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내부 정보로 주식거래 의혹, 금융위 조사예고 ‘결정타’ 된 듯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49)가 1일 자진 사퇴한 데에는 비상장사 주식 매매를 통해 거액의 차익을 올린 것을 놓고 각종 의혹이 제기된 것이 결정타였다. 여론이 극도로 악화하고 금융위원회의 조사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더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8일 재판관에 내정된 지 24일 만에, 28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나흘 만의 사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차관급 이상 공직 후보자 중 5번째 낙마자다.
인사청문회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가 지난해 2월 갖고 있던 주식은 2억9000여만원이었으나 재판관에 내정된 후 신고한 주식은 15억1000여만원에 달했다. 1년6개월 사이 12억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주식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년도 안돼 12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다는 것에 대해 '분명히 뭔가가 있다'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이 후보자가 ‘가짜 백수오’ 파동을 겪은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매매해 5억3000여만원을 벌어들인 것이 가장 논란이 됐다. 그는 2013년 5월 내츄럴엔도텍이 비상장사일 때 주식 1만주를 2억2000만원에 사들였다. 이 회사는 다섯 달 뒤 상장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고, 2015년 4월 가짜 백수오 파동이 나기 직전 9만1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파동이 터지자 최고점 대비 약 10%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2014년 1월과 8월 보유 주식을 매도했고, 같은 해 9월 이 회사 주식 570주를 다시 사들인 뒤 이듬해 5월 모두 팔아 치웠다. 상장 수개월 전 주식을 한 번에 대거 매입하고, 상장 후에는 무상증자로 2만4000주를 받은 사실에 비춰 ‘미리 회사 내부 정보를 알고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사청문회 때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내부자 정보를 얻은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이 후보자는 “함께 일하는 윤모 변호사가 상장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해 주식을 샀다. 내부자 거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와 윤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이 내츄럴엔도텍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한 적이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의혹은 더 커졌다.
이 후보자는 반도체 및 LCD 장비 제조업체인 미래컴퍼니 주식 매매로도 거액을 벌었다. 그는 2016년 3월부터 약 2억원을 투자해 이 업체 주식을 사들였고 올해 4월 최고점 수준에서 팔아 치웠다. 매도 이후 미래컴퍼니 주가가 급락하자 이 후보자는 다시 주식을 사들였다. 이후 주가가 재차 상승하면서 이 후보자는 총 4억원가량 이득을 봤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2016년 3월쯤 지인으로부터 미래컴퍼니가 좋은 회사이고 전망도 좋으니 주식에 투자할 것을 권유받아 매수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을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2005년 8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로 전입한 이 후보자 가족은 이후 이 후보자 모친 명의로 분당 아파트 전세 계약을 체결했고, 자녀는 2007년 1월, 이 후보자 부부는 같은 해 8월 분당 아파트로 각각 전입했다. 당시 청담동 아파트는 2년 이상 거주해야 양도세를 면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후보자 부부가 일부러 주소 이전을 늦춰 2년을 채운 뒤 세금 1억4000여만원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애초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자리 제안을 덥썩 받은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2년도 안 돼 거액의 주식투자 차익을 남긴 사례가 과연 몇이나 될까. 부를 증식한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부정한 방법이나 조금이라도 자신의 직책을 이용한 유리한 정보를 받았다면 그것은 분명히 공직자의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 돈도 많은 사람이, 권력에 명예까지 챙기려 욕심을 부리다 결국 자진사퇴라는 추한 이미지를 남기고 말았다. 이 후보자는 금감위의 조사도 예고돼 있어 그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