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사이 신종왕따 '폰섹톡'을 아십니까

2017-07-30     임석우


▲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일명 ‘폰섹톡’이라고 불리는 장난이 유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섹스 카톡’의 줄임말로, 음란 문자 받고 곤란해하는 피해학생을 보면서 다른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스마트폰 세대의 ‘신종 괴롭힘’이다. 놀리고자 하는 학생 한 명을 제외하고 반 학생 전체가 단톡방(단체채팅방)을 만든 뒤 ‘오늘은 이 메시지를 보내자’고 모의해 폭탄 문자를 날리는 식이다.


지난 4월 서울 은평구 한 초등학교에선 새 학기가 시작하고 한 달 동안 같은 반 학우들의 ‘폰섹톡’ 장난에 시달리던 한 여학생이 학교 내 자원봉사자인 ‘학교안전지킴이’에게 이 사실을 알려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진상파악에 나선 일이 있었다. 또 인근 학교에선 ‘폰섹톡’과 같은 방식으로 같은 반 남학생의 페이스북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폭탄 댓글’을 남긴 초등학생들이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방법은 집단 이지메 형식과 비슷하다. 수십명이 한 사람을 찍어 메시지를 계속 보낸다.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진동이 한 번, 두 번, 세 번....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수십차례 울리며 메시지 폭탄이 쏟아진다. 화면을 밀어 카카오톡을 확인해보면 ‘가슴 만져봐도 되느냐’라는 메시지 30여통이 서로 다른 이름으로 배달되는 식이다. 발신자는 같은 초등학교의 반 학우들. 어쩔줄 몰라하는 피해학생을 보면서 나머지 반 학우들이 곁눈질을 하며 키득거린다.


명백한 ‘성희롱’이지만 초등생들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별다른 처벌 방법이 없다. 형법상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은 ‘촉법소년’ ‘우범소년’ ‘범죄소년’ 등으로 분류돼 형법 또는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데, 이중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과 ‘우범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폰섹톡’의 경우 만 14세 미만인 초등생 사이에서 유행하기 때문에 학교 당국에서도 별다른 처벌을 내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일부 학생들은 14세 미만이면 이 같은 장난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어서 계도(啓導)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물리적 ‘폭력’이 아닌 피해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성희롱의 경우 그저 ‘장난’으로 간주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교사들은 학폭위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앉혀놓고 법적 처벌부터 이야기를 꺼내니 해결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 “재발방지를 다짐받는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피해사례가 늘자 학교 당국은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주재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은평경찰서 SPO 양성우 경위는 “왕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피해 상황을 포착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폰섹톡’의 경우 피해 사례가 여러 차례 접수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위험성과 범법성을 알리는 PPT 교육을 따로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요새 아이들은 성에 일찍 눈뜬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도 어른들 뺨치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신종 '폰섹톡'은 기존의 왕따 문화에 성을 접목시킨 새로운 이지메 문화다. '요즘 애들 별나다'는 말은 석기시대 이래 어른들의 똑같은 멘트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 별나긴 하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