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 자살 미스터리...왜 119에 신고를 하라고 했을까?

2017-11-26     성기노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숨진 채 발견된 국가정보원 소속 변호사 정모(43)씨의 유족이 사망 경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정씨의 유족과 변호인단은 24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 경위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씨 죽음을 자살로 단정해 사건을 종결해서는 안 된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씨의 죽음을 둘러싼 '5대 의혹'을 공개했다. 5대 의혹은 ▲정씨가 사망 전날 투신을 시도한 바다 수심이 1.5m 내외로 깊지 않은 점 ▲평소 사용하던 휴대전화 3대 가운데 2대가 발견되지 않은 점 ▲사망 현장에서 누군가 서류를 담는 보자기를 가위로 자른 흔적 등이 발견된 점 ▲부검결과 손에 번개탄 흔적이 없는 점 ▲정씨의 죽음이 '2015년 국정원 마티즈 번개탄 사건'과 유사한 점 등이다.


유족과 변호인단은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통해서라도 사라진 휴대전화의 통화 내역을 확보하고 정 변호사가 사망 전 이동한 구간에 대한 CCTV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가 번개탄을 구매한 경위 등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도 정씨의 사망원인을 둘러싼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사망에 관여된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수사를 의뢰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9시께 춘천시 소양강댐 인근 한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의 차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전날 오전 강릉시 주문진읍 해안도로의 10여m 높이 다리에서 뛰어내렸다가 해경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이에 유족 측은 해당 바다의 수심이 1.5m에 불과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이 뛰어내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자살 시도가 아닌 자살을 위장한 행동이 아니었나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일단 정씨가 뛰어내린 다리를 가보면 그 다리가 사람이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뛰어내릴 수 있는 다리가 아니라는 게 유족측 주장이다. 다리 양쪽에 1차선이 교차되는 곳인데 근처에 유명한 관광지들이 있어서 차가 많이 다닌다고 한다. 정씨가 뛰어내렸을 당시에도 차가 많이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뛰어내릴 당시의 상황도 조금 이상했다고 한다.


정씨 변호인측은 정씨가 길 한가운데 차를 막고 내려서 두리번거리다가 뛰어내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두리번거리는 게 자살을 하려고 두리번거리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이 물건을 찾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것처럼 두리번거리며 뛰어내렸다는 게 주변 목격자들의 진술이다.


또한 실제로 바다가 매우 얕아서 뛰어내려서 정씨가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더듬더듬해서 걸어 나와서 당시 해경이 구조했다고 한다. 그런데 구조될 당시에는 교각까지 나와서 이미 안전한 상태로 나와 있었다는 것이다. 정씨가 자살시도를 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유족측은 ‘진정한 의미로 자살을 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자살시도를 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추측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군가에게 ‘나는 자살하려고 했습니다’라고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정 변호사가 평소 사용하던 휴대전화 3대 중 2대가 사라진 점도 의혹으로 꼽았다. 사망 소식을 접한 유족이 전화를 했더니 모르는 사람이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발견된 휴대전화가 정치호 변호사 명의로 됐던 폴더폰뿐이고 나머지 2개가 지금 없어진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정치호 변호사 명의가 아닌 다른 휴대전화에 대해서 가족들이 전화를 해 봤는데 전화를 했더니 그 전화를 누가 받더라고 한다. 받아서 ‘이거 정치호 변호사 휴대전화 아닌가요’라고 물어봤더니 ‘아닙니다’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다음에 휴대전화가 계속 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변호인단은 정씨가 사망한 현장이 너무 깨끗하다는 점도 의문점이라고 주장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할 때 사람이 몹시 큰 고통을 느낀다고 하는데, 그런데도 정씨의 사망 현장에는 따지 않은 소주병 등이 그대로 있는 등 정돈돼 있었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누군가)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 아니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며 "부검 결과 정씨의 칼륨 농도가 정상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로 나타났는데 이는 사망 이전에 다른 어떤 요인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이 특히 의심하고 있는 것은 119 신고와 관련된 것이다. 이 부분도 직접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사건과 비교해 합리적 의심을 할 만한 정황이 있다. 지난 2015년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이 자살한 일이 있었다. 



그때 국정원측은 유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119에 신고를 하라고 지침을 줬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정씨 자살 사건에도 유족에게 연락을 취하며 112가 아닌 119에 신고를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유족들은 좀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무슨 119까지 신고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이후에도 119에 신고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몇 번 전화해서 확인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은 유족측은 119에 신고를 했는데 119측에서는 실종자를 찾지는 않는다고 해서 112에 다시 신고를 해서 결국 112에 연락을 해 경찰쪽에서 시신을 찾았다고 한다.


여기에 유족들이 의심을 하는 까닭은 119에 신고를 하면 사람을 찾아서 구조를 먼저 생각을 하기 때문에 현장을 다 훼손을 한다는 데 있다. 자동차 유리창을 깨고 요구조자에게 심폐소생술 등을 하면서 현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112에다 한 경우 경찰이기 때문에 범죄현장이나 자살이다 싶으면 최대한 현장을 보존한다고 한다. 바로 이 부분이 2015년 당시 마티즈 사건과도 연결이 된다. 당시에도 유족들은 국정원으로부터 119에 신고를 하도록 지침을 받고 이번 사건과 동일한 식으로 진행이 된 것이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유족들이 119 신고 부분에 대해서도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이다.


또한 정씨가 자살시도를 했을 때와 자동차에서 시신이 발견된 시점이 사이가 불과 하루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이에 정씨가 국정원 직원들과 연락을 하고 만나기도 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이 부분에 대해 국정원에서 통보를 해서 아는 것만 있을 뿐 정확히 어떤 내용들이 정씨와 국정원 직원 사이에서 오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한다.


유족들이 통보받은 바에 따르면 정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와서 많이 힘들어 한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유족측이 파악한 바로는 정씨가 국정원 직원인 것은 맞는데 현재 일하고 있는 파트는 적폐청산TF라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정씨가 수사의 대상자가 아니라 국정원 내에서 진상조사를 해서 수사를 의뢰하는 쪽에 더 가까운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씨가 경찰에 다녀온 것도 참고인으로 가서 정보를 전달하고 수사기관 쪽에서 자료협조를 요청하면 자신이 적극 협조하겠다는 말을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돌아와서 ‘아, 이게 다 내가 다 뒤집어쓰게 생겼다’고 괴로워했다고 하는 것도 유족들이 쉽게 납득을 못하는 부분이다.


표면상으로 정씨는 자신이 피의자가 아니고 피의자를 수사기관에서 포착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일종의 ‘연락관’이었는데, 그런 그가 ‘다 뒤집어쓰게 생겼다’며 괴로워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외부로터의 모종의 압력을 받아 정씨가 괴로워했다는 의혹에 이 부분에서 제기된다.


이 밖에도 사망 현장에서 누군가 서류를 담는 보자기를 가위로 자른 흔적 등이 발견된 점 등도 의혹으로 제시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유족들은 ‘특정한 집단’을 지목을 해서 그 집단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망한 정씨가 그렇게 자살까지 할 만한 이유도 없었다는 게 유족측 입장이다. 만약 그가 자살을 했다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정확하게 수사가 이루어지기를 또한 바라고 있다.





지난 2015년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자살 사건과 변창훈 검사 투신자살, 국정원 변호사 정씨 자살 사건 등은 공교롭게도 모두 정보기관인 국정원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자살한 경우다. 사건 사이에 일련의 공통점들도 눈에 띈다. 정보기관 특성 상 비밀 업무를 많이 취급할 수밖에 없고, 자살자들은 민감한 비밀 ‘수호’와 자신들의 ‘안위’ 사이에서 고민을 하며 괴로워했을 것이다.


그런 업무적 스트레스가 자살로 이어지게 했다는 것이 상식적 판단이다. 하지만 몇몇 사건들은 유족들이 ‘자살’의 동기와 국정원의 대응 방식 등에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하필 국정원과 관련된 자살 사건에 의혹이 많이 발견되는 것일까.


국정원은 수십년동안 국가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취급하면서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활동을 할 것으로 짐작해본다. 그 과정에서 자칫 우리가 놓치고 있는 영화같은 일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이 간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