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장관, "문정인 안보특보는 학자 입장에서 떠들어...개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9월 18일 돌출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문정인 대통령 안보특보에 대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는 않아 개탄스럽다”고 거친 언사로 비판한 것이다. 국방부장관 스스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불안정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이런 날선 발언이 사석에서도 아니고, 공개된 국회 국방위 자리에서여서 '의도성'이 짙게 담긴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송 장관은 18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질문에 “문정인 교수는 본래 제가 입각하기 전에 한 두번 뵌 적이 있지만, 자유분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저하고는 상대할 사람이 아니구나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특보가 앞서 북한 핵동결 대가로 한 한미 군사훈련 축소 필요성을 주장하고, 송 장관의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 언급에 대해 “상당히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 같다” “(북한이) 우리 대통령한테 참수작전을 하겠다고 하면 가만히 있겠느냐”고 표현한 것에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송 장관은 이날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한 발언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들었다.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서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가, 청와대 경고를 받고 입장을 바꾼 것이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송 장관은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해 검토한다고 하다가 대정부질문 때는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바뀌었다’고 지적하자 “안보를 위해 모든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고, 대정부질의 때는 검토를 안했다고 답한 것으로 모순이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정책과 미국의 핵무기억제정책에 동의하면서 다시 판단할 때는 그런 검토(전술핵 재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라며 “그것을 지렛대로 해서 미국의 핵억제확산 자산 배치, 그런 것을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이 이같은 발언을 이어가면서 “미국 사람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말인지를 못 알아듣겠다”(김동철 의원), “장관은 일관된다고 볼 지 몰라도 국민은 오락가락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한국당 백승주 의원) 등 비판이 나왔다.
이날 송 장관은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과 관련해 “통일부로부터 지원 시기는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다만 송 장관은 이같은 지원 정책에 대한 국방부 입장을 묻는 한국당 김학용 의원의 물음에는 “제가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이 송 장관의 답변을 사실상의 ‘답변 거부’로 규정해 사과를 요구하자 송 장관은 “통일부 장관이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고 다음 답변으로 이어가려고 했는데 (발언이) 잘렸다”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정치권에서는 송 장관의 발언이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정인 특보가 자신의 안보행보에 딴죽을 건 데 대한 강력한 반박 의사의 표시다. 하지만 이보다는 문재인 정부 내에서 거의 홀로 '매파'에 가까운 그가, 이번 기회에 좀 더 강력한 매파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송 장관은 전술핵 배치를 소신있게 주장했다가 문 대통령의 공식 부인을 듣고 국방장관으로서 입지가 위축된 측면이 있다. 여기에다 문정인 특보마저 국방부의 '참수작전'을 평가절하하고 공격한 것도 '반격'의 구실을 주었다는 평가다.
현재의 한반도 안보 위기에서 볼 때 송 장관은 국방부장관으로서 충분히 강경한 입장을 쏟아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북한의 거센 도발 때문에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내분 조짐은 문 대통령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현 정권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참모들의 설화다. 정제되고 조율되지 않은 이견들을 권력경쟁 차원에서 표출한다면, 이는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더구나 이런 갈등들은 야당에게도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된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사이, 송영무 장관의 발언은 여권 외교안보 라인의 갈등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더 이상의 이견 표출은 안 된다. 갈수록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려운 숙제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