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고시공부하던 해남 대흥사의 녹차를 애용하는 까닭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는 '녹차 전도사'가 되었다. 그는 최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커피를 물리치고 녹차를 손에 들었다.
지난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이하 수보회의)가 열리는 청와대 여민1관 3층 소회의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 휴가자들을 제외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이 삼삼오오 모인 가운데, 회의를 앞두고 차를 제공하는 직원으로부터 짧은 '차 강연'이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참모진들이 회의 시작 전 갖는 '티타임'에 녹차가 제공돼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그동안의 티타임에서는 커피만 제공됐지만, 지난 7일 수보회의 때부터 '우리 차를 알리자'는 의미에서 커피와 함께 녹차도 제공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매주 두 차례(월·목요일) 수보회의를 주재하는데, 7일엔 여름휴가 이후 첫 수보회의를 주재했었다.
특히 이 녹차는 문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과거 사법고시 공부를 했던 해남 대흥사에서 만든 녹차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날 문 대통령과 참모진들이 마신 차는 첫물차, 우전차, 곡우차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는 만드는 시기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데, 이는 농사를 준비하는 비가 내릴 때를 뜻하는 곡우(4월20일쯤)가 중심이다. 첫물차는 곡우 전 이른 봄에 딴 첫 찻잎을 덖어서 만들었다는 뜻이고 우전차 또한 곡우 전, 곡우차는 4월20일에 채엽해 만든 차를 뜻한다. 이후에 딴 차는 우후차로 불린다.
문 대통령의 차 사랑은 저서인 '문재인의 운명'에도 나와 있다. 1978년에 아버지를 여읜 문 대통령은 고시 공부를 하러 지인의 도움을 받아 해남 대흥사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책에서 '그곳에서 우리 차 '작설차'를 배웠다'면서 '대흥사 일지암은 '동다송(東茶頌)'으로 우리 차의 맥을 되살리고 차를 매개로 다산 정약용·추사 김정희와 교유했던 초의선사가 계셨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동다송'은 조선 후기 승려 의순이 지은 책으로 다도를 시로 설명한 글이다. 의순은 호인 '초의(草衣)'를 따서 초의선사라고 불린다.
문 대통령은 암자의 주지 스님으로부터 차를 우려내는 방법과 다도(茶道)를 배웠다고 언급하면서 '입안의 차향이 사라질까 아쉬워 담배를 피울 수 없을 정도였다'며 '그때의 차 맛에 매료돼 지금까지 우리 차를 즐기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었던 셔츠나 신었던 등산화 등이 '완판' 되면서 이번에는 젊은시절 고시공부를 하던 해남 대흥사의 녹차가 '완판'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