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시신에 입 맞추며 후원 요청'...'어금니 아빠'의 엽기 행각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어금니 아빠’ 이모씨(35)의 엽기적인 행각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한 달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내의 성폭행 사건을 언론에 제보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영상을 제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상에서 숨진 아내의 시신에 입을 맞추고 발등에도 입을 맞추는 이씨의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을 제보한 게 이씨의 아내가 숨진 지 20여 시간 뒤라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JTBC는 지난달 7일 새벽 4시쯤 이씨가 자신의 아내가 8년 넘게 성폭행을 당해 투신했다면서 아내의 장례비용과 몸이 아픈 딸의 수술비 3500만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제보와 아내의 시신에 입을 맞춘 영상을 보냈다고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씨의 아내 최모씨는 지난달 6일 새벽 자택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이후 20여 시간 뒤인 7일 새벽 4시쯤 제보 글과 함께 아내의 시신에 입을 맞추고, 발등에도 입을 맞추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다. 이 영상을 제보 글과 함께 ‘아내를 보내며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JTBC에 보냈다.
공개된 제보글에는 “경찰, 검찰 등이 원하는 증거를 위해 다시 강간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9월7일 오늘 아내 부검을 한다. 난 안된다. 예쁘게 갈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도 담겨 부검을 원치 않는 이유에 대해 의혹이 가중된다.
한편 이씨는 아내인 최씨에게 성폭행 증거를 확보해야 하니 가해자와 성관계를 가지라고 종용했고, 이 문제로 부부가 심하게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투신 직전 최씨가 이씨에게 폭행당한 점을 감안해 인씨가 최씨의 자살을 방조했을 가능성을 두고 내사를 벌였다.
최씨가 남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엔 최씨가 어린 시절부터 가족 등 여러 사람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고백이 담겨 있었다.
한편 영월경찰서는 며느리 최씨의 계부이자 피의자 이씨의 의붓아버지 A(60)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씨의 아내 최모(32)씨는 시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A씨로부터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1일 고소장을 냈다.
고소장은 남편인 이씨와 함께 경찰서에 방문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고소장에서 B씨로부터 2009년 3월 초부터 지난 9월 초까지 8년간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씨는 딸의 치료비 마련 등을 위해 미국에 간 상태였다.
남편이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서울 자택에 머물던 최씨는 시어머니가 사는 영월의 시댁을 가끔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최씨는 고소장을 제출한 지 닷새 만인 같은 달 5일 오전 5시께 추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경찰은 A씨를 같은 날 불러 1차 조사했다.
그러나 최씨는 추가 피해를 신고한 지 하루 만인 지난 6일 오전 0시 50분께 서울시 자신의 집 5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이 사건은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이씨의 딸 친구인 여중생 B(14)양이 영월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아내가 숨지자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보관 중인 약을 딸의 친구인 B양이 먹어 사고로 숨졌다는 이씨의 주장이 나오면서 B양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을 풀 단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의붓아버지의 아내 성폭행 고소 사건과 아내의 죽음, 이를 비관한 이씨의 자살 결심, 이를 위해 이씨가 준비한 수면제를 여중생 B양이 잘못 먹어 사고로 이어졌다는 이씨의 주장은 서로 연관성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숨진 여중생에게서 '목 졸린 흔적'이 발견되는 등 타살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이씨의 사고사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더구나 숨진 이씨 아내의 유서 내용과 이씨가 아내의 자살을 방조했을 가능성까지 복잡하게 얽히면서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 투성이다.
결국, 한 달 전 벌어진 이씨 아내의 성폭행 고소 사건이 여중생 B양 사망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이씨의 계부 A씨는 1차 조사에 이어 현재까지도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 조사 직후 사망했지만, 관련 증거와 진술을 녹화를 확보한 만큼 이를 토대로 고소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한 가족의 은밀한 가족사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가족 간 엽기적 행각도 드러나는 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주 피의자 이씨가 왜 엉뚱하게 딸의 친구를 살해하려 했는지, 부인 최씨는 왜 자살했는지, 아니면 타살되었는지, 얽히고 설킨 실타래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