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운명' 가른 김진동 부장판사, 누구?

2017-08-25     성기노


▲ 지난 2017년 1월 19일 새벽 6시경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종이백을 들고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과연 이 부회장이 이런 장면을 다시 한번 연출할 수 있을까.



8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해 1심 판결을 내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의 김진동 부장판사(49·사법연수원 25기)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그는 일단 '소신파'로 분류된다. 법정 밖의 여론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갈 길을 가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는 유무죄 판단에 있어 소신이 확고하다"고 평했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의 '소신'은 진경준 전 검사장(50·연수원 21기)의 '넥슨 주식대박' 사건에서 잘 드러난다. 진 전 검사장은 김정주 NXC 대표(49)로부터 공짜로 넘겨받은 넥슨 주식을 팔아 10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 등을 받았다. 검찰은 넥슨 주식 관련 혐의에 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했으나 김 부장판사는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김 대표가 진 전 감사장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으려는 기대감의 정도를 넘어 다른 공무원의 직무 알선 대가로 이익을 줬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가 막연한 기대감을 품었을 수는 있지만 특별한 청탁을 건네지는 않았기 때문에 뇌물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엄벌을 요구했던 시민사회는 1심 판결 후 김 부장판사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현재 온라인 포털 등에서 김 부장판사의 이 무죄 판결에 대한 기사가 상당히 많이 캡처돼 돌아다니고 있다. 네티즌들은 조윤선 전 장관의 블랙리스트 무죄 판결을 예로 들며 김 부장판사도 이번에 무죄를 내리지 않을까라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재판에서 진경준과 김정주 넥슨 대표 간 관계를 '지음 관계'라는 고사성어를 동원해 무죄판결을 준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당시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부장판사가 뇌물죄 판단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잡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법관이 소신껏 판단한 내용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뇌물죄 사건은 직접 증거가 없고 정황증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판사의 정황증거에 대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외풍'에 휩싸이지 않고 순수하게 법리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이 부회장 사건 재판에서 김 부장판사는 공정하고도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데 주력했다. 증인 신문이 논점에서 벗어난다 싶으면 어김없이 바로잡는 등 적극적으로 공판을 지휘했다. 공판은 새벽 1시를 넘어서기도 하는 등 그동안 이 부회장의 구속기일과 맞추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는 평가다. 이는 국정농단 사범 재판 중 최장기록으로 기타 시간을 제외하고도 10시간 가량 마라톤 재판이 이어진 경우였다.


충남 서천 출신의 김 부장판사는 동국대부속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 부회장 사건의 주심 판사인 이필복 판사(31·연수원 41기)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주심 판사는 재판부의 논의사항과 결론을 정리해 판결문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판사는 근면성실하고 꼼꼼하면서도 판단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판사는 사법고시 1차 시험에서 차석을 차지하고 사법연수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수재로 알려졌다. 그는 2015년 한 지역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법부의 존립 근거는 국민의 신뢰에서 비롯된다"며 "나 스스로 법원의 얼굴이라 생각하고 사건 하나하나를 성의껏, 겸손한 마음으로 대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충남 청양 출신인 이 판사는 공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김 판사와 주심 이 판사 모두 충남 출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편 재판부가 지난 8월 23일 ‘이재용 재판’ 생중계 불허 결정을 내린 데 대한 비난 여론도 뜨겁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1심 선고 생중계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 “선고의 촬영·중계로 이뤄질 공공의 이익과 피고인들이 입게 될 불이익 및 손해 등 피고인의 사익을 비교했을 때 생중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상당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헌법상 보장되는 무죄 추정의 원칙 등이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재판 중계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자는 측면에서 법원 스스로가 결정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 대변인은 “공익보다 피고인이 받을 불이익이 크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중계를 불허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 등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국민의 알 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중계가 허용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대법원도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실시한 전국 판사 29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판사들의 67.8%가 생중계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지난 7월 양승태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대법관 회의를 열고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1‧2심 주요 사건 판결 선고에 대한 중계 방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재판장이 판단할 경우 생중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이 여론의 관심을 반영해 소통차원에서 생중계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런 대법원의 취지를 하위 재판부가 따르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특히 추혜선 대변인은 “이번 재판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대한 판결”이라며 “그럼에도 삼성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는 법원의 태도에서 재판 결과는 뻔한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민 변호사는 SNS에서 “공익이 피고인들의 사익보다 커보이는데 이상하네요”라며 “언론에서는 세기의 재판이라 부르고 있던데”라고 의문을 표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들의 관심사도 중요한 기준이 되겠지만 낡은 대한민국의 병폐를 도려내고, 불법과 범죄가 처벌받는 모습을 보여주어 미래세대에게 희망과 교훈을 심어줄 좋은 기회라는 공익도 기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검판 법비들의 나라. 국민을 우롱하고 이재용을 비호하는 김진동 부장판사”라며 “1968년 충남 서천 생. 고려대 법학과. 진경준-김정주 뇌물 사건에서 김정주에게 무죄 선고한 희대의 해괴한 판사”라고 이력을 짚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은 한국 사법계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국가 최고권력과 경제 최고권력간의 '결탁'에 대한 심판이다. 뇌물죄 특성상 직접증거는 많이 나올 수가 없다. 양측간의 친분이나 교감 등의 정황증거를 잘 헤아려야 한다. 국민들은 재판부의 생중계 불가 입장에 대해 "삼성의 이익과 처지만을 먼저 고려한 것"이라는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생중계를 통해 무죄판결을 내릴 경우, 그 저항과 반감이 상당할 것을 우려해 생중계 허가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적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의 문자 메시지 공개는 경제권력과 언론권력이, 또는 경제권력과 국가권력과 정보권력을 어떻게 물밑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또한 우리 사회에는 암묵적이고 묵시적인 돈과 권력간의 결탁과 이심전심 협력 네트워크가 이미 상당히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실증적 정황증거다. 판사가 직접증거가 없다고 하며 무죄를 내린다면 국민들은 물밑에서 작동하고 있는 돈과 권력의 썩은 유착관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돈만 있으면 탈법과 불법도 용인된다는 선례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판사는 우리 사회의 합리적 상식의 결정체다. 법적으로 판단하겠지만 그 법 또한 사회의 상식이 만들어논 최소한의 의사결정구조 틀안에 있다. '세기의 재판'이 '사기의 재판'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