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연장 둘러싼 기막힌 우연의 일치 총정리
법원이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형사합의 22부 재판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는 이르면 11월, 늦으면 내년 초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연장 반대 목소리가 상당히 높았다. 최순실 안종범 등 다른 피의자들과의 법 형평성, 불구속에 따른 증거인멸 우려 등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법원도 이런 '여론'을 충실히 반영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을 허가했다.
이날 여야 4당은 법원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연장 결정에 일제히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의 냉정한 판단을 존중하고, 법과 원칙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은 “증거인멸의 우려를 없애고 재판절차를 통해 진실규명을 하려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법원이 고심 속에 오직 법적 잣대로만 판단한 결론이라 믿고 그 결과를 존중한다”고 했고, 정의당도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의 여죄가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풀어준다는 것은 철저히 증거를 인멸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매우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번 결정은 무죄추정과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전면 위배한 것으로 법원이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며 “사법부에 조종(弔鐘)이 울렸다”고 비판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법원의 결정은 국민들로부터 사법부가 문재인 정권에 장악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며 “이는 스스로 법원의 신뢰를 떨어뜨려 결국 사법부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구속 연장 반대 당론을 확정했던 한국당은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대여투쟁의 수위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한국당은 다음주 17일, 18일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논의할 윤리위원회를 소집할 계획이었으나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명분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논의 사항이지만, 구속 연장으로 보수층의 동정론이 거세게 일면 출당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은 보수층 여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보수정당의 통합을 분리해서 받아들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그대로 진행하되, 보수정당의 통합은 장기적인 비전과 구체적 대안을 가진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합리적인 중도보수층의 여론인 것 같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장기적인 인신 구속은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제 '징벌'할 만큼 했다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도 여권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 '시기'를 잘 조율하는 것이 여권의 국정운영 전략의 핵심 포인트일 것이다.
한편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연장된 것과 관련, “10월 17일부터 내년 4월 16일까지 최장 6개월”이라면서 “10월 17일은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시작된 날이고,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발생일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 결국 뿌린대로 거두는 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13일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연장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이 세월호 참사 발생 날짜와 겹치는 데 대해 “참 우연의 일치인데 참 역사의 아이러니 같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한정애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구속 기간 연장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는 2018년 4월 16일밤 12시까지 구속 상태가 유지된다’는 기사 내용을 인용하면서 “언제였는지 잘 기억도 못 하시던 세월호 사고 일자를 이제는 잘 기억하시겠네요”라고 일침을 놨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우연의 일치'는 여러가지가 있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92일만에 헌법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탄핵인용'을 선고했다.
탄핵이 인용되던 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회 회관과 청와대 춘추관의 점심 메뉴가 화제가 되었다. 국회 운영지원과가 공개한 주간식단표에 따르면 탄핵인용 당일인 3월 10일 점심 메뉴는 '김치 잔치국수', 저녁 메뉴는 '안동찜닭'이다.
잔칫날의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잔치국수가 점심메뉴로 선정돼 일각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탄핵을 요구하고 있는 국회측의 입장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되었을 때도 불참 1(최경환 의원), 무효2, 찬성 234, 반대 56, 기권 7로 나와 '기막힌 우연'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여기에다 헌법재판소 8명의 찬성, 박근혜 전 대통령의 9속,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의 0창이라는 나머지 우연도 덧붙여진 바 있다.
또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날인 8(지난해 12월 8일)과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날짜 9(지난해 12월 9일),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선고시각 11(시)를 더하면 1, 234, 56, 7, 8, 9, 10, 11의 배열이 완성된다는 우연도 있었다.
이런 역사의 우연이 더 이상 '필연'으로 이어지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