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관전기 ①] 미국 대통령의 15년 시공 ‘인터스텔라’

한반도에 오면 북핵 평화 해법에 무게?

2017-11-09     성기노




미국 대통령은 직설적이었다.


북한 지도자는 믿지 못한다면서 자신은 회의적(some skepticism)이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를 대화로 풀어보자는 한국 대통령의 말에는 코웃음을 쳤다. 어렵사리 연결된 백악관과의 전화 연결. 고령의 동맹국 대통령이 한반도 상황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계속 이어가자, 미국 대통령은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보좌관들 앞에서 한마디 툭 내뱉는다. 


“이 사람 참... (this man)"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국 대통령 국정 연설에서는 북한을 제거해야 할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북한 문제, 2001년 한반도 정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성격이 직설적이어서 그랬을까?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듬해인 2002년 한국을 방문한다. 그리고는 불과 1년 전 자신의 인식, 북한은 제거해야 할 악이며, 악과는 어떠한 대화도 의미가 없다는 본인의 생각을 조금 후퇴시킨다. 


2002년 2월 분단된 한반도 허리인 경의선 종착역 도라산역을 방문한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악의 축’ 북한과 연결되는 철도의 침목에 이렇게 새겨 넣는다. 





“May This Railroad Unite Korean Families”

“이 철도가 한국 가족들을 다시 뭉치게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라고.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을 직접 목도하고는 한반도의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일까? 어쨌든 한반도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풀겠다는 다짐도 했다.


한반도에 오면 달라지는 걸까?

한반도 평화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게 되는 걸까?

15년이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길을 걷는 걸까?


2017년 11월 7일과 8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북한 김정은을 로켓맨이라 부르며 그의 경거망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해서는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북핵 해법을 제시했다. 


“북한 독재자가 수백만 명의 무고한 인명을 위협하지 못하게 할 것이며 동맹국 방어를 위해 전방위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고, 필요하면 행동으로 옮기겠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또한 "전 세계적인 위협인 북한에 대해선 전 세계적인 조치를 필요하며, 단호하고 시급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도 했다. 


하지만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두는 발언도 했다


최근 도발을 하지 않고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북한. 미국의 군사 옵션 검토와 무력시위에 당황해서 김정은이 몸을 웅크린 것일까? 북한이 미국에 어떤 사인이라도 보낸 것일까? (참고: 북한이 당황하고 있는 걸까?

http://www.featuring.co.kr/news/view.php?idx=2251&mcode=m827ve3)


트럼프는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전과 다른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한반도 주변에 3척의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배치돼 있지만 이런 군사옵션을 실제로 사용할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는 시간 낭비라고 했던 그가 심지어 북한과의 협상을 언급한다.


트럼프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 미국과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북한 주민과 전 세계 시민에게 좋다”고 말한 것이다. 


김정은의 핵 위협에 대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라는 표현으로 공격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절제된 어조라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특히 트럼프는 지금까지의 전략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강경 일변도로 치닫던 트럼프가 한반도에 와서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을 굳이 부인하지 않은 건 큰 변화이다. 


북한이 두 달 동안 도발 않으면 대화할 수 있다는 ‘틸러슨 계획’이 흘러나오는 시점에, 최근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북한, 그리고 미 대통령의 레토릭 변화를 보면 미국과 북한사이에 모종의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전혀 허황되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그럼 북한과 미국이 무릎맞춤을 하면 북핵 문제는 술술 풀려나갈까?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