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일병 유족 "탄두 모양 거의 유지, 도비탄 아닐 가능성"

2017-09-28     임석우




군 당국이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육군 병사가 총에 맞아 숨진 사건에 대해 28일 특별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숨진 병사가 '도비탄(跳飛彈)'에 맞아 숨졌다는 군 당국의 발표에 여러 의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먼저 육군 5군단은 철원군청에서 설명회를 열어 이번 사고가 도비탄으로 추정되는 탄환이 날아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도비탄(跳飛彈)은 총탄이 발사된 후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겨난 것을 말한다.


김승완 5군단 헌병단장은 이날 도비탄으로 인한 사망 추정 근거로 "숨진 이모(22) 일병과 함께 있던 병사들이 두 차례 탁탁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주변의 숲과 나무가 우거져 있었던 점, 탄환이 이 일병의 머리를 관통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1차 장애물과 부딪혀 위력이 크게 반감된 도비탄이 충분한 살상력을 갖고 있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도비탄에 의한 총상이 이례적인 일인데다 총탄을 맞자마자 이 일병이 고꾸라진 상황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가족 역시 '도비탄에 의한 사고'라는 군의 발표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 숨진 이 일병의 유가족들은 `도비탄`에 의한 사고라는 군 당국의 발표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총탄이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철원 동송읍 금학산 인근 군부대 사격장 모습. 오르막으로 된 사격장의 왼쪽 끝자락 상단 인근에 숨진 이 일병 등 부대원이 이동한 전술도로가 있다.



28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숨진 병사의 외삼촌 윤모 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숨진 조카의 몸에 있는 총탄을 X-ray로 확인했다"며 "탄두의 모양을 거의 많이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씨는 또, "만약 도비탄일 경우 탄두가 딱딱한 곳에 부딪혔기 때문에 총알이 원래의 형태를 갖추기는 어렵다"면서 "그런데 지금 X-ray상으로는 도비탄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도 "사격장 안에 부딪힐 만한 게 뭐가 있지?", "이걸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이 정도면 도비탄이 세계 최고의 무기 아니냐", "K2 소총 사거리가 얼만데 도비탄 따위가 400m를 날아가서 인명을 사살하냐"라며 군의 발표를 밎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고 당시 사격장 안전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부분도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이날 사격장에서는 한 조에 6명씩 K-2소총 사격 훈련이 실시됐다. K-2소총은 유효사거리가 460m, 최대사거리는 2,653m다.


군에 따르면 사고지점은 총을 쏜 사로에서 400여m 떨어진 곳이다. 사로와 표적 간 거리가 최대 250m인 점을 고려하면 사고가 난 통행로는 사격장 경계부와 가까웠던 곳이다.


군은 이 같은 이유로 사고가 난 통행로는 사격훈련 시 안전통제 인원을 출입구에 배치해 사람의 출입을 금지시키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전통제 인원 배치를 놓고 사격을 실시한 부대와 사고가 난 부대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이 일병은 소대장 등 28명과 함께 금학산 일대 진지공사 작업을 한 뒤 사격장 인근 전술도로를 따라 도보로 맨 후미에서 부소대장 등 3명이 함께 이동하다가 갑자기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사격 부대는 총기 사고를 막기 위해 당시 경고 방송, 안전통제인원 배치 등을 모두 조치했다는 입장인 반면에 이 일병과 함께 있던 부대원은 통행로 진입 시에 안전통제 인원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이 가장 크게 분노하는 지점은 소총의 유효사거리 안에 있는 도로를 A일병의 부대원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걸어가게 놔둔 엉망진창의 안전관리다.


군이 사격장 왼쪽에 경계병 2명이 배치했으나 28명이나 되는 병력이 유효사거리 안쪽 도로를 지나가는 걸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군 당국은 경계병들의 임무 숙지가 미흡했다면 개인의 책임으로 돌렸다. 한편 당시 경계병들을 만나 본 유족의 진술은 다르다.


이 일병의 한 유가족은 "경계병 말에 의하면 지휘관으로부터 어떠한 임무도 지시받은 적이 없다. 어떤 곳에 있어야 될지 그것조차도 받지를 못해서 자기들이 올라왔을 때 어디에 서서 뭘 해야 되는지 혼돈스러웠다라고 진술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4월 입대 후 5월에 자대 배치된 이 일병은 입대 전 대학에서 실용음악학부 뮤직 비즈니스를 전공한 공연기획 지망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병은 추석 연휴인 내달 7일 예정된 6박 7일간의 휴가를 불과 10일여 앞두고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에 즉시 특별 수사에 착수할 것을 28일 지시했다. 이 일병 사고에 따른 민심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장관이 직접 수사 지시를 내린 점도 군에 '비상'이 걸렸음을 말해준다. 문재인 정부는 무엇보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여론에 민감하다. 이번 사건도 일각에서 계속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민심 관리 차원에서 정밀 재조사를 통한 진실규명이 시급하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