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08명, 북한 6차 핵실험날 경계강화 발령 속 골프 논란
민주당 이재정 의원 공개…작년 1월 4차 핵실험 이후 비상 상황에 268명 경찰골프장 이용
여당 의원이 경찰의 '근무기강'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자료제출 결과를 인용,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북한이 핵실험을 한 날 경찰관 268명이 골프를 쳤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11일 경찰청이 제출한 ‘용인·아산 경찰체력단련장(경찰골프장) 계급별 이용자 및 비상근무 발령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난 3일 오후 경기 용인시 경찰체력단련장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골프 복장을 한 경찰관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클럽하우스 옆 주차장은 이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가득 찼다. 비슷한 시간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경계강화 지시가 떨어졌지만, 이들에게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경향신문은 수도권 지역 한 경찰관의 말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당장 무슨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라운딩을 했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는 비상 상황에서 경찰은 ‘골프 삼매경’에 빠져 있던 것이 드러나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지난 3일 용인·아산 경찰골프장 2곳에는 경찰관 208명이 골프를 쳤다고 한다. 주말인 이날 경찰관들은 각각 오전·오후 팀으로 나뉘어 일몰 때까지 라운딩을 했다. 지난해 9월9일 5차 핵실험 때 54명, 그해 1월6일 4차 때 6명이 골프를 쳤다. ‘을호 비상’이 발령된 지난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15명이 골프를 쳤다. 계급별로 보면 주로 경위~경정 등 중간 간부급이 70%를 차지했으며 경사급 이하 하위직은 13%에 불과했다.
자료를 제출받은 이재정 의원은 “국민은 안보위기 상황에서 불안에 떠는데 경찰은 간부부터 앞장서 골프를 즐긴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비상 발령 시 경찰골프장 운영 및 이용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경찰청은 즉각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난해 1월6일부터 현재까지 1년9개월째 전국에 경계강화를 발령하고 비상근무 중이다. 경계강화는 5단계의 비상발령(갑호·을호·병호·경계강화·작전준비태세) 중 4번째 단계로 발령 시 전 경찰관은 비상 연락 체계를 유지하고 경찰 작전부대는 즉각 출동 대기 상태에 들어가야 한다. 지휘관 및 참모는 유사시 1시간 내에 현장 지휘가 가능한 ‘위치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면서 사실 군과 경찰의 지속적인 경계근무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이 자발적으로 발령한 4단계 경계강화 조치를 해제하든지, 엄연히 자신들이 '비상'이라고 해놓고 대응하는 태도는 너무도 일상적이고 편안해보인다. 이 자료도 여당 의원이 경찰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것이다. 오죽했으면 여당 의원이 경찰의 근무기강 지적까지 하는 것일까. 경찰의 자성을 촉구한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