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이의수 자살 '추모 물결'..."연예인 40% 자살 생각?" 충격 결과
모델 이의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일 오전 소속사 에스팀 측은 '지난 6일 에스팀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고 이의수 군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다시 한 번 안타까운 마음과 애도의 뜻을 전하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인 이유로 안타까운 선택을 하여 운명을 달리하였습니다'며 '조용히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다는 유가족의 의사에 따라 장례식은 가족들과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며 정확한 사망 원인 등 자세한 사안은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어 슬픔에 잠긴 가족을 위해 지나친 추측성 글이나 악의적인 표현에 모쪼록 자제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고 전했다.
이의수의 사망 소식은 친형 이씨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고인의 친형은 SNS에 '제 하나뿐인 동생 의수가 2017년 10월 6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패션 모델과 DJ활동으로 열심히 생활하며 스스로 멋있게 잘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런 선택을 스스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라며 '더 조사를 해봐야 확실해지겠지만 우리 의수가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해주세요. 장례식은 시간이 조금 걸려서 날짜와 장소가 정해지면 다시 글 게시할게요'라고 동생의 사망 사실을 알렸다.
이의수의 자살을 계기로 연예인들의 ‘마음의 병’에 대한 관심도 다시 나온다.
배우 박진희가 2009년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 ‘연기자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자살 생각에 따른 연구’를 보면, 연기자 10명 중 4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자살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본 적이 있다'는 답을 낸 사람도 40%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최근 2~3년 사이 스스로 공황장애라고 밝힌 연예인만 이경규, 장나라, 이병헌, 정형돈 등 20명이 넘는다.
연기자들의 마음의 병은 일반 시청자들한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제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수는 61만429명(2014년 기준)이다.
연예인들의 마음의 병 문제는 2005년 배우 이은주가 스스로 세상과 이별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다빈, 안재환, 최진실 등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우울증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됐다.
2008년 가수 쿨이 연예인 우울과 자살 방지를 위한 모임 ‘엔돌핀’을 발족하는 등 연예인들 스스로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에스엔에스(SNS) 등 갈수록 대중에 노출되는 창구가 많아진 것이 병을 키운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배우는 “전 국민이 파파라치처럼 카메라를 들이대는 등 감시당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표정이라도 굳으면 바로 에스엔에스에 비난 글이 올라간다”고 했다.
스포트라이트 속에 사는 상황은 공허함을 키운다. 정상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성공 이후에 허탈함에 빠지기 쉽다. 연예인들처럼 한꺼번에 많은 돈을 벌게 되면,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졌다가 다시 가라앉게 되는 ‘성공 후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실제로 배우 이병헌은 한 방송에서 “<아름다운 날들>을 하면서 인기를 얻었지만 갑자기 나 혼자 화장실만한 공간에 갇힌 느낌을 받았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어렵게 찾은 인기가 언제 사그라들지 모른다는 불안함과, 그것이 한꺼번에 사라졌을 때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얘기다.
차태현도 방송에서 “2004년 <황태자의 첫사랑>시청률이 떨어지자 공황장애가 다시 시작됐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 휴식이 간절함에도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연예계 문화가 마음 추스를 겨를을 주지 않는다.
대책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11년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정신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예인 심리상담은 2011년 40건에서 2012년 46건, 2013년 107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소속사에서 자체적으로 예방과 치료에 나서기도 한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아역 배우가 ‘왕따’ 등 힘든 장면을 촬영하면 사전에 상담을 통해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우가 원할 경우에만 상담을 연결시켜 주기 때문에, 소문이 두려워 선뜻 요청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연예계 데뷔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추세여서, 좀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연예인들이 겪는 ‘마음의 병’은 스타든 아니든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직업인이라는 점에서 경중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의수의 자살을 계기로 연예인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새삼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최수정 인턴기자 soojung@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