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기자회견, 선전포고 자위권 '자극적 단어' 불안감 확산되나?

2017-09-26     성기노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예고없는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자 워싱턴 외교가는 또 다시 술렁거렸다. 그는 짧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선전포고를 했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대화로 풀어갈 것이란 일각의 예측과 달리 리용호 외무상은 25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그간 말싸움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했다”면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우리 지도부에 오래 가지 못할 거라며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 미 현직 대통령의 말이기 때문에 명백한 선전포고다. 모든 유엔 총회 참석 국가는 미국이 우리에게 선전포고한 것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리용호 외무상은 유엔이 인정한 북한의 자위권을 언급한 후 “미국 전략 폭격기들이 우리 영공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자위적 대응 권리를 갖게 될 것이다”면서 “누가 더 오래 갈 것인가는 그때 가보면 알게 될 것”이란 말을 남기고 기자회견 자리를 떠났다.


리용호 외무상 기자회견 전날 밤 숙소에 차려진 사무실에서는 밤늦게 회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고 특히 리용호 외무상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보다 40여 분 늦어지면서 애초 메시지보다 상당부분 수정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지연으로 인해 도발보다 입장을 밝힐 것이란 일각의 분석과 달리 리용호 외무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촉즉발의 상황을 예견하게 하는 발언을 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해 ARF로 국제 무대에 데뷔한 인물. 그를 접촉해 본 국내외 전문가들은 그를 두고 ‘말이 통하는 인물’이라 말해왔다. 그러나 리용호 외무상은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완전파괴”가능성을 언급하자 “개 짖는 소리”라고 응수하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서 필리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났을 때는 한미 대북 압박 상황에서의 제안은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이었던 리명제 전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아들로 평양외국어대 영어학부를 졸업하고 외무성 국제기구국 과장과 부국장, 주영 북한대사를 지냈다. 1990년대 초부터 핵 문제를 비롯한 각종 대미 협상에 참여하면서 북한의 차세대 외교 주역으로 주목받아왔다. 2010년 외무성 부상 자리에 올랐으며, 이듬해에는 6자 회담의 북측 수석대표를 맡았다.


한편, 북한 외무상 리용호 기자회견이 30초 만에 끝났지만 국내 여론은 점점 불안감을 호소하며 불안정한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한 시간 가량 지연된 기자회견은 약 30초 동안의 입장발표문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짧은 입장문 발표였지만 ‘선전포고’ ‘자위적 대응’ 등의 자극적 단어 사용에 국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song**** 솔직히 심각하다. 분위기가 예전이랑 넘 틀리다” “rinn**** 지금껏 입으로만 싸워온 말보다 선전포고라는 단어가 워낙 센 단어라 그런지 심상치가 않다. 지금부터라도 한미일 연합으로 즉각 대응해야함. 우리 민간인은 사이렌 들리면 가까운 지하철 및 미리 알아놓은 대피소로 이동해야함” “giog**** 선전포고랑 자위적대응이란 말은 진짜 위험한 거 아님?” “kote**** 이런 그러면서도 불안하긴 한데 어차피 평화 협정 갈거면 그냥 빨리가라. 남북한 양쪽 다 방산비리 때문에 무기도 없는데 3차 대전 터지는 건 아닌지”라는 반응이 줄 잇는다. 

 

물론 보수층 일각에서는 결국 북미간의 물밑 대화로 '북핵의 현 단계 동결'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북한에 더 이상 '비핵화'와 같은 무리한 것을 요구하지는 않고 최소한 북핵 사용을 억지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 도출로 타협을 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북한이 미국의 기대대로 '잠자코' 현 상황을 관리하는 선에서 인내를 할 것인지, 아니면 더 큰 협상의 과실을 따내기 위해 실제로 한번의 '사고'를 칠 것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지금까지의 위협에서 그치는 '문법'을 무시하고 덤빌 경우, 미국으로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휴전 협정 이후 처음으로 북한 공역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리용호 외무상은 '선전포고'와 '자위권'이라는 단어를 또한 처음 사용했다. 북미가 차츰차츰 레드라인에 한발짝씩 다가서고 있다. 국내 여론도 점점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완충지대 역할이 얼마나 효과를 보게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