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포스터' 만든 이제석, 국민의당 패배 원인 지목에 보인 반응
국민의당 대선평가보고서에서 안철수 대표의 지난 대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이제석광고연구소의 이제석 대표가 '좋은 상품은 광고가 필요없다"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국민의당은 1일 대선평가위원회가 작성한 '19대 대통령 선거 평가보고서'를 공개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정치 경험이 전무한 특정인에게 모든 홍보를 맡긴 점"을 실패 원인 중 하나로 언급했다. 손 수석대변인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대선평가보고서에는 이제석씨의 이름이 그대로 나온다. 보고서에는 "정치홍보 경험이 전혀 없는 이제석이라는 개인에게 모든 홍보를 맡기고 전권을 부여했다"며 이씨를 지적했다.
이에 이제석씨는 1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광고계에 이런 격언이 있다. 좋은 상품은 광고가 필요 없다"며 "광고는 뒷자리일 뿐이다. 좋은 상품은 광고 안 해도 잘 팔린다"고 밝혔다. 또 "안철수씨 개인과 친분이 있어서 광고 자문을 맡았을 뿐 그걸 패인으로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단언컨대 두 번 다시 국민의당을 도와줄 생각이 없다. 전화도 하지 말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제석 대표는 '광고 천재'로 불릴 정도로 광고계에서 유명한 실력파다.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인 '원쇼 페스티벌' 최우수상, 광고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클리오 어워드' 동상 등 1년간 국제 공모전에서 29개의 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런 이 대표가 맡았던 안철수 대표의 대선후보시절 포스터는 파격 컨셉이라며 당시 화제가 됐다. 주로 후보의 상반신 클로즈업 사진과 소속 정당, 기호 등을 넣는 일반적인 포스터와 달리 양팔을 들고 있는 안 대표의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포스터에 당명이 빠진 것을 두고 "나이키 운동화에 '나이키'라고 쓰여있느냐"라고 말하며 "안철수 후보 측이 처음 가져온 안에 너무 많은 글씨가 있어 텍스트를 최대한 제외하고 이미지로 의미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본질을 바라볼 때 목소리나 이미지 등으로 여러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가 펴낸 보고서에 대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이제석씨의 광고 실패를 짚은 바 있다. 국민들은 과연 '이제석 광고 때문에 안철수가 대선에서 패배했다'라고 생각을 할까. '좋은 상품은 광고가 필요없다'는 광고쟁이의 말도 이율배반적인 얘기이면서, 감정적인 대응이긴 하다. 하지만 특정인을 지적해 패인의 원인을 돌리는 것 또한 무책임한 발상같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