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휴가 나온 아들 속옷까지 빨았다” 육군 공관병 폭로
군 생활 해본 사람이라면 '관사병'(공관병)이라는 직책을 알 것이다. 사단장이나 연대장의 관사에 근무하며 상관의 '수발'을 드는 일종의 당번병이다. 그런데 이들은 군인의 역할 이외에 상관의 사적인 일까지 도맡기 일쑤였다.
최근 군인권센터가 관사에서 근무하는 공관병과 조리병 등을 노예처럼 부리며 갑질을 일삼은 사령관의 가족을 폭로했다.
군인권센터는 “육군제2작전사령부 사령관 박모 대장의 가족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공관병, 조리병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인권을 침해하고 갑질을 일삼았다는 다수의 제보를 받았다”고 31일 밝혔다. 공관병들이 신고하지 못하도록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기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센터는 "공군 병사로 복무 중인 사령관의 아들이 휴가를 나오면 공관 근무병들에게 속옷 빨래를 시키거나, 부대에 아들이 복귀할 때 차로 데려다 주도록 했다"면서, "한 조리병은 사령관의 첫째 아들이 밤늦게 귀가하면 간식을 준비하는 일도 맡았다"고 밝혔다. 쇼파와 바닥에 떨어진 발톱까지 치워야 했다.
또, 센터에 따르면 사령관의 부인은 공관 근무병이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는 제대로 하는 게 없다"며 질책하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베란다에 40분 동안 세워놓기도 했다. 조리병을 시켜 음식을 내오도록 시키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공관병들이 사령관의 부당한 대우를 밝히고 싶어도 외부와의 접촉이 일체 차단돼 따로 신고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공관에는 전화기가 없었고 본부대대까지 20~30분은 걸어가야 전화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상부에서는 피해군인들이 공관밖으로 외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장병 표준 일과와 무관하게 허드렛일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국가에 헌신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장병들을 ‘현대판 노예’로 취급하며 자긍심을 깎아먹게 하는 그릇된 행태”라며 “장병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공관병 제도는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갑질 타파와 적폐 청산을 목표로 삼고 있음에도 상식 밖의 행동을 저지르며 휘하 장병을 노예처럼 부리는 지휘관과 그 가족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며 “군은 박 모 사령관을 즉각 보직해임하고 사령관의 부인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군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육군 내 ‘공관병에 대한 갑질’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26일에도 “육군제39사단장 문모 소장이 휘하 공관병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문 소장은 공관병에게 술상을 차려올 것을 지시하고, 술상을 준비하던 공관병의 목덜미 및 뺨을 때리기도 했다. 문 소장은 이 일로 26일부로 보직해임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