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영학 성매매장사 기부금유용 호화생활 수사
경찰이 '어금니 아빠' 사건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불거진 성매매 알선, 기부금 유용 등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여중생 살인 및 사체유기사건 피의자 이영학(35)씨의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수사전담팀을 지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씨는 앞서 딸의 친구인 여중생 A(14)양을 살인하고 유기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살인 사건 외에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며 의문은 증폭됐다.
이씨는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이전 아내 최모씨의 투신 자살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최씨의 시신에 남은 상처가 이씨의 폭행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성매매 알선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이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함께 할 동생 구함', '나이 14부터 20 아래까지', '개인룸·샤워실 제공' 등 성매매 종사자를 모집하는 듯한 글을 게시했다. 인터넷에서 1인 성인 마사지숍을 운영했다는 증거들도 드러났다.
이씨가 재산 형성 과정에서 기부금을 유용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다. 이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지만 그에 맞지 않는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했다. 희소병 '거대 백악종'을 앓는 사연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며 이씨는 적극적으로 치료비 후원을 호소해왔다.
수사전담팀에는 의혹별로 총 4개팀이 지정됐다. 이씨 아내의 변사 사건과 성매매 관련해서는 형사과 강력 2개팀이, 기부(후원)금 유용 등 재산 문제는 수사과 지능팀이, SNS상 마사지숍과 즉석만남 카페 운영 비리 등은 수사과 사이버팀이 각각 맡아 수사한다.
한편 이영학은 자신과 딸의 희소병을 앞세워 받은 기부금으로 호화 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 여파로 기부 문화가 위축돼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영학 사건으로 '착실히 보내주는 기부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여론도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영학은 지난 2006년 겨울 자전거를 타고 딸의 치료비를 모금하는 국토대장정을 벌였다. 당시 여러 매체를 통해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모인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도 함께 했다. 이렇게 이영학은 '천사표 아빠'로 자신을 포장해 딸의 희소병을 알리고, 기부금을 모아왔다.
이영학은 지난 2008년 모금 요청을 하며 "우리 딸을 위해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제가 살아있는 동안 우리 딸의 병원비가 만들어진다면 바랄 것도 (없습니다.)"라며 동정심으로 호소했다.
하지만 어금니 아빠의 충격적인 이중생활이 속속 드러나면서, 부녀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도왔던 후원자들은 선의가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영학 '국토대장정' 당시 동참했던 한 시민은 "그때는 지금 같은 사건은 아예 상상 못 했고, 자전거 동호회 분들이 그런 일 많이 하거든요. 검증되지 않은 봉사활동 단체도 그 사람들이 얼마나 투명하게 하는 것도 명확하지 않아서 (의심스럽죠.)"라고 말했다.
세상을 속인 이영학의 민낯이 밝혀지자, 정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까지 애꿎은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후원금 126억 원을 횡령한 유명 자선단체 회장과 대표가 줄줄이 쇠고랑을 차면서, 다른 단체들까지 기부금이 위축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모금 단체나 개인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기부금 사용 내용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호주나 영국, 싱가포르 같은 경우는 방송모금, 홍보물에 반드시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인증번호를 부착하게 돼 있다고 한다. 우리도 이런 제도적 보완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