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백인우월주의 폭동 격화, 왜 버지니아인가?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12일(현지시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력 시위가 발생했다.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KKK)이 배후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핵심 인물이 관련 발언을 내놔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시위는 ‘우파들이여 합치자’는 구호 아래 진행되기 시작했다. 점점 물리적 충돌과 폭력 양상을 띠게 된 건 시위대에 차량 1대가 돌진해 여성 1명이 숨지면서부터다. 진압을 위해 도착한 경찰들이 헬기 추락으로 사망했고 버지니아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극우 및 인종차별로 잘 알려진 칼럼니스트로 KKK 대표를 지낸 적이 있는 데이비드 듀크는 이날 “우리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 결심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을 이행하라”며 시위를 더 부추기고 있다.
듀크의 발언은 한 사진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듀크는 해당 동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할 것을 우리가 믿고 있으며 그게 바로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뽑은 이유다. 그는 나라를 되찾을 것이며 우리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위 양상이 격화하자 트위터를 통해 “증오와 편견, 분열은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런데 왜 이곳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시위와 충돌이 발생했을까.
버지니아대학이 있는 샬러츠빌은 상당히 조용하고 평화로운 대학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에도 유권자의 80%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시위의 도화선은 지난 4월 샬러츠빌 시의회가 남북전쟁 당시 버지니아주군을 지휘한 인물이자 '남부연합의 영웅'이라 불리는 로버트 E.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는 안을 가결한 것이었다.
시의회는 이 때 리 장군과 또다른 남부군 사령관 스톤월 잭슨 장군의 동상이 잭슨 장군의 이름을 따 지어진 리 공원, 잭슨 공원의 명칭을 바꾸는 방안도 만장일치로 승인했고, 이후 두 공원은 해방공원(Emancipation Park), 정의공원(Justice Park)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우 인종차별 주의자들의 주목은 샬러츠빌에 많이 꽂혀 있었다고 뉴스위크가 전했다. 역사를 보면 이 도시가 원래 인종차별이 심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흑인과 백인은 식당과 화장실, 버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없다는 이른바 '짐 크로'(Jim Crow)법은 1880년대 만들어져 1964년까지 미 남부 11개 주에서 시행돼 왔다. 그러나 샬러츠빌에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 이 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존재했다. 1955년 미 연방대법원이 여러 지역적 특수사정을 고려한 '신중한 속도'(all deliberative speed)로 인종차별주의 법을 철폐할 것을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주는 끝까지 여기에 저항했던 역사가 있다. 일부 샬러츠빌 내 학교들은 1958년 통폐합되기 전까지 항의의 뜻으로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지난 2015년에도 샬러츠빌에선 대학 3학년이었던 흑인 마티즈 존슨을 범죄 혐의로 체포하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크게 일었다. 마티즈 존슨은 신분증을 요구하는 백인 경찰들에 대적했는데 당시 갖고 있던 신분증이 가짜였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경찰들은 그를 때렸고 수갑을 채웠다. 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크게 확산되며 전국적으로 트위터를 통해 '마티즈를 위한 정의를'(#JusticeforMartese)란 해시태그 물결이 일기도 했다.
버지니아주는 또한 오랫동안 극단적인 백인우월단체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KKK) 연대가 있는 주로 알려져 왔다. 2015년 버지니아주 커먼웰스 대학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엔 지난 1915년부터 1040년까지 2000개 이상의 지부가 존재했고, 이 가운데 132개는 버지니아주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에도 KKK 관련 인물들이 해방공원에서 동상 철거에 대한 항의 시위를 했고, 약 30명의 KKK 단원이 목도됐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따라서 이번 시위에는 KKK 관련 인물들이 더 많이 참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극단주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서던파버티로센터는 "이번 시위에 약 2000~6000명 가량의 혐오집단과 극단주의자들이 참여했을 것"이라고 봤다.
역사적으로 버지니아는 원래 인디언의 거주지였으나 1607년 미국에서 최초로 제임스타운에 영국인 개척 식민지가 건설되었다. 이후 독립전쟁 당시까지 신대륙에 있어서의 지도적인 역할을 해 왔으며, 독립 13주의 하나가 되었다. 또한 남북전쟁 당시에는 남부의 중심을 이루었으므로 전적이 많으며, 특히 제임스타운·윌리엄즈버그·요크타운 등지에는 개척 초기에서 독립전쟁 무렵까지의 사적이 많이 남아 있어 관광객으로 붐빈다. 1864년 알링턴군에 설립한 알링턴 국립묘지는 전사자·순국자의 장지가 되어 있다.
또 워싱턴 남쪽 24km 지점에 있는 마운트버넌은 사적명승지로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 거주했던 저택·정원·묘지가 포토맥강 우안의 언덕 위에 있다. 뿐만 아니라 워싱턴, 제퍼슨, 매디슨, 먼로, 해리슨, 타일러, 테일러, 윌슨 등 8인의 대통령을 배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전통적으로 남부의 '귀족'들이 많이 모여 살기도 했기 때문에 인종차별의 역사가 뿌리깊은 곳이기도 하다.
한편 2007년 4월, 블랙스버그에 있는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 대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도 일어난 바 있다. 재미 교포 학생 조승희가 일으킨 이 사건은 27명의 학생과 5명의 강사들을 포함한 32명이 살해되고, 자신이 목숨을 끊기 전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