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미제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 미스터리 총정리

2017-09-26     임석우




우리 사회 강력사건 가운데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속에 생생한 사건 하나가 있다.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 및 사망사건이다. 


지난 2002년 9월 26일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자락. 도토리를 줍기 위해 산을 오르던 한 주민이 와룡산 중턱에서 어린이 5명의 유골을 발견했다. 1991년 3월 26일 '개구리 소년'으로 통칭하는 실종된 대구의 아이들이었다. 대구 성서초등학교 우철원(당시 13세)·조호연(12세)·김영규(11세)·박찬인(10세)·김종식(9세) 군은 집 인근 와룡산으로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 뒤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이들은 유골로 발견돼 큰 충격을 주었다. 누군가 예리한 흉기 등을로 살해한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다. 



▲ 개구리소년 유골이 발견된 대구시 달서구 와룡산 현장에 화환이 놓여 소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있다.



실종 이후 정부는 현상금 4200만원, 군·경 등 연 32만 명의 인력을 투입해 아이들의 행적 찾기에 나섰다. 복지시설과 무인도 등 14만여곳을 수색했다. 2200만장의 전단을 전국에 뿌렸고 담뱃갑, 공중전화 카드, 엽서, 어린이 만화, 비디오테이프 등에도 아이들 사진이 인쇄됐다.  


2002년 11년 만에 아이들의 유골을 발견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미국의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아이들이 타살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범인은 끝내 붙잡지 못했다. 결국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개구리 소년의 유골이 발견된 지 꼭 15년이 되는 오는 26일 대구 와룡산 유골 발견 현장에서 추모제가 열린다. 개구리 소년 유족과 전국미아실종자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 SNS시민동맹이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는 자리다. 이들은 경찰 수사가 미흡했고, 사건의 진상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 당시 경찰청이 개구리소년 사건에 사용된 범행 도구를 찾기 위해 제작해 배포한 유인물.



유족 등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경찰이 곡괭이와 삽으로 아이들의 유골 발굴 현장을 훼손했다. 유골 4구를 파헤쳐 놓았고, 유골 1구만 감식반이 와서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골 발견 이틀 만에 사인을 저체온증에 의한 자연사로 추정했지만 결국 경북대 법의학팀은 검사 40여일 후에 타살로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실제 경북대 법의학 팀은 "두개골에 나타난 손상 흔적을 분석한 결과 소년들은 'ㄷ'자 모양의 예리한 흉기와 발사체로 타살된 것 같다"고 발표했다. 경찰의 사인이 오락가락 했다는 의미다.  


지난 6월 전미찾모 나주봉 회장과 고 우철원군의 아버지 우종우씨(70)는 개구리 소년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대구 성서경찰서에 아이들 실종 후 2년, 시신 발견 후 1년 동안의 수사관련 자료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이후 7월 28일 이의 신청을 다시 했지만 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이 이들에게 밝힌 기각 사유는 크게 세가지다.  

  

정보공개 청구 게시판을 통해 경찰은 "①개구리 소년 사건 관련 제보(서울 거주자)가 있어 내사가 진행 중이고, ②개인정보와 수사기밀 정보를 분리하기 어렵다. ③정보 공개 시 불상의 범인이 도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 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최근 개구리 소년 중 한명인 우철원 군의 초등학교 때 친구라는 사람이 실종 되기 전 어떤 사람에게 위협을 당한 적이 있다는 제보를 해 경찰에 그걸 내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전미찾모 측은 "개구리 소년 사건의 진상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26일 추모제와 별개로 개구리 소년 유족 등은 2003년부터 매년 아이들이 실종된 달인 3월 대구 와룡산에서 추모제를 열고 있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실종 뒤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됨에 따라 타살의 결정적 증거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 등으로 영구미제 사건으로 흘러가고 있다. 경찰의 사건 해결 의지가 중요하다. 앞으로 진상규명위원회도 다시 꾸려야 한다. 이런 사건들이 하나 둘 씩 그냥 영구미제로 남겨둔다면, 우리 사회에 희망은 없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