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늦을 수도 있지” 서울역 역무원의 황당한 시민 훈계

2017-08-29     임석우


▲ 8월 28일 오전 지하철 4호선 수리산역과 반월역 구간 하행선에 전기공급이 끊겨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 사고로 하행선 선로를 상·하행선 열차가 번갈아 통과하느라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사진은 안산행 수리산역에 열차가 진입하는 모습.



“지하철이 늦을 수도 있는 거지…. ××××-5618, 당신 이름은 뭐요?” 


잦은 지연운행으로 시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이에 항의하는 시민에게 막말로 대응해 빈축을 사고 있다. 열차의 운행 상황을 시시각각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역의 당직자는 “우리가 어떻게 (열차 운행을) 일일이 확인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직장인 ㄱ씨는 지난 9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집이 평촌인 ㄱ씨는 야근을 마친 뒤 막차인 4호선 열차를 타기 위해 시청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11시58분에 시청역에 도착해야 할 구로행 열차는 0시1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고 답답해진 ㄱ씨는 급히 시청역 안내센터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답변은 그를 황당케 하기에 충분했다. “전철이 안 올 리 없다”는 것. 그러고는 이내 “잘 모르겠다”고 했다. 곧 열차가 도착한다는 첫 안내방송이 나온 것은 그로부터 몇 분이 지난 후였다. 미리 안내방송만 했어도 다른 역으로 가서 막차를 탈 수 있었던 ㄱ씨는 결국 택시를 이용해야만 했다.


며칠 뒤인 25일 ㄱ씨는 더욱 황당한 일을 당했다. 그날은 시청역에 정시에 온 1호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0시3분 서울역을 떠나는 4호선 산본행 열차가 10여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며칠 전 일이 떠오른 ㄱ씨는 서울역 안내센터에 전화를 했다. 





그러자 역무원은 0시3분행 열차가 지나갔다고 했다. 계속 그 자리에 열차를 기다리던 ㄱ씨는 말이 안 된다며 따져 물었고, 담당자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돌렸다. 다른 관계자의 입에서는 더욱 황당한 말이 나왔다. “버스도 툭하면 늦는데, 전철도 늦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 ㄱ씨가 항의하자 그는 “그걸 어떻게 일일이 확인하고 있느냐”며 언성을 높이고는 이어 ㄱ씨 전화번호를 부르며 “당신 이름을 대라”고 소리쳤다. 이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뒤늦게 들어온 열차를 타고 귀가는 했지만, 막차시간 무렵에 열차가 10여분 늦도록 안내방송 한 번 내보지 않고, 이를 항의하는 시민에게 되레 훈계를 하는 역무원에 대한 불쾌함은 씻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지하철 4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열차 지연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당 역에서 안내했어야 했지만 실수가 있었던 것이 맞는다”면서 “고객께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ㄱ씨는 “1호선 열차가 정시보다 늦게 운행해 서울역에서 4호선 막차를 놓치거나 2호선의 지연 운행으로 사당역에서 4호선 막차를 놓치는 일이 잦다. 이는 다른 호선 열차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시민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막차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열차 간의 연계와 안내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지하철 1호선은 28일 오전에도 운행이 지연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뉴스 피처링


철도선진국 일본은 열차 지연에 관한 한 거의 병적인 수준으로 자세한 안내와 정중한 사과를 한다. 역무원이나 차장이 직접 현재의 지연 상황을 실시간별로 상세하게, 그 이후 대처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의 안내를 해준다.


육성 안내방송의 예를 들어보겠다. 

 

'이 역은 **역입니다. 내리시는 문은 오른쪽이며, **방면으로 가시는 분은 **선으로, xx방면으로 가시는 분은 xx선, oo방면으로 가시는 분은 oo선으로 갈타십시오. 그리고 현재 aa선은 5분 지연되고 있는 점 양해바랍니다.'


'현재 **선 고장으로 *분 지연되고 있습니다. **방면으로 가시려는 분은 몇정거장 더가서 **을 갈아타는 것이 더 좋습니다.'


'현재 이 열차는 **분 지연되었으므로, 승객여러분께는 지연증명서를 발급합니다. 희망자는 개찰구에서 받아가십시오.' 이 지연증명서를 제출하면 회사나 학교에서 늦은 시간만큼 지각이 차감됩니다.



▲ 일본 도쿄 신주쿠역의 복잡한 모습.


 

일본은 큰역만 해도 무려 10개의 노선이 교차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또한 아침 출근시간대는 도심노선의 배차간격이 1-2분도 안되는 곳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한대에 문제가 생기면 후행열차가 줄줄이 지연되고, 여러가지 변수가 상당히 많다. 이런 정보를 승객에게 바로바로 전달해 준다. 그렇지 않으면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 뻔한 것도 있지만, 열차를 운행하는 사람들의 철저한 책임의식 때문이다. 이는 곧 그들의 자부심이며 시민들은 그래서 그들의 말을 잘 따르고 존중해준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철도문화는 일본에 비해서는 덜 성숙해있다.  승객의 편의에 관한 정보를 별로 알려주지 않는다. 웬만한 안내는 녹음방송으로 처리해 앵무새 같은 답변만 돌아오기도 한다. '무조건 일본이 좋다'는 게 아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할지라도 그게 승객의 안전과 편안한 여행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즉각즉각 그것을 안내해주는 서비스정신이 있어야 한다. '아, 좀 늦는데 기다려보라'는 식의 대응은 승객들을 화나게 할 뿐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