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 성추행 혐의 피소,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누구인가?

2017-09-20     임석우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사진)이 여비서를 성추행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1일 김 회장의 비서로 근무하던 30대 여성 A씨가 김 회장을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김 회장이 사무실에서 상습적으로 자신을 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피해자는 회사를 그만뒀으며 추행 영상과 녹취록을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물을 조사하는 등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은 향후 피해자의 진술 및 관련 증거조사를 마친 뒤 김 회장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일부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이고 강제성이 없었다"며 "A씨가 동영상을 내보이며 '100억원 플러스 알파의 돈을 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7월 말 건강이 악화돼 현재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꽃뱀'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고, 동부그룹측도 동영상으로 거액을 요구했다는 해명을 한 점으로 미뤄 '꽃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과연 누구인지도 세간의 뜨거운 관심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은 1944년 12월4일 강원도 동해의 유복한 정치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과거 군복무를 마친 뒤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하고 있던 1969년 1월 자본금 2500만 원으로 직원 3명과 함께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동부건설을 통해 1970년대 해외에 진출했다. 1975년 4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4500만 달러에 수주하는 등 1970년대 ‘중동붐’을 타고 건설업에서 급성장해 도급순위 10위 안에 진입했다. 1980년 중동에서 철수할 때까지 5년간 총 2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오일달러’를 종자돈으로 사업부문을 확대했다. 1976년 삼척산업을 인수하고 1979년 대영실업과 부산운수, 1979년 한미면업을 각각 동부고속과 합병했다. 1980년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하면서 재계 전면에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90년대 들어 창업 20여 년 만에 20대 기업에 진입했다. 2000년대 들어서 반도체사업에 뛰어들면서 금융, 반도체, 바이오산업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동부그룹은 1969년 설립된 미륭건설(동부건설)이 모태다. 이후 1971년 동부고속운수를 설립하면서 ‘동부’라는 사명을 처음 사용했다. 이후 ‘동부’ 이름을 단 주요 계열사를 출범하면서 공식적으로 ‘동부그룹’이 됐다. 동부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당시 동양그룹이 계열사에 자금을 불법 지원하고 부도 직전의 자회사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판매하는 등 돌려막기를 일삼다 그룹리스크가 현실화됐다.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3000억원대 피해를 입힌 것. 이 사태의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자금 상태가 부실했던 동부그룹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했다.


금융당국에게 선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받은 동부그룹은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특수강, 동부당진항만 등의 지분을 매각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동부그룹은 2016년 말에야 2년여가 넘는 긴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지었다. 핵심 계열사 분리 후 동부그룹은 동부대우전자·동부하이텍 등 제조부문과 금융부문의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모양새다. 동부그룹은 제2의 도약을 꿈꾸며 구조조정기업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긴 시간 사용해왔던 ‘동부’ 브랜드네임을 포기하고 ‘DB그룹’으로 새롭게 태어날 전망이다.


동부그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조 계열사들을 분리하며 금융계열사가 사실상 주력인 중견그룹으로 체질이 바뀌었다. 그룹 전체의 위상은 낮아졌지만 동부화재는 손해보험업계 선두권으로 자리 잡았다. 


동부그룹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이제 막 도약의 단계로 다시 올라갈 시점에서 김준기 회장의 성추행 사건이 터져나왔다. 요즘은 기업인의 도덕경영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교도소행은 한국 경제 리더들에게 새로운 도덕성과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룹 회장들의 수준은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김준기 회장의 성추행 사건은 우리 경제의 리더들이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같아 씁쓸해진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