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배설물 주민갈등, '복도에 독극물 살포' 경고문까지 등장

2017-08-13     임석우




최근 한 아파트에 섬뜩한 경고문이 붙었다. 반려견들 키우는 주민들이 오물을 제대로 치우지 않는 것에 대한 반발로 '독극물'을 뿌릴 테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이다. 개를 둘러싼 주민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도 안양의 명학공원은 반려견 출입문제를 놓고 반려견주들과 주민들이 8년여간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지켜야 할 ‘펫티켓(Petiquette)’을 지킨다면 문제가 없다는 반려견주들과 동물출입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명학공원 지킴이’ 단체와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2일 경기일보에 반려견을 둘러싼 주민갈등이 한 예로 자세히 소개돼 있다. 안양시는 지난 2009년 6월 만안구 안양8동 572 일원에 연면적 1천124㎡ 규모 명학공원을 조성했다. 같은 해 안양8동에 소속된 주민자치위원 등 사회단체 대표 30여 명은 이처럼 휴식공간으로 조성된 공원의 청결과 치안 확보 등을 목적으로 ‘명학공원 지킴이’ (지킴이)를 꾸렸다.


이런 가운데, 공원 조성 직후부터 공원 이용과 관련, ‘명학공원 지킴이’ 측이 반려견주 통행을 금지하며 수년째 잡음이 일고 있다고 한다. 지킴이들은 반려견들이 공원 내 배설 등 위생문제를 일으키고 시민 안전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반려견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반려견주들은 애완동물과 동반 외출하면 지켜야 할 법적 의무를 지키고 있어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은 반려견주와 동물이 동반 외출할 때 ▲목줄 착용 ▲배설물 수거 ▲인식표 착용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려견주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와 권한 등도 없이 조직된 지킴이들의 이 같은 출입 금지 강요는 월권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려견주 C씨(45ㆍ여)는 “법도 아닌 자생적으로 조직된 단체가 무슨 권한으로 반려견 출입을 통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지킴이 관계자는 “대다수 반려동물 동반자들이 기본 에티켓을 지키지 않아 취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합의점 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안양시 만안구 소재 명학공원. 명학공원이 반려견 출입문제를 두고 수년째 반려견주들과 ‘명학공원 지킴이’ 단체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경기일보 제공



도심과 가까운 해수욕장도 반려견 문제로 골치


또한 도심과 가까운 부산의 주요 해수욕장 산책로에 반려견이 몰려들면서 기본적인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아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8월 23일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을 관할하는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해수욕장을 본격적으로 개장한 이후 반려견과 관련한 민원이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민원 내용은 목줄을 착용하지 않거나 배설물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을 관리하는 해운대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전화로 걸려오는 민원만 하루에 2∼3건 정도"라며 "수시로 순찰하고 안내 방송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김모(37·여) 씨는 "가족끼리 해수욕장 산책로를 걷다가 아이가 목줄 없이 뛰어다니는 큰 개를 보고 크게 놀라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송도해수욕장에서는 최근 반려견을 데리고 백사장에 출입하거나 입욕하려는 것을 막아달라는 신고도 접수됐다. 수영구청은 민원 탓에 지난 18일부터 광안리해수욕장 산책로 일대에서 일주일에 두번가량 현장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인근에 사는 최모(42) 씨는 "반려견이 인도 한가운데서 갑자기 멈춰 대소변을 봤는데도 주인이 치우지도 않고 그냥 가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며 "너무 찝찝하고 더러워서 산책하기가 싫어졌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 제13조에 따르면 생후 3개월 이상 된 반려견은 외출 시 목줄과 인식표를 착용해야 하고 주인이 배설물을 수거해야 한다. 또 대형견은 인명사고 등의 우려 탓에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위반시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 최고액은 미등록 40만원, 인식표 미착용 20만원, 입마개 미착용이나 배설물 방치는 10만원 등이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경찰과 달리 일선 지자체 공무원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권한이 없고 민원인 반발 탓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해수욕장 개장 시기인 오는 8월까지 계도와 단속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심인섭 팀장은 "대부분이 기본적인 에티켓을 잘 지키는데 일부 몰지각한 주인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며 "해당 지자체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도와 홍보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이를 둘러싼 에티켓 문제가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 하나쯤 하는' 생각에 개 배설물을 치우지 않아 위생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공원은 어린이들의 건강을 우려해 반려견 출입금지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법적인 제재를 더 엄격하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자유'도 있고, 공원을 함께 즐길 '자유'도 있다. 공존을 위한 배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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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