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영수증 버려주세요"…개인정보도 같이 버린다
"영수증 버려주세요."
직장인들이 신용카드를 쓰고 흔히 하는 말이다. 요즘은 신용카드 사인도 사용자가 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주인이 마음대로 하고, 그 영수증마저 그냥 임의대로 버려진다. 식당이나 카페들마다 휴지통에 영수증 뭉치가 한가득씩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일단 신용카드 사용자가 한국에 비해 많지 않고, 사인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해야 하고 영수증도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사인은 '가짜'로, 영수증은 그냥 버려진다.
카드 계산이 일상화되면서 종이 영수증이 발행 후 그대로 버려지는 등 낭비되고 있다. 종이 영수증 발행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환경오염, 경제적 비용 낭비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하루빨리 전자 영수증으로의 변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월 28일 환경부에 따르면 종이영수증 발급 건수는 2012년 기준 연간 약 310억건으로, 발행 비용만 약 250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20년에는 종이영수증 발급 건수가 1100억건을 넘어설 것으로 환경부는 추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발행되는 종이 영수증 10장 중 6장은 발행 즉시 현장에서 폐기된다. 종이영수증 쓰레기만해도 한 해 2만톤이 넘어 토양과 수질 오염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제조와 폐기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연간 5만5066톤에 달한다.
카드 결제를 한 뒤 종이 영수증을 받지 않는다는 나 모씨(26)는 "구매 내역과 금액을 카드 회사에서 문자로 바로 보내주기 때문에 따로 종이 영수증을 챙기지 않는다"며 "받아봤자 쓰레기만 되고 영수증을 만지는 게 몸에도 나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종이 영수증은 환경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영수증 용지(감열지)의 발색촉매제로 주로 사용되는 비스페놀A(BPA)는 환경호르몬으로,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염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영수증에 포함된 카드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있다. 멤버십 제도 활성화에 따라 소비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표기되는 경우도 있다. 개인 정보를 많이 담느라 영수증 용지의 길이가 길어지기도 한다.
종이영수증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는 모바일이나 메일 등에 저장되는 전자 영수증이 꼽힌다. 전자 영수증은 자원 낭비를 막고 △영수증 보관의 편의성 △지출 내역 관리 용이 △구매시간 단축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에게 전자영수증이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종이영수증을 모아 가계부를 쓰는 권현식씨(56)는 "가계부를 쓰기 때문에 영수증을 받아야 기억하기 쉽다"면서도 "종이영수증을 붙이면 가계부가 두꺼워지고 시간이 지나면 잉크가 지워져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전자영수증이 편하다고 해도, 나같은 중장년층에겐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자영수증을 사용하는 이모씨(29)는 "스타벅스, 이마트 등 모바일 영수증 앱이 있는 매장에선 이미 전자영수증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매장마다 앱이 달라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전자영수증 사업화를 주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업체마다 각각의 전자 영수증 앱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활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기술적·제도적으로 검토 중이다"라며 "지난해 전자영수증 표준 포맷을 이미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이영수증을 무작정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만 발급해 낭비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19년 이후에는 국내 모든 매장에서 전자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전자영수증 서비스가 확산되면 자원 절감 및 부가서비스 개발을 통해 2020년 기준 약 1조 2300억원 규모의 잠재 시장 규모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