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졸음버스' 공포증..."룸미러로 뒤차 계속 확인 버릇"
최근 고속도로의 졸음 버스 사고가 급증하면서 운전자들도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앞에서 오는 게 아니라 뒤에서 속도를 못이겨 덮치기 때문에 웬만해선 사고대비를 할 수도 없다.
고속도로를 자주 운행하는 운전자들은 "졸음운전 사고 영상을 본 뒤부터 (도로에서) 버스나 트럭 같이 큰 차가 따라오면 무서워 차선을 변경하게 돼요. 정부가 졸음운전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지만 해결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최근 졸음운전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7월 졸음운전 방지책을 발표한지 두달도 채 안돼 일어난 만큼 국민들의 운전 중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양한 방지책을 발표했지만 도입 시기가 늦어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디지털운행기록계 상시 제출 대상 추가, 사업자 등의 관리·감독 강화 등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일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발표한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 관련 법 개정은 내년을 목표로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책에는 △운전자 근로여건 개선 △첨단안전장치 장착 확대 △안전한 운행환경 조성 △안전 중심의 제도기반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내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잇따라 졸음운전 추정 사고가 발생, 국민 안전을 위해 조기시행 가능한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부는 내년 예정됐던 기존 고속·시외버스의 전방충돌경고기능(FCWS)을 포함한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장착을 연내로 앞당기기로 했다.
하지만 반복된 사고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35)는 "정부가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내놨지만 잇따라 졸음운전 사고가 발생, 운전 중 불안감이 커졌다"며 "사이드미러, 룸미러 등을 통해 버스가 뒤따라오는지 계속 확인하는 버릇이 생긴 지인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속도로 버스 공포증이라는 말도 있다. 정신적인 충격이 크다"며 "정부가 첨단안전장치 등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매번 같은 사고가 반복돼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여건 개선과 함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전자 휴게시간에 대한 명확성이 떨어진다. 운행 준비 시간도 이에 포함될 수 있어 문제"라며 "근무 여건 등을 고려, 주단위 운전 시간도 제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업용 차량이 디지털운행기록계를 제출할 경우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고 예방 수단으로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성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부장은 "휴게시간 등의 내용이 담긴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실태조사를 제대로 실시하고, 관리·감독만 잘해도 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노선버스의 디지털운행기록계 주기적 제출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제출 대상 확대는 미정이다.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고속버스 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대형사고가 되고 인명피해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