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종 "내가 화이트리스트 연예인? 선한 일에 동참했을 뿐"

2017-09-24     최수정




배우 최수종이 MB 정부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친정부 성향 연예인리스트, 일명 ‘화이트리스트’라는 의혹에 심경을 밝혔다.


최수종은 2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한국 연예인 노조에서 ‘좋은 일을 함께 하자’라는 제안이 있었고, 취지를 듣고는 기꺼이 승락했다. 당시 수많은 선후배들이 동참했다. 정치적 목적이 숨어있었다면 당연히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나는 정치적으로 오른쪽 또는 왼쪽이 없는 사람”이라며 “24년간 나눔의 활동을 해왔고, 술과 담배도 안하면서 선한 일에 동참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화이트리스트에 올랐다면, 그 이후 어떤 혜택을 보았단 말인가. 욕심없이 주연보다는 조연에 만족하며 라디오 방송에 애착을 가지고 진행 중이다”면서 “현재 경찰청 홍보대사 직을 맡고 있지만, 정권이 몇번 바뀌어도 정치적 이념과 관계없이 이어오고 있다. 한 정권에서 ‘좋은 일’을 했다가 정권이 바뀐 이후 ‘화이트 리스트’로 분류된다면, 남아 날 연예인이 누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최수종은 고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였던 2004년 경찰청 홍보대사로 위촉돼 현재까지 그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인 2007년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는 등 특정 정권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진 않았다. 최수종의 해명에 다수 누리꾼들은 “억울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그럼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는 누리꾼도 존재한다.


지난 20일 SBS는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0년 국가정보원이 주도해 만든 문화예술계 인사 퇴출 명단 '블랙리스트'와 반대 격인 '화이트리스트'가 존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연기자 L씨와 C씨를 지목한 뒤 이들을 중심으로 안보현장 견학이나 모임 등을 통해 우파 연예인을 조직화해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그맨 S씨, C씨 등이 함께 거론됐다.


또 다른 매체는 정부 지원의 일환으로 2010년 창립 기념식을 연 '좋은 사회를 위한 100인 이사회'를 꼽으며 여기서 활동한 연예인인 배우 이덕화와 최수종을 '화이트리스트' 연예인으로 지목했다. 


한편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재임 초기인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이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압박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검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문성근, 김미화, 김여진 등을 비롯해 ‘MB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인만 82명에 달한다. 검찰은 국정원의 여론 조작, 연예인 퇴출 등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다음주 원 전 원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문성근, 김미화 등이 검찰 조사에 응하는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민•형사소송 계획을 밝히는 등 전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가운데, 김미화는 25일 서울 광화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사무실로 직접 나와 공개적으로 조사 신청을 하고 블랙리스트에 대한 입장 발표 및 피해 증언을 한다는 방침이다. 


블랙리스트 충격 여파가 가시기 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2010년 국정원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국정원이 친정부 성향의 연예인들을 지명해 이들을 육성하고 별도로 지원까지 해주는 방안을 기획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배우 L씨와 C씨를 중심으로 우파 연예인을 양성해 조직해야 한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또 다른 보고서에는 개그맨 S씨와 C씨 등을 거론하면서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좌파 연예인들의 대항마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기재돼 있었다는 것. 


한편 박근혜 정부 시절엔 박 전 대통령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지시로 이뤄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실행 상황을 보고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박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실수비)에서 논의된 내용은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실수비 안건 가운데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서 다시 한번 논의된다고 증언했다. 


특히 2014년 12월 작성된 교육문화수석실의 보고서에는 ‘서울연극협회 지원배제’ ‘국가원수모독 영화 집행’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울연극협회 지원배제’는 실수비에서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지시한 것으로, 이는 대수비에도 보고돼 서울연극협회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관 대상에서 탈락하게 됐다고 한다. 


또 ‘국가원수모독 영화 집행’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정치 풍자 독립영화 ‘자가당착’의 상영 저지를 뜻하는 것으로 김상률 당시 교육문화수석이 국정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현황파악과 상영문제 제기 및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배우 김규리가 MB 블랙리스트에 오른 심경을 토로했다. 김규리의 눈물증언은 블랙리스트 피해 연예인들의 심경과 입장을 가장 잘 전달하는 상징적인 인터뷰였다.


김규리는 자신의 SNS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 대통령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갔다. 


김규리는 과거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난 실제로 돈도 없고 빽도 없다"며 "빽이 없어서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을 못 한 경우가 많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계약 전날 갑자기 캐스팅 취소 통보를 받는 적도 있고, 배우들과 대본 리딩까지 했는데 감독님이 집에 보낸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규리는 2015년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말아요 그대'에서도 "출구 없는 감옥에 갇힌 느낌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규리는 "올 한 해(2015년)은 본인에게 어떤 해였나"라는 질문에 "출구 없는 감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러나 인생에는 항상 출구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고민이 생기고 방황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자신을 믿고 그 방황을 마칠 수 있도록 자신에게 탈출구를 마련해줄 수 있어야하는 것 같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 시켰다.


한편 다수의 매체에 따르면 MB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다수의 사람 중 최대 피해자는 김규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대답 없는 당사자, 그 한 사람이 이런 국민적 의혹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라고 결론을 맺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든 연예인들이 특정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경우가 있다. 민주사회의 기본은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 지지가 특정 정권의 기분에 맞지 않다고 해서, 무자비하게 탄압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다. MB정권은 박근혜 정권보다 더욱 교묘하고 가혹하게 블랙리스트 연예인들을 탄압했다. 그런 가혹행위가 너무도 당연한 듯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도 한때 있었다. 이제, 정상으로 되돌릴 때다. 


최수정 인턴기자 soojung@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