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정인 안보특보 비판 송영무 장관에 '엄중 주의' 조치 왜?

청와대는 19일 전날 국회 국방위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비판한 송영무 장관에 대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 수석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송영무 국방장관의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과 관련,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에 대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질문에 "지원 시기는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답했다.

송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정부 내 난맥상이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부재중인 사이에 이런 갈등을 노출시킨 것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도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청와대 대변인도 아닌 국민소통 수석이 직접 주의조치를 내렸다고 발표까지 했다.

청와대의 이번 송영무 국방부장관에 대한 공개적인 '주의조치' 발표는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한반도 안보 위기상황인, 바로 이 시점에서 국방부 장관은 그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핵심 인사다. 전투의 중심에 나가서 한창 싸우고 있는 장수에게 사기진작을 시키지는 못할망정, '벌'을 내린다는 것은 청와대로서도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송 장관의 발언 하루만에 이례적으로 국민소통 수석이 직접 이 문제를 컨트롤 한 것은 송 장관의 '설화'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송 장관의 안보대응 능력에 대한 회의가 아니라, 그가 내각의 한 일원으로서 행동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외교안보라인의 조직력과 화합 능력에도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이건 송 장관의 '능력' 문제다.

사실 송 장관은 청와대 참모들과도 민감한 관계에 있지 않느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송 장관은 지난달 국방부 업무보고 과정에서도 분위기 파악을 못해 눈총을 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송 장관이 업무보고에 앞서 청와대에 처음 올린 보고서가 고작 3장에 불과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단단히 준비하며 잔뜩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어이가 없어 혀를 찼다는 후문이다"라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업무보고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송 장관의 행동은 구설에 올랐다. 문 대통령이 이런저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시사항을 전달하자, 송 장관은 뒤에 배석한 군 관계자들에게 다시 지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면전에서 지휘관 행세를 한 셈이다. 보통 윗사람이 회의를 주재할 때는 그 사항을 회의가 끝난 뒤 따로 부하들에게 지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각에서는 '송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문 대통령과 송 장관은 '어려운 시절'을 같이 겪어오면서 일종의 '동지의식'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송영무 장관은 2006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에 의하여 해군참모총장으로 발탁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이었고, 송 장관을 해군참모총장에 추천한 주인공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렇게 남다르다.

하지만 송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08년 3월 임기를 8개월 이상 남겨둔 채 해군참모총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문 대통령이 2012년 제18대 대선에 출마하면서 다시 이어졌다. 송 장관이 문재인 캠프에서 '담쟁이 포럼' 회원으로 참가해 국방안보분야의 주요 이슈와 공약을 다듬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2년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노골적인 대선 개입 등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그렇게 또 다시 헤어진 두 사람은 2016년 봄 문 대통령이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경남 양산 자택에서 만났다. 장시간의 토론 끝에 다시 한번 뜻을 함께 하기로 결의를 다졌다. 특히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 의해 쌓인 국방분야 적폐청산에 대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때는 문 대통령이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은 됐지만 바로 전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정치적 미래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어두운 시기였다. 이런 어려운 때 송 장관은 과감하게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았고, 오늘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이런 부침의 역사 때문에 서로 느끼는 감정도 남다를 것이다. 송 장관이 9월 18일 사석도 아닌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의 상징과도 같은 문정인 연세대 교수를 공개 저격한 것은, 문 대통령과의 '사적인 빽'을 믿고 내질렀던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의 즉각적인 공개 주의조치가 나왔다. 물론 문 대통령의 강한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송영무 장관의 위상은 떨어지고 외교안보 라인 수장으로서의 힘도 빠질 수밖에 없다. 권력은 상당히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대통령과의 거리에서 멀어졌다는 시그널이 보일 경우 그 인사의 '말빨'은먹히지 않게 된다.

문제는 현 시국이 국방부 장관의 많은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 장관이 안보특보를 '까고', 그것에 대해 청와대가 공개 주의조치를 하는 일련의 과정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좋지 않은 '불안 시그널'이다. 이는 송 장관이 '자중'해서 될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장점인 '토론'을 통해 '일'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

자칫 송 장관의 입만 틀어막을 경우, 이는 외교안보 라인끼리의 '뒷담화 전쟁'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한반도의 정세는, 외교안보라인이 뒷담화에 신경을 쓸 만큼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서로의 자중이 아니라 개방된 토론을 촉구한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