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블랙리스트' 최대 피해자 김민선의 잃어버린 10년
MB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문성근이 후배 연기자인 김민선을 언급했다.
18일 이명박 정부 시절 운영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피해자 중 한 명인 배우 문성근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국정원이 음란물을 제작 배포했다는데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며 ”김민선이 최대 피해자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수는 방송 출연이 안 되면 콘서트를 열면 되지만, 배우는 혼자 할 수 있게 없다. 배우로서 연기력도 키우고 할 꽃다운 나이를 다 날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문성근은 김민선과 직접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피해 상황을 증언하는 것도 두려워하더라. 국정원이 공작해 그를 공격했던 논조가 아직도 남아, 공작은 빠져도 일반 누리꾼들은 여전히 공격적이다. 두렵고 힘들어 나올 생각을 못하더라. 피해 여성을 격려해주시고 악성 댓글을 그만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재임 초기인 2009년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이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압박했다. 당시 목록에 오른 배우는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영화감독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방송인 김미화, 김제동, 김구라, 가수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이다.
김민선은 지난 2008년 5월 개명 전 김규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당시 미니홈피에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 것이 낫겠다”라는 글을 올려 지적한 바 있다. 김규리는 개명한 이유에 대해 “원래 집에서 불리던 이름이다. 평소 김규리라는 이름으로 불렸기에 자연스럽게 개명하게 됐으며 새로운 이미지로 출발하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김민선은 굵직한 상업영화 대신 독립영화 등에만 출연해왔다. 문제의 발언 뒤 일부 네티즌들의 표적이 되었고,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반면 '원조' 김규리는 2013년 영화 ‘어디로 갈까요’ 이후 활동을 멈추고 있다.
한편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밝힌 ‘MB정부 시기의 문화ㆍ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건’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수시로 여론 주도 문화·예술계 내 특정 인물·단체의 퇴출과 반대 등 압박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원 전 원장은 문화 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을 대통령에 대한 언어테러로 명예를 실추, 좌성향 영상물 제작으로 불신감 주입, 촛불시위 참여를 통해 젊은 층 선동 등을 퇴출 이유로 들었다.
김민선은 최근 자신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고단했던 지난 10년 시절을 회상하는 심경글을 남겨 시선을 집중시켰다.
김민선은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관련 뉴스 화면의 캡처사진을 올리고 "이 몇 자에 나의 꽃다운 30대가 훌쩍 가버렸다. 10년이란 소중한 시간. 내가 그동안 낸 소중한 세금이 나를 죽이는데 사용됐다니.."라고 개탄했다.
민주사회라면 양심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쏟아낼 수 있다. 그것이 정권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피해를 입는다면, 이는 민주사회가 아니다. 김민선의 발언 그 자체에 대한 팩트 여부는 대중이 판단할 일이다. 정부에 역행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다시는 이와 같은 피해사례가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적폐'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김민선의 '잃어버린 10년'은 누가 되찾아 줄 것인가.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