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드기 자취를 감추게 만든 최악의 항공기 사고 원인은...
콩코드기는 인류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였다.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는 1950년대 말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등 4개국이 개발에 뛰어든 지 10여 년 만에 프랑스와 영국이 합작해 성공한, 당시 최고속도를 자랑하던 여객기였다. 미국은 환경문제를 내세워 포기하고 소련은 시험비행에서 실패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1962년 초음속 민간항공기를 제작키로 합의, 1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69년 시험비행을 마치고 7년후 본격적으로 상업노선에 투입됐다.
원래는 대서양 횡단 운항, 특히 뉴욕과 주요 유럽 도시간 운항을 위해 제작되었는데 1969년 3월 2일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29분간의 처녀비행(조종사 앙드레 뚜르켓)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1976년 1월 21일 파리∼리우데자네이루와 런던∼바레인 정규노선에 사상 처음으로 음속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취항하였다.
4개의 고성능 엔진이 장착돼 난기류보다 높은 고도 6만피트 이상을 유지한 채 마하 2.02(시속 2천150㎞),즉 음속의 2배로 하늘을 날아 통상 8시간 정도 걸리는 파리∼뉴욕을 3시간45분에 주파한다. 그리고 60년대에 개발된 후 90년대까지 바늘귀모양의 앞모습이 거의 바뀌지 않아 기술적으로 가장 완벽한 형태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대 144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으나 실제 항공사들은 승객수를 100명으로 제한하였다. 이런 관계로 콩코드의 항공요금은 일반 여객기 요금에 비해 훨씬 비싸서 파리-뉴욕 간 요금이 9000달러, 런던-뉴욕 간 요금이 9850달러나 돼 주로 부유층과 유명인사, 일류급 운동선수 등이 이용하는 고급 여객기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시간당 보잉747의 두배에 해당하는 22톤의 연료를 필요로 하는 등 거대한 무게에 따른 과다한 연료소모와 짧은 항송거리, 100석에 불과한 좌석수, 이착륙시의 소음 등으로 상업적으로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연구개발비만 350억프랑(5조6천억원)이 들어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선 최소한 1백대는 만들어 팔아야 했으나 16대로 단종됐다.
사실 콩코드기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여객기로 정평이 나있었다. 운항을 시작한 지 31년이 지났음에도 1979년 착륙 때 조종 실수로 타이어가 펑크난 것이 유일한 사고였다. 그러나 2000년 7월 에어프랑스 소속 콩코드기 추락사고로 113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를 가져와 운행을 중단하였다.
운항 중단 이후 콩코드기의 내부 개조에 1400만파운드(약 280억원)를 투입하고 안전장치 개조에만 추가로 1700만파운드(약 340억원)를 들여 2001년 11월 운행중단 15개월만에 다시 운항을 재개했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항공사간의 요금인하경쟁, 경제침체 등으로 적자가 누적돼 영국의 브리티시항공(BA)과 프랑스의 에어프랑스는 기체 노후에 따른 유지비 부담을 이유로 2003년 4월 마침내 운행 중단 방침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프랑스의 에어프랑스는 2003년 5월 마지막 비행을 가졌고 영국의 브리티시항공(BA)은 2003년 10월 마지막으로 일반 유료 승객을 태우고 고별 비행을 했다.
그런데 콩코드기의 자취를 감추게 만든 사고의 원인은 의외로 단순한 것이었다. 2000년 7월 25일 파리를 떠나 미국 뉴욕의 케네디 공항으로 향하던 에어 프랑스 4590편은 승객 100여 명과 승무원 9명을 태우고 이륙한 지 88초 만에 추락했다. 베테랑 기장은 인구 조밀지역에 추락하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고, 추락하기 67초 전에 관제탑 연락을 받은 소방대가 신속하게 현장으로 급파됐지만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뒤였다.
사고가 나고 두 달여뒤 1차 긴급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7월에 발생한 에어프랑스 소속 콩코드기 추락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랜딩기어의 타이어 파열이라고 프랑스 사고조사국(BEA)이 밝혔다.
사고 조사를 책임지고 있는 BEA는 이날 발표한 76쪽 분량의 예비 조사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조사결과,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콩코드기 타이어 파열인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면서 "사고 직후 활주로에서 발견된 43㎝크기의 금속조각이 타이어를파열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륙을 위해 주행 중인 콩코드기의 타어어에 박힌 이 금속조각이 타이어 파열과 함께 고속으로 튀어올라 날개 부근의 연료탱크를 파손시켰고 곧 연료탱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이 금속조각은 사고기가 아닌 다른 비행기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BEA는 "콩코드 이륙 직후 샤를 드골 공항 관제탑이 최초로 기체 이상을 발견해 조종사들에게 알려줬다"면서 "당시 관제탑의 교신내용을 분석한 결과 관제사들은 조종사들에게 '화재발생, 기체 화재발생'이라고 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관제탑은 이후 조종사들과 계속 교신하면서 기체를 비상 착륙시킬 것을 지시했고 콩코드기 조종사들도 다시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기체 속도를 올려 고도를 높이려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조종사의 마지막 말과 함께 여객기는 추락했다고 BEA는 설명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뒤 마침내 최종 재판 결과가 나왔다. 에어프랑스(AF)의 초음속여객기 콩코드(Concorde)가 파리공항부근에 추락해 113명의 희생자를 낸 사고와 관련, 파리 북서쪽 교외 퐁뚜아즈(Pontoise)의 법원이 미국 콘티넨탈항공과 동사 항공정비사의 과실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퐁뚜아즈 법원은 이날 콘티넨탈항공에 대해 벌금 20만2000유로를 선고하면서, 동시에 콘티넨탈항공으로 하여금 에어프랑스에 대해 100만 유로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기체에 치명상을 입힌 금속파편을 떨어뜨린 항공기가 바로 콘티넨탈항공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과실치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콘티넨탈항공 파리공항의 정비사 존·테일러(John Taylor·42) 피고도 유죄판결을 받아 벌금 2000유로와 집행유예가 붙은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테일러 정비사의 상관과 프랑스 당국자 3명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또, 콩코드기 제작사인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에 대해서도 일단의 책임을 물어 피해자에게 대한 보상의 30%을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활주로 위의 금속파편은 AF4590편 바로 직전에 이륙한 콘티넨탈항공 DC-10기로부터 떨어진 것으로 밝혀져 그간 공판에서 DC-10기 엔진의 금속부품이 잘못 부착됐다며 테일러 피고들의 책임을 추궁했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콘티넨탈항공은 “어이가 없다”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정비사 테일러 피고의 변호사도 항소할 것을 권하고 있다.
당시 사고가 나자, 콩코드기의 안전성이 지적되면서 영국·프랑스 양국의 항공당국은 콩코드기의 내공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감항증명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에어프랑스는 콩코드기의 운항을 전면중지하고 탱크 내부 벽을 두껍게 하는 등 개보수작업을 통해 안전대책을 강구한 다음 1년 3개월만인 2001년 11월 7일 운항을 재개했다.
그러나 사고의 후유증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인데다 특히 운항재개 직전인 9월11일 미국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하는 바람에 승객이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에어프랑스는 콩코드가 운항경비가 많이 드는 한편으로 수익성이 오르지 않자 2003년5월 콩코드의 운항을 종료했고 영국항공(BA)도 2003년10월24일에 운항을 종료하면서 콩코드기는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사고기는 독일의 여행사 페터·데일만·크루즈(Peter Deilmann Cruises)사가 전세 낸 임시편으로 승객들은 뉴욕에서 호화객선 도이칠란트호(MS Deutschland·22,400톤·정원 513명)를 타고 카리브해를 크루즈하면서 에콰도르로 가는 단체관광 도중이었다. 사고기는 에어프랑스가 도입한 7번째의 콩코드기로 1978∼79년에는 영화 ‘에어포트’80‘ 촬영에 사용되기도 했다.
AF4590편은 이륙직후 주날개가 불타면서 긴급착륙을 위해 가까운 르부르제공항(Paris–Le Bourget Airport·LBG)으로 가려고 했지만 기체가 제대로 컨트롤 되지 않아 이륙한지 2분후인 오후 4시 44분(현지시간), 샤를드골공항 남서 약6km 떨어진 발드와즈(Val d'Oise)군 고네스Gonesse)에 있는 오텔이시모(Hôtelissimo)호텔 별관 레스토랑 부근에 추락하고 말았다.
당시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cockpit voice recorder=블랙박스)에 녹음된 기장과 부조종사, 관제탑과의 마지막 대화내용(프랑스어)은 참으로 처참했다.
-부조종사 : 르부르제(Le Bourget=가려고 했던 공항), 르부르제, 르부르제!
-기장 : 너무 늦었다(불분명)
-관제탑 : 소방대장, 돌려라. 콩코드가 09활주로 반대쪽으로 가고 있다.
(※파리공항에는 09L/27R, 09R/27L 활주로가 있다)
-기장 : 시간이 없다 (불분명)
-부조종사 : 아니다, 우리는 르부르제(공항)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스위치 소리 4회)
-부조종사 : No! (불분명)
한편, 사고기는 이륙직전의 점검에서 좌측에서 2번 째(2번) 엔진에 이상이 발견돼 부품교환을 위해 예정보다 출발이 지연된 점도 사고원인과 관련이 있는지 주목받았다.
프랑스 운수성 사고조사국은 2001년1월5일 사고원인으로서, 이륙 활주 중에 티타늄제 금속파편에 의해 파열된 타이어의 파편이 주날개 밑 부분에 충돌, 그 충격으로 동체 속의 연료탱크가 파괴되면서 폭발했다고 발표했다.
동 보고서에서는 타이어 파열의 원인으로 보이는 금속편에 대해, 사고기가 이륙하기 직전에 같은 활주로에서 이륙한 미국 콘티넨탈항공의 DC-10로부터 떨어졌다고 결론지었다. 사고기는 시속 300km로 이륙활주 중에 타이어가 파열되면서 그 4.5kg에 달하는 타이어 파편 대부분이 주날개에 충돌해 폭발한 것으로, 이 때문에 엔진의 추력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실속(失速)했다고 단정했다.
프랑스 사고조사당국은 문제의 금속편을 떨어뜨린 것으로 보이는 콘티넨탈항공 DC-10의 주날개를 조사한 결과, 기재가 낡아 항공기제작사가 지정한 내구기준을 만족시키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사고발생 16일전에 부착했는데도 불구하고 떨어졌기 때문이며, 콘티넨탈항공에 정비실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에어프랑스와 보험회사는 2000년11월, 콘티넨탈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콘티넨탈항공측은 자사의 금속파편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또 프랑스 사법당국도 2004년12월, 콘티넨탈항공의 정비실수가 근본적인 사고원인이라고 결론짓고 2005년3월 콘티넨탈항공을 형사고발조치 했다.
그러나 사고 전날인 2000년7월24일, 콩코드기 7기를 갖고 있던 영국항공이 7기 모두 미익(뒷날개)에 균열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그 중 1기의 운항을 중지한다고 발표했었다. 때문에 공판과정에서 이 부분이 사고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여부도 주목받았다.
올해 콩코드기 추락 17주년이 되는데, 유튜브 유저 "scotty2707"가 역사상 최악의 항공기 사고 중 하나로 꼽히는 에어프랑스 4590기 사고 영상을 올려 또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비행기 추락의 원인이 바로 직전 이륙했던 항공기의 정비불량으로 떨어져 나온 40cm짜리 작은 금속조각이었다니, 인간의 기술도 그 작은 조각에 막혀 결국 세계 비행기 역사에서 자취를 감추는 사태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