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의자’에 학생 앉히고 고속도로 질주한 통학버스

2017-09-19     성기노




충남 서산 소재의 한서대학교 통학버스가 학생을 플라스틱 간이 의자에 앉힌 채 고속도로를 질주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버스 회사 측이 사과했지만 학생들의 공분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페이스북 페이지 ‘한서대학교 대나무숲’에 “학교에서 출발한 신도림행 버스노선의 만행을 알리고 싶다”는 한 통학생의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통학버스의 갑질이 날로 심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만 했지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통학버스에 학생을 입석으로 태우다니, 돈 내고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통학버스 복도에 놓인 플라스틱 간이 의자를 촬영해 올렸다. 글쓴이는 “음식점 대기할 때 앉으라고 주는 빨간 의자가 보일 텐데, 출입문 쪽에 앉은 학생도 있었다더라”며 “자리가 없어서 그랬다는데 이럴 거면 좌석 예약은 왜 했고, 수수료는 왜 5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렸냐”고 지적했다. 이 학교의 통학버스는 인터넷 지정석 예매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 학생 말고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통학한 학생들의 후기가 이어졌다. 한 학생은 통학버스 자리를 예약하고 신도림행 통학버스를 타려 했지만 '만석'이라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당했고, 이후 신도림 인근 휴게소에서 버스 기사가 내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통학했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어쩔 수 없이 그 의자에 앉아 40여분을 이동해야 했다”며 “출발, 정거할 때마다 몸에 힘을 주어 버텨야 했고 너무 불편했다”고 했다. 




사건 발생 이후 통학버스 업체는 사과문을 냈다. 업체는 “현장 관리자의 미숙한 판단으로 사건이 발생하게 됐고 해당 관리직원을 엄중히 문책했다”며 “앞으로 입석운행이나 학생들의 안전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어떠한 요소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는 학교 측의 통학버스 노선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버스 회사측이 이익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학생들을 태우는 행위는 일견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학생들이나 이를 본 네티즌들이 분노하는 것은, 회사와 버스기사가 가지고 있는 '안전의식'이다. 최근 들어 버스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학생들을 더 태우기 위해 포장마차 의자에 앉혀 고속도로를 운행한 사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학생들을 오로지 '돈'으로만 보는 회사와 기사의 얄팍한 상술과 안전 불감증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만약 저 상태에서 급정거라도 하게될 경우 앉은 학생은 창밖으로도 튕겨져 나갈 위험성도 있다. 한심하고 무식한 작태다. 관계당국의 강력한 대응과 시정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