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서해순씨 변호 거절 배경 된 최태원, 이투스 사건 내용은?
강용석 변호사가 고 김광석 부인 서해순 씨의 변호를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24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집중해야 할 사건이 많이 이번 일은 부득이하게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최태원 고소 사건, 이투스 사건 등 집중해야할 사건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 출신인 강용석 변호사는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있으면 일단 소송부터 걸고 본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는 몇 달 전 한 시민단체와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모욕 및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가 돌연 취소해 궁금증을 증폭시킨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18일 "강용석 전 의원이 일반인을 상대로 모욕죄 고소를 남발하며 합의금 장사를 하고 있다"는 성명을 낸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장과 이 성명을 기사화한 언론사 기자 5명에게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당시 소송을 제기하면서 "피고들이 강용석을 비방할 목적으로 오픈넷의 성명을 인터넷상에 게재해 명예를 훼손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며 오픈넷 남희섭 이사장에게는 500만원, 기자 5명에게는 각 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강 변호사는 지난 5월 22일 두 번째 변론기일을 앞두고 소 취하서를 제출했고 6월 8일 소 취하가 확정됐다.
그리고 이번에 서해순씨 사건의 변호를 거절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서씨 사건이 워낙 국민적 관심이 큰 데다 사건 정황도 서씨에게 유리한 국면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 패소할 경우 그 후유증이 엄청날 수도 있기 때문에 발을 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강 변호사는 그동안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을 적극 수임하며 지명도를 높여왔다. 그리고 이번 서해순씨 사건도 맡을 경우 그에게 어찌 됐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전망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슨 이유에선지 사건 수임을 거절했다.
그 배경에는 자신이 현재 맡고 있는 사건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 현재 언급되는 사건은 최태원 회장 건과 이투스 사건 등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건은 그와 악플을 단 네티즌간의 소송전에 강 변호사가 네티즌 변호를 맡은 것이다. SK증권 매각과 관련해 항간에는 최태원 회장의 동거녀 김씨가 매각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와 관련하 댓글들에 대해 최 회장이 소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부일처제를 지키기 위한 시민모임’(일지모)이라는 생경한 단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장 최근 제기된 논란은 8월 초 SK증권 매각이다. SK증권 매각과 관련해 SK 측은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지배를 금지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SK(주)가 보유한 SK증권 지분(10%)을 처분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 배후에 최 회장의 동거녀 김모(42) 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씨가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은모 전 맥쿼리자산운용 대표를 내세워 SK증권과 SK플래닛 M&C 부문 매각 등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은씨는 지난해 1월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IFST(Integrated Financial Solution Team) 팀장에 내정됐다 취소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SK증권이 케이프투자증권으로 최종 매각되면서 가라앉았다. 그전까지는 은씨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 업체가 유력한 인수 대상자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해당 업체가 최종적으로 탈락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SK그룹 한 관계자는 “김씨와 은씨는 일면식도 없으며, 배후설은 대꾸할 가치도 없는 정체불명의 루머다. 인수합병(M&A) 관련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로, 필요하다면 이사회 회의록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 회장의 한 측근은 “최 회장 개인사를 빌미로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리는 세력들이 있다. 인터넷에에 허위사실을 여러 차례 올려 문제를 일으킨 일부 극성 누리꾼을 선별적으로 고소했으며,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이들의 잘못된 행위가 명백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악성댓글을 지속적으로 단 51개 아이디(ID)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고, 경찰은 그중 신원이 확인된 21명을 검찰로 송치했으며 나머지 인사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 회장 측 관계자는 “1년여 동안 최 회장과 관련된 허위 내용의 댓글을 달아 오다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일부 악플러는 현재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지만 이들의 활동은 여전하다. 최 회장과 동거녀 사이에서 낳은 딸, 동거녀 모친에 대한 신체 위해성 댓글도 있어 도저히 가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7월 19일 피고소인들이 단체행동을 하고 나서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들은 ‘일지모’라는 단체와 함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3대 재벌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본처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륜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내연녀와 사이에서 낳은 딸까지 공개해 일부일처제라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 회장으로부터 고소당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고 주장하는 주부 차모(56) 씨는 “유학 중인 아이와 함께 미국에서 살고 있는데 방학을 맞아 잠깐 한국에 들어왔다 고소를 당했다. 지난해 1월 기사를 보고 화가 나서 댓글을 달기 시작한 건 맞지만 대기업 총수가 나 같은 아줌마를 고소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이 시점에서 강용석 변호사가 등장한다. 피고소인들은 법률대리인으로 강용석 법무법인 넥스트로 대표변호사를 선임했던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강 변호사는 “고소인은 최 회장인데 이번에 문제가 된 댓글은 대부분 내연녀나 내연녀 모친에 관한 것”이라면서 “부인도 아닌 사람을 사실상 고발에 가까운 형식을 빌려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사회적 통념에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고소사건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원 측은 “인당 최대 4000건의 악성댓글을 다는 게 평범한 주부들의 소행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평범한 주부들이 업무용 항공기나 M&A를 소재로 ‘가짜뉴스’를 만든다는 건 쉽지 않다. 일지모의 조직적 행보에 제3세력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 사건은 온라인 상에서 최 회장과 동거녀 김씨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강 변호사는 댓글을 달았다가 고소를 당한 '피고소인'들을 변호중인 것이다.
대형 인터넷 입시교육업체 이투스교육와 관련한 소송도 강용석 변호사가 맡고 있다. 최근 이 회사가 수년 간 '업체'를 동원해 경쟁사 강사를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아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기에도 강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 '사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학부모 모임'(사정모)과 사정모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넥스트로 강용석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투스가 지난 5년 간 10억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댓글홍보업체를 고용, 자사 강사들을 홍보하고 경쟁학원 강사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이투스에 재직했던 일명 '삽자루'로 잘 알려진 우형철(수학) 강사도 참석했다.
사정모와 강 변호사 등에 따르면 이투스는 댓글홍보업체 G사를 시켜 최근 TV 출연 등으로 유명해진 설민석(국사), 최진기(사탐) 강사 등 소위 '일타강사'들을 홍보했다. 이들은 현재 가장 잘 나가는 1급수 강사들이다.
그러면서 이들이 지명하는 경쟁사 강사들에 대한 폄하 댓글을 수험생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 수만 개를 달게 했다.
강사에 대한 '입소문'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입시교육 업계에서 불법허위 댓글을 통해 수강료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경쟁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일타강사'란 해당 과목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스타 강사를 의미하는 학원계 속어다.
강 변호사는 이날 이투스와 G사와의 계약서, 전자세금계산서, 이투스 김형중 대표가 관련 보고를 받은 이메일 등을 공개했다.
강 변호사는 "입수한 증거에 따르면 이투스와 김 대표, 일타강사들은 업무방해나 명예훼손, 표시광고법 등과 관련한 민형사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불법홍보와 부당이득 간의 관계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로 처벌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강사는 "내가 이투스 소속일 때 이런 내용을 알게 돼 중단할 것을 주장하다가 퇴사하게 된 것"이라며 "댓글을 다는 직원들은 한 달에 120만~130만원의 저임금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불법행위를 지시한 강사들은 연간 수십억원을 버는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사정모는 지난 2일 설민석·최진기 강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업무방해와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사정모 관계자는 "단순히 설민석·최진기 강사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속해 있는 이투스 교육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일타강사들의 불법댓글홍보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오늘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투스 관계자는 "댓글홍보를 한 사실은 이미 인정해 홈페이지에 사과문도 게재했다. 업계에 만연해있기 때문에 우리도 방어적 차원에서 할 수 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강사들이 직접 개입하고 지시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이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설민석 최진기씨도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바로 강용석 변호사가 그들을 '저격'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나 설민석 최진기 강사 사건도 서해순씨 사건에 비하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들 사건에 대한 향후 재판 결과도 주목된다. 그나 저나 방송활동을 안 해도 강용석 변호사는 이렇게 바쁘게 '음지에서' 활동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