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사망 의혹, 주춤하는 타살설 VS 서해순의 치밀한 반격

2017-10-03     성기노




고 김광석 사망 의혹 사건에 대한 다른 주장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한겨레는 서해순씨와 2시간 30분동안 인터뷰를 하며 서씨의 주장을 상당히 자세하게 실어주었다. 지면을 통해 그동안의 의혹을 모두 털어보라는 듯 내용도 서씨에게 민감한 것을 서씨 입장에서 자세히 전했다.


서해순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3일 매체에 따르면 서해순은 21년째 각종 의혹이 거둬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 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5년 소송의 피고는 나뿐 아니라 딸 서연이였다. 어떻게 조카 것을 뺏으려고 하느냐며 김광복(고 김광석 형)씨 사무실까지 찾아갔었다”고 말했다.


김광석 친가와 소송을 한 것에 대해“음반사에서 원래 매달 나와 남편에게 주던 저작권료를 남편이 죽은 뒤 갑자기 아버님에게 줘서 (내가) 대출금도 갚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시댁) 어른이 하는 말씀이라 들었는데 차일피일 (돈 돌려주는 것을) 미루기만 해서 소송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함께 산 것으로 알려진 남성에 대해 “제 딸 서우(서연양 애칭)를 예뻐해주고 학교도 데려다주고 해서 좋아했던 사람이다. 하와이에 있을 때 가게 일도 도와줬던 사람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내연남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매체에 따르면 서해순은 시댁에 대한 분노, 장애가 있는 딸을 홀로 키우던 어려움, 생전에 느꼈던 남편에 대한 서운함 등을 쏟아냈다.


또 자신이 김광석을 만나기 전 결혼했던 사실에 대해서도 김광석이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광석의 사망 당일, 오빠인 서모 씨가 자리에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서해순은 '나는 당시 오빠가 있는지 몰랐다. 주차장에 컨테이너 집을 놓고 (오빠) 부인이 강화도에 있었는데 서울 잠깐 나올 때만 썼다“라며 당시 경황이 없었다는 설명만 했다. 또 ”오빠가 전과가 있는건 맞다. 오빠가 사회를 잘 모른다. 부잣집 아들로 자랐으니까“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서해순은 “이상호 기자에게는 처벌만이 아니라 반드시 공개사과를 받아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광석 사망 의혹 사건에 대해 일각에서는 법의학적으로 클리어된 사건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당시 부검의의 말을 인용, 이번 사건에 법의학적인 의혹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광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최근 고소·고발인 및 참고인 20여 명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고 1일 밝혔다. 하지만 김씨와 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김씨의 처 서해순씨가 딸에게 농약을 먹였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그러자 두 사람의 부검에 관여했거나 결과를 분석한 법의학자들이 "이들에 대한 타살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 과학적 사실을 의혹만으로 뒤집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김씨는 1996년 1월 서울 서교동 자택에서 목에 줄이 감겨 숨진 채 발견됐다.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은 "타살 증거는 없다는 게 부검 결과"라고 말했다. 서 전 원장은 김씨 사망 당시 국과수 법의관으로 근무해 부검 과정에 대해 잘 아는 인물 중 하나다.


일부에선 "끈 흔적이 목 앞쪽만 진한 것은 누군가 뒤에서 끈으로 김씨의 목을 잠아 당겼기 때문"이라며 타살설을 제기한다. 자살을 하면 줄이 목을 한 바퀴 휘감으며 조이기 때문에 흔적이 목 앞뒤로 골고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은 법의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서 전 원장은 "스스로 목을 맸을 때 앞쪽만 선명한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했다. 서 전 원장은 "타살 혐의점이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더 있다"며 두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김씨에게선 골절이나 출혈이 없었다고 한다. 서 전 원장은 "누군가 끈으로 목을 졸랐을 때, 목에 가로줄이 나타나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골절·출혈이 수반된다. 김씨의 경우 이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살해된 피해자의 목에는 끈 자국이 2~3개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른바 '저항흔'이다. 그런데 김씨 목에는 끈 자국이 하나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원장은 "당시 부검 결과를 다른 법의관들이 검토했지만, 아무도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것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접 부검을 집도한 권일훈 권법의학연구소장은 "왜 타살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경찰·검찰이 유명 가수의 죽음에 타살 혐의점이 있는데 숨겼겠느냐"고 했다. 부검 과정에 대해선 "(타살과 자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부검을 했고, 객관적으로 확인한 사실은 부검 감정서에 모두 적었다"고 말했다.


김씨 딸의 부검 감정서를 본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김씨 딸이 타살됐거나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부검 감정서는 김씨 아내가 최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김씨의 친형은 "서씨가 발달 장애가 있는 자기 딸이 폐질환에 걸렸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학대해 2007년 숨지게 했다"고 주장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서씨가 폐렴을 일으키는 '그라목손(죽음의 농약이라 불리는 제초제의 일종)'을 먹였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만약 김씨의 딸이 농약에 중독돼 사망했다면, 부검 당시 체내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씨 딸의 부검 감정서에는 '폐질환(미만성 폐포 손상, 폐렴, 이물 흡입)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사망 원인은 급성 화농성 폐렴'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법의관들은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약·독물 검사를 했다. 거기에선 디하이드로코데인, 메칠에페드린 등 기침 감기약 성분만 발견됐다.


서씨는 "딸이 죽기 며칠 전부터 감기 증상이 있어 기침 감기약을 먹였다"고 했다. 몸에는 별다른 상처나 멍이 없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부검 감정서를 보면 서씨의 말이 사실"이라며 "일주일 이내에 물리적 학대가 있었다면,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고 했다.


서 전 원장은 "김씨와 딸의 사인을 증명해주는 과학적인 증거들이 있는데, 비전문가들이 각종 의혹만으로 혹세무민 하는 것 같다"며 "과학적 사실은 시간이 지난다고 변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씨는 비교적 지명도 있는 매체 위주로 자신의 입장을 방어하고 있다. 아직도 서씨는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황이 없었다’는 식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그동안 제기된 거의 모든 의혹에 대해 ‘일관되게’ 해명을 하고 있다.


반면 ‘타살설’ 입장에 있는 측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지 않으면서 여론도 애초 ‘타살설’에서 점점 ‘자살’과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타살설은 의혹과 정황이 그 추측을 떠받치고 있지만, 자살은 부검서라는 명백한 법적 근거가 있다. 사실 '의문사'일 경우 첫번째 부검결과가 상당히 중요하다.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도 1차 부검이 미국 군의관에 의해 이뤄졌는데 그때 '타살의혹이 없다'라는 결론을 내려 그 뒤의 의문사 진실규명에도 상당히 큰 장애물로 작용한 바 있다. 


김광석 타살 의혹 사건도 부검을 한 의사가 '타살 정황이 없다'라고 지금 시점에서도 명백하게 주장을 하고 있어 이 '주장'이 향후 검경의 조사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타살을 주장하는 측에서 명백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검찰과 경찰이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다면 이번 진실게임은 타살설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