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나눠주고 터널 5개 통과하는 창원 투어버스에 시민들 비난 쇄도

2017-10-31     임석우




한 지방자치단체의 ‘무뇌 행정’이 시민들의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창원시에서 운영하는 하프탑(Half Top) 형태의 ‘시티투어 2층 버스’가 투어 중 매연으로 꽉 찬 터널을 통과해 탑승객들의 불편과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탑승객들은 덮개가 없는 이 버스를 타면서 관광은커녕 눈과 목이 따갑고 숨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창원시는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탑승객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으나, 오히려 안일한 대책이라는 비난만 키우고 있어 터널의 매연 해소 방안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창원시에 따르면 이 버스는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도입됐으며 창원 진해 마산의 관광 명소를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지난달 22일부터 2대가 운행 중이다.


버스는 오전 9시 30분 창원중앙역을 출발해 용지호수공원~창원의 집~시티세븐~마산상상길~마산어시장~진해 제황산 공원~진해루~창원중앙역 등 8개 주요 관광지를 1일 5회 순환한다. 


2층이 개방된 이 버스는 최대 70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32일을 운영해 하루평균 308명이 탑승했다. 1일 자유이용 가격은 일반인 기준으로 5000원이다.


문제는 이 투어코스 가운데 안민·장복터널 등 터널을 5곳이나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안민터널은 길이가 1.8㎞가량으로 통과하는 데만 5~10분 정도 걸려, 관광객들이 매연과 소음 등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투어 관광객 박모씨(28·부산 남구 용호동)는 “터널을 지나는 동안 목과 눈이 너무 따가웠다. 마스크를 지급 받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불평했다.


창원시는 민원이 계속되자  터널을 지나는 동안 매연과 관련된 사전 안내를 하고 있으며, 투어 코스를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진해를 가려면 꼭 터널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코스 개발 등 다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버스는 2층 중간부터 개방된 하프탑이다. 터널을 지나기 전 관광객들에게 마스크를 나눠드리고 2층 실내로 안내한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창원시민들은 "투어 관광객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터널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터널 안의 매연을 저감시키는 근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을 창원방문의 해로 선포한 창원시는 올해 투어버스 2대를 도입해 운영하는데 11억 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변변한 볼거리는 없고 공단과 터널을 지나다 보니 터널투어버스라는 오명이 붙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이런 체험코스를 추진하면서 공무원들이 투어버스를 한번이라도 타 봤는지 의문스럽다. 그 사람들이 타 봤다면 이런 멍청한 기획을 했을 수가 있겠나. 세계 어디를 가도 관광버스에 마스크를 나눠주는 곳이 있는가. 한심한 탁상행정에 말문이 막힐 뿐”이라고 지적했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