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광석 부인 서해순씨, 굳이 JTBC 뉴스룸 선택한 이유는...

2017-09-25     임석우




가수 김광석(1964~1996)의 자살과 고인의 외동딸 서연 양의 사망과 관련해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광석 아내 서해순 씨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다. 


서 씨는 25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반박하기로 했다. 그녀는 이를 위해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 측에 직접 연락을 취해 출연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왜 하필 JTBC 뉴스룸을 선택한 것일까? JTBC 뉴스룸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가장 핫한 뉴스프로그램이다. 대중의 관심과 인지도도 상당히 높다. 편파적이지 않다는 기대감에다 '팩트폭격기'라는 별칭도 있다. 진영논리에 잘 휩싸이지도 않는다. 


서씨가 이런 매체를 선택한 것은, 다분히 그 매체의 성격을 잘 이용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리 출연 예고를 해놓음으로써 대중의 기대감과 궁금증을 최고조로 증폭시켜 놓고 있다. 이는 유명인들이 흔히 쓰는 전략이다. 자신의 해명을 가장 관심도 높은 상황에서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공개하고 싶다는 것이다. 


25일 오늘 전 국민은 바로 서해순씨의 '입'에 초집중할 것이다. 그 파급력 또한 상당할 것이다. 더구나 생방송으로 진행할 경우 김광석에 대한 비밀 폭로 등의 돌발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전형적인 언론플레이 요소를 담고 있다. 자칫 사건의 진실규명 본질보다 비밀 폭로 등으로 사건 전개가 꼬일 수도 있다.  서씨의 전격적인 뉴스프로그램 출연은 향후 이 사건이 네티즌들간의 진실 공방 등 여론전으로 전개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사건의 본질보다 부차적인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서씨는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의혹을 마녀사냥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녀가 '피해자'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의도다. 이런 문제도 앞으로 김광석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는 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서씨는 전화는 물론 문자 메시지와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날 ‘뉴스룸’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에 집중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씨에 대한 가장 큰 의혹은 딸 서연 양의 사망 사실을 왜 그동안 숨겨왔냐는 것이다. 그 동안 해외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서연 양은 10년 전에 급성폐렴으로 이미 숨진 것으로 지난 20일 확인됐다. 


서연 양은 캐나다, 미국 등에서 지내다가 2006년 ‘김광석 헌정 공연’을 보기 위해 잠시 귀국했고, 이후 2008년 3월 미국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져왔다. 


오랫동안 김광석 죽음의 의혹에 대해 추적해온 이상호 기자에 따르면 서씨는 그동안 주변에서 딸에 대해 물으면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을 해왔다.  


서씨는 이에 대해 외국생활로 인해 경황이 없어 알리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씨가 김광석의 장모이자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딸이 숨진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서씨는 최근 김광석 죽음을 파헤친 동시에 자신을 김광석 죽음의 용의자 중 한명으로 지목한 영화 ‘김광석’ 개봉 이후 잠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하며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상호 기자가 서씨를 상대로 접수한 고소·고발장을 형사6부(부장검사 박지영)에 배당했다고 22일 밝혔다. 동시에 서씨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와 함께 23일 서씨를 상대로 접수된 고소 사건을 서울중부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이첩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연 양은 김광석의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상속자였다. 저작권은 작사·작곡가의 권리 저작인접권은 실연자·음반제작자 등의 권리를 가리킨다.  


1996년 김광석이 생을 마감한 뒤 서씨는 고인의 부모 등과 법적 분쟁 끝에 2008년 저작권을 얻어냈다. 서연 양이 미성년인데다 성장장애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속받은 대부분의 권한은 서씨가 행사해왔다. 


김광석의 노래가 여전히 스테디셀러이자, 방송, 콘서트, 뮤지컬로 재조명되는 만큼 매년 거액을 받아가고 있다. 문제는 서연 양이 2007년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김광석 사망 직후 딸과 해외에서 머물던 서씨는 국내에 음반기획사 ‘위드33’을 차렸다. 당시 서연 양은 미국에서 학교에 다녔다.  


이후 김광석 관련 음반이나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저작권 분쟁이 일어났다. 2013년 김광석을 소재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 두 편이 제작됐는데 서씨가 한 뮤지컬에게만 김광석이 작곡·작사한 곡들에 대한 저작권을 허락, 다른 뮤지컬은 김광석이 부른 노래로만 극을 만들기도 했다.  


서씨는 또 2014년에는 김광석 추모헌정 앨범에 대한 저작권을 문제 삼았다. 앨범 커버에 대한 사진 저작물의 성명표시권 및 퍼블리시티권을 문제 삼아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서씨가 김광석의 재산권에 욕심냈다는 각종 정황으로 인해 고인의 사인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딸바보’로 알려져 있던 김광석이 딸을 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었을 거라고 주장도 나온다. 김광석이 숨져 있는 걸 최초 발견한 이가 서씨라는 점도 타살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인과 고인의 딸을 위해 출연료 등을 거의 받지 않고 김광석추모사업회 등에 참여해온 김광석 선후배 동료들은 서연 양이 10년 전에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에 허탈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김광석 사망의 진실을 밝히자는 온라인 청원 서명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은 ‘김광석법’ 추진을 위해 최근 나섰다. 살해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없이 재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의 내용을 담고 있다. 


동시에 지난달 개봉 당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영화 ‘김광석’ 관람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김광석 관련 사건을 다뤄달라는 글도 계속 올라오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사건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서씨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미스터리가 있지만, 이는 합법적인 수사 과정 속에서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서씨 말대로 '마녀사냥'으로 몰아갈 경우, 이번 사건의 진실은 영원히 어둠 너머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