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여진 규모 3.0 이상 처음 발생...수능 안전대책 수립 어떻게 돼 가나

2017-11-20     임석우




경북 포항에서 19일과 20일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20일 오전 6시5분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11㎞ 지역에서 규모 3.6의 지진이 났다.
 진앙은 북위 36.14도, 동경 129.36도 지점이다. 



앞서 6시간쯤 전인 19일 오후 11시45분에는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역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6.12도, 동경 129.36도다.


기상청은 애초 조기 경보를 통해 이 지진의 규모를 3.7로 발표했다. 이후 자체 분석 후 규모 3.5로 수정했다. 
기상청은 “지난 15일 포항 지진에 따른 여진으로 규모 3.0 이상 지진이 연속해서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기상당국은 두 지진의 여진에 따른 진도를 경북에서 ‘V’ 등급으로 판단했다. 진도가 V등급이면 해당 지역의 거의 모든 사람이 지진동을 느끼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포항 지진의 여진은 모두 58회로 집계됐다. 규모별로는 2.0~3.0 미만 52회, 3.0~4.0 미만 5회, 4.0~5.0 미만 1회다.


포항 일대에 이렇게 여진이 계속됨에 따라 수능이 실시되는 이번주의 ‘시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상상할 수도 싫겠지만, 수능 당일 지진이 발생할 경우 수험생의 안전은 물론 수험 일정 등도 완전히 패닉에 빠지게 된다.





경북 포항을 덮친 것과 맞먹는 지진이 대학수학능력시험날 닥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진앙 부근 고사장은 운동장으로 대피한 수험생과 감독관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진앙에서 다소 떨어진 고사장도 패닉에 빠진다. 책상 아래 숨은 수험생들은 여진 공포에 떨고 감독관은 딜레마에 빠진다. 운동장으로 대피하면 시험은 종료된다. 그러나 주저하면 대피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응시자의 1%가량인 5000여명이 지진 때문에 시험을 못 치렀을 경우 1% 때문에 99%가 또 시험을 봐야 하는지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시험을 잘본 수험생과 그 학부모들이 취소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재시험을 요구하는 쪽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재난지역 특별전형 등을 검토해 보지만 결국 재시험 결정을 내린다.


출제·검토위원들은 다시 합숙에 들어가고 3주에서 1개월가량 수능 시험은 미뤄진다. 대입 일정이 꼬이고 대학 학사 일정도 엉망이 된다. 일부 수험생은 진로에 큰 타격을 입는다.


정부가 지난 15일 포항 지진 직후 내린 수능 1주일 연기 결정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다음에도 용인될까. 교육부는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 때 ‘수능 당일 지진 대책’을 만들었다. 매뉴얼을 제작하고 훈련도 몇 차례 했지만 실제 작동할지 교육부도 장담하지 못했다. “설마 수능날 지진이 나겠어”라고 낙관하며 지난 1년여 기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셈이다.


경고는 이미 두 차례나 나왔다.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이제는 천재보다 인재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 교육부가 ‘위험분산 대책’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사실 한날한시에 모든 수험생이 같은 문제를 푸는 일제고사 방식을 고수하면 선택지가 많지 않다. 매뉴얼 정비는 한계가 뚜렷하다. 지진 때 수험생이 느끼는 충격의 정도는 제각각이다. “이 정도는 괜찮으니 시험 보라”는 기준 설정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어지는 여진의 규모는 예측 불가능한데 대다수 고사장은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수능 시험 도중이라도 일단 진동이 느껴지면 대피하는 게 현명하다.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1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를 발표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한 차례 정도는 재시험이 가능하도록 수능 시험을 앞당기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고교 교육과정을 손봐야 하는 데다 근본적 해결책도 아니다. 이 때문에 문제은행식 자격고사 전환에 힘이 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은행 방식은 난이도 조절과 재시험이 용이하다. 지진이 잦은 일본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다만 국내 대입 열기를 고려하면 수험생이 문제들을 통째로 외우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대학에서 공부할 역량을 측정하겠다는 시험이 암기 과목으로 변질될 소지가 있다.


정시 모집의 축소·폐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 논란 등과도 엮여 있다. 수능이 자격고사가 되면 정시는 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대입 재도전의 기회가 봉쇄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정성평가 위주의 학종 비중이 커지면 ‘관리 받는 학생’만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는 공정성 논란이 증폭될 수 있다.


교육부는 내년 8월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 고교 내신산출 방식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월 수능 절대평가 전환 논의 과정에서 자격고사에 가까운 ‘공통과목 위주 전 과목 절대평가’안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능 변별력 상실을 우려한 여당과 정부 내부 반발에 밀려 우왕좌왕하다 결정을 1년 미뤘다. 이번 수능 연기 사태로 대입제도 개편의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졌다.


포항 지진의 나비효과가 수능 시험 존폐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장 교육부 등 관계기관은 수능 당일의 지진 안전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포항지역 고사장의 경우 여진 등으로 수험생들이 불가피하게 대피하게 될 경우 이에 대한 시험의 객관성 확보를 어떻게 할지 미리 교육부가 매뉴얼로 정해놓고 그것을 공개해 혼란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연기된 11월 23일에도 비교적 강한 여진이 포항 일대에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교육부 등 관계기관의 면밀하고 세세한 대응 시나리오가 발표되고 이를 수험생들과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