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유시민 "5년형 선고 이재용측 망연자실? 표정관리 하는 것"
유시민 작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년형 선고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내놨다.
8월 31일 방송된 JTBC 리뷰 토크쇼 '썰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다뤘다.
먼저 박형준 교수는 "결과를 놓고 보면 뇌물죄의 증거는 흐릿하지만 '정경유착이 죄'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결국 정경유착에 대해 단죄를 한 꼴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리적으로 완벽하게 판결의 논리를 구축한 게 아니라 빈틈이 있다. 논쟁이 많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이 있어서 법리적으로만 보면 삼성은 '이거 이길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을 것"이라고 짚었다.
유시민 작가는 "형식상 보면 특검은 한숨 돌렸지만 형량이 불만이고, 변호인단은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그게 아니다"라며 "총 3라운드 중 1라운드에서 (이 부회장 측이) 한 점 진 것일 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묘한 느낌이 있다"면서 "재판부가 법리에 100%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양형에 대해 엄청난 고려를 했고, 양형을 고려하면서 법리가 영향을 받은 판결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뇌물공여, 재산국외도피, 횡령, 국회 위증, 범죄수익은닉을 다 유죄로 인정했지만, 그때마다 액수를 줄여줬다"며 "재산국외도피액이 50억 원이 넘으면 특가법 때문에 최소 형량이 10년이 되는데, 그 형량이 너무 세다고 판단해 낮추려다 보니 사실 관계를 재구성한 게 아니가 싶다.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완벽하게 범죄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넣고, 다소 미비해 보이는 건 제외했다. 5년형까지만 줄 수 있도록 사실 관계를 재구성 한 것 같다"며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유죄가 났지만 지금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거다. 아마 항소심에서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유 작가의 말에 박 교수는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작량감경'이다. 정상참작해서 형량의 절반을 감경할 수가 있는데 3년 이하 징역은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며 "그렇게 될 여지도 이번 재판에서 남겨졌다. 진검승부는 2심에서 하도록 판을 열어 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유 작가는 "재판부에서 피고인에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까지 다투어볼 수 있는 기회와 법리가 어디가 헐거운지에 대한 시사점까지 다 담아서 판결했다고 본다"고 말을 보탰다.
한편 박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판결 이전에 재심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또한 그는 "이재용 재판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며 "미르·K 스포츠 재단에 (뇌물을) 줬다는 부분은 무죄로 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도 제3자 뇌물죄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 뇌물죄는 공여죄가 인정됐기 때문에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유시민 작가의 견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판사가 검찰 구형 12년에 비해 턱없이 낮은 5년형만 때린 것에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특검이 유죄를 받은 것보다 형량이 낮은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던 것도 이 양형이 2차 항소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게 유시민 작가의 해석이다. 실제 싸움은 항소심에서 결정이 나기 때문에 5년형만 받았다면 2심에서 무죄가 되거나 집행유예로 '감형'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우려' 때문에 검찰 구형량에 비해 5년 양형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정의당 등 일부 야당에서도 제기되기도 했다. 판사가 국민적 여론이 막대한 이번 1심 재판에서 유죄를 내리긴 했지만, 양형을 낮게 줌으로써 2심에서 충분히 무죄나 집행유예를 받을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 '음모론적인' 해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논거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검찰이 2심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더 찾아내거나 또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