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살인한 10세 소녀 "쾌감 느끼려"···영국 뒤흔들었던 사건

2017-08-29     임석우




인천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파문은 컸다. 10대 여성이라는, 좀체 살인자로 떠올리기 힘든 조합이라 더 충격을 주었다. 미성년 시절에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죗값을 온전히 치르고 나온다 해도 여전히 앞날이 창창한 청년일 가능성이 크다. 미성년 범죄자에겐 얼마만큼의 책임을 지워야 하는 것일까. 또 그들의 개인 정보를 어디까지 보호해줘야 할까. 미성년 범죄자의 신상 보호, 그리고 세계의 형사 미성년 기준을 중앙일보가 보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주제를 다루기 위해선 만 10세에 살인을 저지른 영국 최연소 살인자 메리 벨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1957년 영국 뉴캐슬에서 태어난 메리 벨은 열 살 무렵 두 건의 살인을 저질렀다. 오로지 "살인의 쾌감과 흥분을 위해서"라는 이유여서 사람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다. 11살 생일을 딱 하루 앞둔 1968년 5월 25일, 4살 난 마틴 브라운이란 소년을 빈집에 끌고 들어가 목 졸라 죽인다. 하지만 소녀의 손힘이 소년의 목에 자국을 남길 정도로 강하지 않았고 옆에 약병이 놓여 있어서, 타살인지 알아채지 못한 채 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나흘 뒤 메리는 마틴 브라운의 집에 나타나 마틴을 찾는다. 마틴의 엄마가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리자 메리는 말한다.

 

"오, 그 애가 죽은 건 알아. 관에 담긴 모습을 보고 싶었어." 

 

메리는 두 번째 살해 시도를 한다. 두살 많은 단짝 친구이자 '똘마니' 노마 벨(가족이 아님)의 동생 목을 졸랐던 것이다. 하지만 노마의 아버지에게 들켜 뺨을 맞고 내쫓기게 된다. 메리는 그날 노마와 함께 분풀이를 하려고 유치원에 들어가 집기를 흩트리고 살인을 자백하는 노트를 남겨놓고 나온다. 

 

'우리가 마틴 브라운을 죽였다.' 'XX, 우리는 살인했어, 조심해 XX들아"





하지만 경찰은 자백이 아이들 장난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두달 뒤 다시 사건이 벌어진다. 두 소녀는 브라이언 호웨라는 세살짜리 소년을 숲에서 살해한 뒤 소년의 집 근처 쓰레기더미에 버린다. 이번엔 앞선 첫번째 살인과는 달리 사인이 명확했다. 목졸린 자국이 남았던 것이다. 메리는 소년의 배에 자신의 이름 첫 글자를 딴 'M'자를 면도칼로 새겼다. 또, 가위로 머리카락과 신체 일부를 자르고, 다리에 상처를 냈다. 

 

범행 흔적은 누가 봐도 어른의 것은 아니었다. 경찰은 동네 아이들을 전부 탐문한다. 그러다 메리와 노마가 걸려들게 된다. 나중에 조사관이 메리에게 왜 호웨를 죽였느냐고 묻자 메리는 이렇게 답한다.

 

"호웨는 엄마가 없어. 그러니깐 (죽어도) 그애를 그리워하지 않을 거잖아." 

 

노마는 메리가 범인이라고 증언한다. 또, 메리가 소년을 다치게 하지 말라는 자신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다고 말한다. 배심원들은 노마가 더 나이가 많았음에도 메리가 더 세속적이며 지배적인 기질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정신과의사는 메리를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판정한다. 판사는 "이 소녀를 수용할만한 병동이 이 나라에는 없다는 게 불행한 일"이라며 유죄를 선고한다. 반면 법정에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공범 노마는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메리 벨의 어머니 베티는 매춘부였다. 고객 중 한명이었던 전과자 빌리 벨과 결혼했다. 베티는 손님들이 어린 딸을 추행하도록 도왔다. 메리가 구속되자 살인자가 된 딸의 이야기를 영국과 독일 언론에 팔아 돈을 벌기도 했다고 한다. 법원은 이같은 성장 환경을 고려했고, 메리는 결국 12년만인 1980년 가석방된다. 법원은 또한 석방과 함께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었다. 메리는 새 이름과 신분을 얻어 새 삶을 시작했다.

 

메리는 첫 희생자 마틴 브라운의 16주기인 1984년에 외동딸을 낳았다. 딸은 엄마의 과거를 모른 채 자랐다. 하지만 1998년 언론 보도로 메리와 14살 난 딸의 정체가 드러나자 모녀는 이불 시트만 뒤집어쓴 채 집을 버리고 도망을 치게 된다. 이후 메리는 딸의 익명성을 보장받기 위한 법정 투쟁에 나선다. 원래 18세까지만 익명이 보장되었지만, 2003년 종신토록 보호해주라는 최종 판결을 끌어냈다. 소위 '메리 벨 명령'인 것이다.

 

1998년엔 벨은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책 『들리지 않는 비명: 왜 아이들이 살인하나(Cries Unheard: Why Children Kill)』에 도움을 준 대가로 5만 파운드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영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들기도 했다. 기자 출신인 책의 저자 기타 세레니(2012년 사망)는 재판과정은 물론, 메리 벨의 불우한 성장환경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나면서부터 사악한 사람은 없으며, 트라우마를 만듦직한 어린 시절의 환경 탓에 그렇게 변한다고 주장했다.

 

"나면서부터 사악한 사람은 없다" 

 

이 책이 나오자 미국 뉴욕타임스 북리뷰는 무엇이 어린 괴물을 만들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라는 톤의 리뷰를 남겼지만, 영국 언론들은 달랐다. 옵저버의 경우 저자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편에만 서서 합리화했다며 비판했다.

 

메리는 51세가 된 2009년 손주를 얻어 할머니가 되었다고 한다. 손주 역시 익명성을 보장받았다. 피해자 마틴 브라이언의 엄마는 당시 데일리메일에 "피해자에겐 살인자와 같은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메리 벨이) 아기를 볼 때마다 자신이 한 짓 때문에 우리 가족이 무엇을 잃었는지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살인자에게도 인격은 있다라는 말이 '메리 벨 명령'으로 구체화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가 사회에서 불편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정도와 그가 죽인 피해자의 가족들이 평생 슬픔속에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비교가 될 수 있을까. 이래 저래 씁쓸한 이야기다. 


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