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명 식당예약 노쇼' 사건, 롯데건설이 밝힌 입장은...

2017-10-18     임석우




지난 15일 400명 식사를 예약한 회사가 ‘노쇼’(No Show·예약부도)를 했다는 한 식당 주인의 한탄이 올라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됐다. 수십개의 테이블에 상차림이 준비돼 있는 사진도 함께였다. 식당 주인은 이 회사의 ‘노쇼’가 3번째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일제히 식당에 큰 피해를 끼친 회사를 비난했다. 식당 주인은 원본 글을 삭제했지만 게시물은 캡처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로 확산됐다. 


조선일보는 17일 이 식당을 예약한 ‘노쇼’의 주인공이 롯데건설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롯데건설의 입장은 식당 주인의 주장과 조금 달랐다. 예약 인원은 400명이 아닌 300명이고, 예약 당시 보증금 60만원을 보내며 “수주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못 갈 수도 있으니 고기는 준비하지 말고 수저와 반찬 등 기본 세팅만 준비해달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15일 공사비 1조원 규모의 서울 서초구 한신4지구 재건축 공사를 두고 GS건설과 경합을 벌였다. 조합원 투표 결과 수주는 GS건설에게 돌아갔다. 롯데건설은 회식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건설이 놓친 한신4지구는 신반포 8~11·17차에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빌라 등 공동주택 7곳과 상가 두 곳을 통합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기존 2898가구에서 모두 3685가구가 입주하는 매머드급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공사비만 9350억원에 이른다.


롯데건설은 식당 주인이 손해 보전을 위해 40만원을 더 요구하자 이 돈을 추가로 지불했다고 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매체에 “이전에 수주 축하 회식을 하려다가 취소한 것이 미안해, 같은 식당에 매상을 올려주려고 또 예약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건설 측은 인터넷에서 ‘노쇼’ 논란이 벌어지자 한번 더 식당에 찾아가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사건이 커지면서 식당 주인도 파문이 확산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노쇼(No-Show)’란 예약을 했지만 취소나 연락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손님을 뜻하는 말로 ‘예약 부도’라고도 불린다. 원래는 항공회사의 업무상 용어로 쓰이던 단어였으나 최근엔 다양한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최근 롯데건설 300명분 ‘노쇼’ 사건이 일어나면서 다시 한번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예약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큰 병폐 가운데 하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5년 음식점, 병원, 공연장 등 1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쇼(No-Show)‘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음식점의 경우 당일 예약한 손님이 오지 않으면 그 자리에 다른 손님을 받을 수도 없고, 준비한 식재료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래저래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을 쉽게 할 수 있어 오히려 노쇼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병원도 노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은 지난 11일 전국 14개 국립대병원의 올해 7, 8월 예약부도율이 평균 13%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립대병원 예약환자 100명 중 13명은 노쇼를 한 것과 같은 수치다.


그렇다면 노쇼 방지를 위한 방안은 없을까.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업무보고를 통해 노쇼와 블랙 컨슈머 근절을 위한 책임 있는 소비문화 확산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노쇼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규정은 따로 없는 상태다. 


일각에선 그나마 ‘위약금 제도’를 확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공업계는 수수료 제도를 도입한 지 약 1년 만에 2016년 조사 결과 예약 부도율이 0.9~3.2%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 위약금 정책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위약금 제도가 단기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톡 택시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카카오 블랙’은 예약 후 5분이 지난 다음 취소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노쇼 비율을 낮추는 데에는 일부 성공했으나 최근 취소수수료와 관련해 부당하게 ‘노쇼 고객’으로 신고되는 고객들이 나타나는 등 별개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노쇼에 대해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노쇼는 우리 사회가 ‘약속’에 대해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상징적인 문제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