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정치사찰 주장, '프레임 의제 잘못 골라' 뭇매 맞나?

2017-10-10     성기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63)가 9일 제기한 자신의 수행비서에 대한 통신조회가 정치사찰이라는 주장에 대해 여기 저기서 반박이 튀어나오고 있다.


일단 통신조회 내역의 '팩트'가 밝혀졌다. 그 대부분이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홍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 수행비서 휴대전화를 군, 검찰 등이 통신조회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공개한해당기록 6건 중 4건은 박근혜 정부가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건은 육군본부와 서울중앙지검이 열람했다.


한국당이 공개한 홍 대표 수행비서의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보면, 지난해 말부터 지난 8월까지 총 6차례 통신자료가 제공됐다. 지난해 12월13일 경남 양산경찰서가, 2월24일 경남지방경찰청이 홍 대표 수행비서의 통신자료를 열람했다. 당시 수행비서는 경남도 공무원이었다.


3월3일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4월12일에는 경남지방경찰청이 조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9일 이후부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 이전까지 4차례 통신조회가 이뤄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로는 2건의 통신조회가 있었다. 8월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8월21일 육군본부가 열람했다. 특히 마지막 통신조회일(8월21일) 이튿날 일 홍 대표는 강원 홍천군 11기계화보병사단을 방문했다. 이 때문에 육군본부가 열람한 통신조회는 군 부대 방문 계획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총 6건 중 4건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에 이뤄졌고, 나머지 2건 중 1건은 군 부대 방문 전 통신조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강효상 대변인은 “통신자료를 들여다 본 이유가 무엇인지, 육군본부와 검찰, 경찰청 등 관계 당국이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력히 촉구한다”며 “다른 주요 당직자들도 통신사에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요청하기로 했다. 추가로 확인된다면 야당에 대한 당국의 사찰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검찰.경찰.군 기관이 자신의 수행비서 통화기록을 6차례 조회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현 정부 흠집 내기 이전에 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났던 흑역사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라"면서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박완주 수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2월에 정청래 전 의원이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이 국민들의 통신을 도감청하거나 통신내역을 들여다본 건수가 무려 9,194만여 건이고, 이중 38%만 당사자에게 통보를 했고 나머지 62%는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폭로한 사례를 들었다.


또 2014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경찰과 검찰이 건강보험관리공단으로부터 각각 350만 건과 88만 건을 영장도 없이 공문으로 개인 의료 정보를 가져갔다는 사실도 밝혀진바 있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은 "어떤 정권이든 적법한 절차 없이 불법적으로 개인 통신을 조회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홍준표 대표 수행비서 통화기록 조회에 대해서도 이 원칙이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고 전제를 깔았다.


이와 함께 홍 대표 수행비서에 대한 6차례의 통화기록 조회 중 4건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이전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홍준표 대표가 제기한 정치사찰 의혹에 대해 전혀 색다른 견해를 밝혀 주목된다.


9일 홍 대표가 검찰.경찰.군 기관이 자신의 수행비서 통화기록을 6차례 조회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하자, 거꾸로 박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장제원 의원의 항의에 사회를 보던 박범계 의원이 `뿜고` 있다.



홍 대표 자신의 전화가 아닌 수행비서의 전화가 사찰대상으로 올랐다면, 이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이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홍 대표 스스로 본인은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지 않고 수행비서의 전화를 사용한다고 했다”며 “오히려 궁금한 것은, 그 수행비서의 범죄 연관성이거나 수사대상이 된 피의자와의 관련성이고 이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알고 싶어하는 범죄 관련 인적 확인 대상자가 왜 하필 홍 대표 수행비서였느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일단 지금 밝혀진 6건의 홍 대표 비서 통신자료 확인은, 감청과 같이 통신내용을 확인하는 통신제한조치가 아닐뿐더러, 발신과 수신내역-통화시간-상대방 기지국 위치 등을 확인하는 통신사실 확인도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가입자, 주소, 개설시기 등 휴대전화번호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려는 인적사항조회로 보인다”며 “이는 통상 범죄혐의가 있는 피의자와 수 차례 통화한 전화번호가 드러나,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려는 수사기법 중 하나이며, 물론 법원의 허가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하는 수사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표는 제 1야당의 대표다. 그가 하는 말에는 정국을 흔들만한 무게가 실려 있는 게 사실이다. 무차별적인 정치공세는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이번 홍 대표의 정치 사찰 주장에 대해 야당이 집중포화를 때리는 것도 통신조회 등 '사찰'문제만큼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전유물이었다는 점에서 여권은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특히 정치 프레임 전쟁을 벌일 때 아군이 우세한 전장에서 싸움을 벌여야 판세가 유리해진다. 이번에 홍 대표가 휴대전화 통신조회를 정치사찰로 주장하는 것은, 그 싸움을 하면 할수록 야당에게 매우 불리한 쪽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홍 대표의 즉흥적인, '난삽' 리더십이 또 한번 어두운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