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로, '강경화 은발' 두고 "하얀 머리가 멋있다" 발언 논란
북한 핵 도발로 시국이 비상상황이라 해도 무리는 아닌데, 국회에서는 '은발' 타령으로 날을 새고 있다. 이런 소모전도 없다. 성차별적인 농담을 장관 기죽이기 식으로 하는 의원의 자질도 형편없지만, 이에 득달같이 대들어 기여코 정쟁을 야기하는 여권 또한 그리 책임있는 자세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9월 12일 국회에서 진행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은발 머리를 놓고 여야 간 말다툼을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이 강 장관에 질의를 하면서 은발을 언급한 것이 발단이었다.
김 의원은 강 장관에게 “하얀 머리가 멋있다. (인기가 있어) 여성들의 백색 염색약이 다 떨어졌다고 한다”며 “외교가 그렇게 잘 돼야죠”라고 했다.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부적절한 발언이다” “사과하라”는 말이 나왔지만, 김 의원은 “아니, 나한테 무엇을 사과하라는 거냐. 남의 질의 시간에 떠들지 마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질의 시간이 남아있지 않자, 김 의원은 강 장관에게 정책 관련 질의를 하지 않은 채 “다 됐다. (국무위원석으로) 들어가 달라”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 목소리도 더 커졌다. “우리가 떠들다니!”, “정책 질의는 하지 않고 여성비하한 거 아니냐”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김 의원도 “뭘 사과하라고 하나”, “의원들이 소리 지르면 다냐. 여성비하 안 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발언을 마치자 다른 야권 의석에서는 “잘했어요” “국민의당이 잘한다”라는 응원도 나왔다.
이후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이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 공지를 통해 “김 의원이 강 장관에게 한 머리카락 색 관련 언급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당사자인 강 장관에게 사과했다”며 “강 장관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의원님이) 질문을 해주셨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이 마무리된 후 강 장관에게 다가가 “그런 뜻(여성비하)은 없었다. 머리가 하얘서 (말한 것 뿐이다)”고 사과했다.
한편 김중로 의원의 성희롱성 발언에 대해 네티즌들은 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김중로 의원 실명까지 거론하며 “국회의원 김중로?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인데, 이 복잡하고 엄중한 한반도상황에 국회 외교안보 대정부질문에서 여성 외교장관을 향해 머리 색깔이 이뿌다는 둥. 그동안 존재감없이 어디 계시다 갑작스레 나타나 확 깨는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참 어이없습니다. 사과하세요”라고 일침했다.
트위터 아이디를 본명으로 사용하는 듯한 ‘임**’은 “궁물당(국민의당의 세칭) 김중로 별 한개 예편한 군인 출신이군요. 강경화장관 성희롱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 군대 곤조인듯 하내요. 이 인간 문준용 취업 논란 때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 지지자들에게 포털 사이트에서의 검색어 순위 조작을 지시했든 인간입니다. 존* 저질인듯”이라고 김중로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세금 아깝습니다. 국회에서 금빼지 달고 질투하고 비꼬지 마세요". "김중로 의원도 머리 이쁘게 잘 벗겨 졌다", "할말이 그렇게 없냐", "이런 생각이 결국 '애기 잘 낳겠다', '남편이 좋아하겠네', '한 잔 따라봐라', '한 번 준다고 닳아 없어지냐' 하는 놈들의 뿌리"라고 비판했다.
김중로 의원은 육군사관학교를 30기로 졸업해 1974년에 임관했다. 동기로는 이상의 합참의장이 있다. 육군3사관학교 교수부장과 제70동원사단(사단장이 준장)의 사단장 등을 지낸 뒤에 준장으로 전역했다. 준장 때 50대의 나이로 마라톤을 완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2년 대선출마할 때 내일포럼에 속해있었고, 국민의당 창당 당시에 발기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정치적으로 안철수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의 특보단장을 맡기도 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10번을 부여 받았다. 이는 당선권에는 들어가지 못한 순위였다. 하지만 20대 총선 국민의당 비례대표 득표율이 좋게 나와 13번까지 당선되는 대파란을 일으키면서 당선되었다.
그는 국민의당에서는 그가 유일한 군 장성 출신이다. 김중로 의원은 지난해 의원에 당선되었을 때한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는 사람이 굉장히 유해 보인다. 시골 아저씨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어떤 면에선 강단이 있다. 21세기의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런 안 대표와 궤를 같이 하고 싶었다"며 "지금은 국민이 국회를 걱정하는 단계까지 되지 않았나.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해 국민이 국회를 고마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중로 의원의 이번 성차별적 발언은 안철수 대표에게도 타격을 주고 있다. 국민의당을 대표하는 군 출신이고 현재 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 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쓸데없는 발언으로 당의 안보 대처능력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앞으로 북한 핵도발 발언을 할 때마다 '강경화 은발 조롱'은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지금과 같은 안보정국에서 김중로의 말발이 얼마나 먹힐지, 국민의당으로서도 손해 막심한 '구설'이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