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청와대 오찬 부실” 표현에 친문들 “송로버섯 캐비어 원했나” 뭇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26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뒤 난데없이 ‘곰탕’이 화제에 올랐다. 이날 식사는 곰탕이 주 요리로 나왔고 고구마밤죽, 삼색전(녹두 애호박 버섯), 김치, 깍두기, 과일 등이 곁들여졌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오찬에서 송로버섯, 샥스핀, 캐비아 등 호화 메뉴가 제공된 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논란은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식단 사진과 함께 “청와대 밥은 부실해도 성공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당청 의지는 식탁 가득 넘쳐났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기면서다.
그러자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부실해도’라는 표현을 두고 “반찬 투정을 했다”며 박 의원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은 '부실'이란 표현을 문제 삼아 "청와대 가서 반찬 투정을 하고 있다" "송로버섯, 캐비어를 원했나" 등의 비난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모두의 여유를 위해 ‘왜 곰탕이었나?’에 대해 제가 추측하는 이유를 농담으로 보태 본다”며 26일 청와대 오찬 메뉴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그는 “(역대 청와대) 식사 자리가 대통령과의 대화와 함께 진행되다 보니 소박한 음식마저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며 “저도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때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중 한 사람으로 초청받아 간 적이 있는데, 이야기를 듣느라 숟가락을 제대로 들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과거 청와대에서 나오는 길로 다들 청와대 주변 곰탕집이나 설렁탕집으로 몰려가 한 그릇씩 하고 헤어진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그래서 이번엔 아예 그런 일이 없도록 청와대가 곰탕을 내놨다고 하면 어떻겠느냐”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온라인상 논란에 대해 직접 의견을 밝힌 것을 두고 극렬 지지층에게 자제를 당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 지지층 일부는 지난 대선 때부터 의원 개개인의 사소한 의견 표명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악성 댓글' '문자 폭탄' 등을 보내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박 의원도 지난 대선 당시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작성한 '개헌 보고서'가 친문 진영 입장을 반영해 정파적으로 작성됐다는 비판 성명을 내는 데 동참했다가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시달렸었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