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 뺨을 맞아도 맞고만 있어야 하나?” 정당방위 조심해야 하는 이유
최근 정당방위를 허용 범위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데이트 폭행으로 피해를 당한 여성이 오히려 쌍방폭행 가해자로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남자친구가 헤어지려던 여성을 감금하고 폭행을 한 사건이 있었따. 이 여성은 갈비뼈 두 대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 감금 상태에 있는 여성이 두려운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마찰이 벌어졌다. 여성으로서는 감금상태를 빠져나가기 위해 당연히 '몸싸움'을 벌이면서까지 탈출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여성이 나온 이후에 경찰에 신고가 됐는데 문제는 이 남성이 '나도 맞았다, 우리는 싸웠을 뿐이지, 내가 일방적으로 구타하지 않았다'고 주장을 하게 되면서 쌍방폭행으로 입건이 된 것이다.
피해여성으로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감금을 당해서 두드려 맞고 부상까지 당한 상황에서 필사의 탈출을 한 것인데 쌍방폭행이라는 '죄명'이 씌어지니 어이가 없을 만도 했다. 여기에 법적 구제를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게 되는데, 결국 8개월이 흘러서 무혐의가 된 사건이다.
감금 탈출 과정 몸싸움도 쌍방폭력?
쌍방폭행이 아니고 여성이 굉장히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상황에서 뿌리치고 나오기 위한 노력이었다라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받는데 무려 8개월이 걸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특히 법적으로 정당방위라고 하는 것을 잘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물리적으로 손이 먼저 나갔다, 발이 나갔다, 혹은 어떤 공포감 때문에 물리치기 위해서 밀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당방위라고 하는 개념을 아주 협소하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결국 피해여성도 폭력을 휘둘렀다고 계속 인정하게 되는 법적인 모순이 발생해 왔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보면 데이트 폭력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자기도 맞았다고 진단서 2주를 첨부를 해서 고소를 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고소장을 접수 받은 경찰 입장에서는 입건을 해서 사실 여부 수사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원칙적으로 보면 쌍방폭행이 아니고 일방적인 가해이기 때문에 일방폭행으로 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 입장에서 '혹시 봐주기식 논란이 아니냐' 이런 의심을 받을까봐 ,그냥 쌍방으로 처리하고 마는 것이 경찰관 책임이 없다고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면밀하게 사안을 검토하게 되면 이것은 사실은 일방적인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행위로서의 정당방위로 해석을 해도 됨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적 판단의 경향이 정당방위를 상당히 좁게 인정하다 보니까 수사 단계에서도 그냥 실무적으로 쌍방으로 처리하고 마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밝히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8개월이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도 있다. 지난해 직장인 A씨는 노래방에서 좀 더 놀다 가자는 동료 B씨의 제의를 거절한 것을 두고 서로 말다툼을 벌였다. 급기야 말다툼 중 B씨는 맥주병을 들고 A씨를 쳤고 화가 난 A씨는 주먹으로 B씨 얼굴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B씨를 숨기게 한 A씨가 ‘과연 정당방위를 했는가’는 누가 봐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법하다. 법원 역시 “사회 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한도의 방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행위를 ‘과잉방어’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7월에는 유모차에 7개월 된 아기를 태우고 가던 엄마가 담배를 피우던 남성에게 담배를 꺼달라고 말했다가 뺨을 맞아 봉변을 당하는 사건이 공분을 샀다. 그런데 경찰은 아기 엄마와 남성 모두를 ‘쌍방폭행’으로 입건했다. 당시 아기 엄마는 뺨을 맞자 방어를 위해 팔을 휘둘렀을 뿐이다.
지난해 2월에는 함께 술을 마시던 남성이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하자 혀를 깨물어 다치게 한 혐의로 50대 주부가 기소됐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논란이 뜨거웠다. 이 주부는 “남성이 얼굴을 때린 후 멱살을 잡고 강제로 키스하려 해 혀를 깨물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한동안 ‘어떻게 이것이 정당방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살다보면 예기치 않게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고 폭행사건에 휘말릴 수도 있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싸움을 하게 될 때 자기방어를 하게 된다. 이를 정당방위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쌍방폭행으로 몰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황당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신이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가 정당방위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현실인 것이다.
법원의 모호한 기준이 특히 문제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현행법에서 정당방위를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벌하지 않고 인정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법조계는 지적한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 또는 법익이 침해되는 현재성·부당성에 대한 방어,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대한 요건이 성립해야 하는데, 복잡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정당방위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해석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정당방위 인정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사회적 통념과 상황에 따라 정당방위를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늘고 있다.
예수님 말대로 한쪽 뺨을 맞으면 반대쪽 뺨을 내어주라는 시대는 지났다. 나머지 뺨마저 맞고 병원에 실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쪽 뺨을 맞으면 나머지 뺨을 맞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자구책을 세워야 한다. 그 최소한의 저항행위를 법원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묻지마 폭력'의 폐해가 점점 심각해지는 세상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