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다방에서도 일했다" 부산 에이즈 사건 파문...여수 에이즈 사건의 재판?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고 부산 전역에서 수개월간 성매매를 한 20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여성이 부산시의 에이즈 집중 관리 대상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여성이 성매매를 알선하는 일명 '티켓 다방'에서도 일했다는 증언도 나와 경찰이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부산일보는 "A 씨는 부산시 에이즈 환자 800여 명 중 '집중 관리 대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부산시와 보건소는 성매매 전력이 있는 A 씨를 대상으로 매년 5~8회 상담을 했다는 점이다.
A씨는 보건소에 대학병원에서 처방받은 약 영수증을 제출했고, 보건 교육과 상담을 받았다. 성매매 재발방지를 위한 보건 교육도 했다고 한다.
A 씨는 최근 보건소 상담에서 "성매매를 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그 당시 A 씨는 조건 만남을 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A씨가 거짓말로 보건당국을 속인 것이다. 그러나 이를 걸러낼 방법은 없었다.
부산일보는 "'A 씨가 2010년 구속된 뒤 출소한 이후 티켓 다방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지인 추정 제보도 이어졌다"면서 경찰이 이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한다고 전했다.
이 여성이 부산 전역에서 수개월 간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산지역도 뒤숭숭하다고 한다. 용인 10대 여성에 이어 부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에이즈 감염 환자의 무분별한 성접촉 사건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여수 윤락녀 사건'의 경우 1998년께 에이즈 감염자로 판정받은 뒤 여수로 몰래 옮겨가 접대부로 일한 사건이다.
보건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난 여수 윤락녀 B씨는 2000년부터 2002년 3월까지 1년6개월간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긴 채 하루에 수명에서 많게는 10여명의 남자와 접촉을 해 온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사건 발생 후 하루 평균 100여명이 보건소를 찾아 에이즈 항체검사를 받는 사태가 빚어졌지만 당시 에이즈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HIV 감염자와 성행위를 했다고 해서 모두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성행위에 따라 감염확률이 다르긴 하지만 한 번의 질성교 시 감염 가능성을 0.1~1%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 단 한 번의 성관계로도 감염될 수 있으므로 콘돔 사용 등 안전한 성행위를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는 성관계 외에도 수혈이나 혈액 제제를 통한 전파, 바늘에 찔리는 등 의료사고에 의한 전파, 모체에서 신생아에게로 전파되는 수직감염 등의 감염경로를 통해 전파된다.
에이즈환자가 많은 나라에서는 수혈이나 수직감염도 많지만 국내의 경우 성 접촉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2015년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2014 HIV/AIDS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국내 총 환자 수는 1만2757명이었다.
이중 내국인은 9615명으로 성별로 따지면 남자 8885명(92.4%), 여자 730명(7.6%)이었다. 2014년 신규 환자 중 자신의 감염 경로를 밝힌 사람은 653명이다. 이 중 단 한 사람을 제외한 652명이 성관계를 통해 HIV에 걸렸다고 털어놨다.
한편, 부산 남부경찰서는 에이즈에 감염된 뒤 상습적으로 남성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혐의(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성매매특별법 위반)로 A(27·여) 씨를 지난 15일 구속했다. A 씨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부산 전역에서 채팅앱을 이용해 성매수남들과 수십차례 '조건만남'으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성매수남들과 성관계를 할 때 남성피임기구(콘돔)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10대 시절인 2010년에도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고 성매매를 하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한편 2005년 영화 '너는 내 운명'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실제 주인공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너는 내 운명?-에이즈 테러의 실체를 밝힌다' 편에 당시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이 등장한 것이다.
당시 제작진은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전남 여수의 윤락녀가 2002년 에이즈에 감염된 채 2년간 남성을 상대했다"고 밝히며 "한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이후 한 달간 여수의 남성 5621명이 에이즈 항체 검사를 받았다. 사건 당시 여수시 발표에 따르면 그녀의 남편을 포함해 검사자 전원이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살았던 남편은 에이즈 감염자와 함께 살았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철저히 배제됐다"고 전했다.
이번 부산 에이즈 사건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확실하지 않은 소문만으로 사건의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2005년 여수 에이즈 사건 때 수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하고 무고한 사람이 의심을 받는 등 많은 후유증이 뒤따랐다. 이번 사건도 당시의 파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