 3000억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특정 재산범죄 수익 환수법’, 이른바 ‘이재용 법’ (또는 ‘이학수 법’)을 발의했었지만 19대 임기 만료와 더불어 자동 폐기됐지만 지난 2월 28일 이 법안을 재차 발의했다. 이 법은 50억원 이상의 횡령 배임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그 범죄 수익을 소급해 환수하는 법으로 이 법이 통과되면 이부진 사장은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헐값으로 사들여 벌어들인 3000억원을 환수당하게 된다.
박 의원은 “이부진 사장이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인정한 편법상속은 그의 재산 환수를 위한 증거자료가 될 것“이라며 “이는 불법이익환수법, 즉 이재용법이 통과돼야 할 이유로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측은 “19대 국회 시절부터 논란이 됐던 문제로 그룹 차원에서 편법상속은 문제가 없음을 이미 여러차례 소명했다”고 밝혔다.
이부진 사장의 이혼소송은 그 자체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불법이익을 쌓았던 정황이 포착됐고 향후 국회에서 법이 제정되면 그 이익만큼 재산환수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사장으로선 이혼 전에 거액의 돈을 먼저 토해내야 할지도 모른다. 일반 직장인이 1억원을 저축하려면 1년에 1천만원씩 꼬박 모아도 10년이 걸린다. 재벌가는 상속과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앉아서 몇 천 억원씩을 그냥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