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여파…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 청원, 1만명 돌파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에 대한 전말이 속속 알려지면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일단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일 오후 8시 30분쯤 부산 사상구 한 공장 앞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 부산 모 여중생 3학년 A(14)양 등 2명은 다른 학교 여중생 2학년 B(14)양을 마구 때렸다. '평소 선배에 대한 태도가 불량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셋은 가출하고 어울려 지내다 알게 된 사이였다. 공장 주변에 있던 철골 자재, 소주병, 의자 등으로 폭행을 당한 B양은 뒷머리와 입안 등이 찢어져 온몸에 피가 흘러내렸다.
가해자인 A양 등 2명은 범행 직후 현장을 떠났다. 피를 흘리며 길을 걷던 B양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B양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중상은 없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양 등은 범행 당일 오후 11 시 50분쯤 인근 치안센터를 찾아가 자수했다.
사건은 A양 등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있던 B양의 사진을 소셜미디어로 전송하면서 퍼졌다. A양 등은 아는 선배에게 사진을 보내고 "심해?" "(감옥에) 들어갈 것 같아?"라며 처벌에 대해 걱정하는 대화를 나눴다. 이 대화는 소셜미디어에 '부산 사하구 여중생 집단 특수 상해'라는 제목으로 금세 확산됐다. 태연하게 사진을 보여주며 '심해?'라고 묻는 대화내용에 네티즌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이 대화는 급속히 확산됐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A양 등 2명을 상해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공개한 사람으로부터 A양 등이 가해자임을 확인했다"면서 "피해 여중생의 관련 진술을 받았고, 가해 학생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부산 사하구 여중생 폭행사건'의 여파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를 주장하는 글이 게재됐고, 동의하는 인원이 하루 만에 1만명을 돌파했다.
3일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드시 청소년 보호법은 폐지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 글에 4일 오전 8시 현재 1만7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청소년 보호법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청소년들이 자신이 미성년자인 걸 악용해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성인보다 더 잔인무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며 최근 일어난 부산 사하구 여중생 사건뿐 아니라 대전 여중생 자살사건,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 등의 과거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기사화된 것들은 그나마 가해자들이 경미한 처벌이라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범죄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대인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고 평생을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가는데 가해자들은 청소년이란 이유로 고작 전학, 정학 정도로 매우 경미한 처분을 받고 사회에 나와 과거의 행동들을 추억거리로 무용담 삼아서 얘기하며 떳떳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엄청나게 많은 학생을 일일이 감시하기 힘든 거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법이라도 정말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미한 폭행이나 괴롭힘, 따돌림이어도 구체화하고 세분화해 징계를 내려야 그나마 줄어들 것이다. 청소년들이 어리다고 할 수만은 없는 시대가 왔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서는 '청소년 보호법 폐지'를 주장했지만 실제로 청소년의 범죄 처벌에 제한을 두는 법은 '소년법'이다. 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에게 해가 되는 매체물이나 약물, 유해업소 출입 등을 규제하는 법이며 현행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 소년범에게 최대 형량을 제한하는 소년법 특례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소년법의 취지는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통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지만 이번 사건처럼 잔혹 범죄는 예외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성숙한 아이에게 '아직 어려서'라는 이유로 일종의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소년법의 형량완화·형량상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이 법안은 지난 8월 1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 청소년에 의한 범죄가 점차 극악해지고 있다. 이번 사건도 단 한장의 사진이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