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에서 2m 수술용 거즈가 나오고 멀쩡한 전립선 잘라버린 황당 의료사고
최근 지방 대형 병원에서 믿기지 않는 의료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두 사건 모두 담당 의사의 실수로 빚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 후 길이 2m가량의 의료용 거즈를 몸 안에 넣은 채 수술을 끝내는 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지역 매체 제주의소리에 따르면 30대 후반의 A씨는 지난 9월 말 이 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난소와 난관에 혹이 생긴 것을 확인하고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A씨는 퇴원 이후 약 한달 가까이 계속 아랫배가 불편하고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22일 개인병원을 찾아가 검사한 결과,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초음파 검사를 하던 중 몸 안에 이상한 물체가 보여 꺼냈더니 길이가 2m나 되는 수술용 거즈가 나왔기 때문이다.
A씨와 가족들은 수술 당일 왜 거즈를 확인하지 않았는지, 수술 퇴원 후 일주일 후 내진해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에라도 왜 거즈를 확인하지 못했는지도 따져 물었다고 한다.
해당 의사는 “몸 안에 거즈가 들어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내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빼지 않은 건 인정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수술 당시 보조했던)레지던트들이 순회 근무를 해서 수술 당시 레지던트들은 모두 서울에 있는 의대생들이다”고 답했다.
그러나 제주의소리 매체가 중복 체크한 결과 수술실 안전관리 규칙상 수술실에 사용되는 거즈는 수술 시작 전 수량과 수술 후 수량이 동일한지 여부를 수술실 기록지에 계수자 2인이 확인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
혹시라도 수술과정에서 환자 몸 안에 거즈가 남아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수술이 끝나기 전에는 수술실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할 뿐 아니라 수술 도중에는 쓰레기통도 비우지 않도록 하고 있다.
결국, 수술 당일 거즈의 수량 확인도 하지 않았고, 일주일 후 환자가 내진해 초음파 검사에서도 이상한 물체가 보였음에도 추가 검사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명백한 의료사고인 셈이다.
제주의소리는 피해자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심경을 전했다. A씨는 “명백한 의료사고를 냈으면 일단 진심어린 마음으로 미안하다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게 의사를 떠나서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 아니냐. 내가 무리한 것이냐”며 말문을 뗐다.
그녀는 “담당 의사가 자신을 '의사를 하루 이틀 한 사람이 아니'라며 베테랑임을 밝히는 것과 달리, 레지턴트 운운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 너무나 실망하고 분노가 일었다. 실력 좋은 의사라고 듣고 특진비까지 내면서 수술을 받았는데, 직접 만나고 나니 생명을 다루는 의사이면서 이런 의료사고를 내고도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정말 실망감이 크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또한 A씨는 “이번 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셋째를 가져야 하는데 자궁 안에서 저런 게 두 달 동안이나 썩고 있었는데 아이를 가져도 되는…”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녀는 “잘못을 저지른 의사가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없고, 항의가 빗발치자 ‘미안하고...’라며 마지못해 꺼낸 사과가 사과냐”라면서 “병원은 물론 담당의사의 사과와 징계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번 사건을 보도한 제주의소리는 해당 의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28일 여러차례 제주대병원 측에 해당 의사와의 연락을 요청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의사가 27일부터 해외 출장이라 자리를 비워 연락이 어렵다는 답변만 되풀이했고, 법무지원팀장 역시 휴가라며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경기도 내 한 대학병원에서는 엉뚱한 환자가 전립선 제거 수술을 받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병원 측이 전립선암 조직검사 과정에서 검체가 바뀐 줄도 모르고 일반 환자의 전립선을 절제한 것이다.
해당 병원과 피해자 B씨(68) 등에 따르면 B씨는 지난 8월 혈뇨 증상으로 입원해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전립선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B씨는 급하게 수술 날짜를 잡고 지난달 11일 7시간 넘게 수술을 받아 전립선 대부분을 떼어낸 뒤 20일 퇴원했다.
하지만 경과관찰을 위해 지난 1일 방문한 병원에서 "다른 환자와의 검체가 뒤바뀌어 수술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진으로 수술하지 말았어야 할 환자에게 전립선 절제 수술을 한 것이다. 실제 B씨의 몸에서 떼어낸 전립선 등 인체 조직을 재검사했지만, 암세포는 나오지 않았다.
B씨는 "암도 아닌데 전립선을 떼어낸 탓에 현재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수술 후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진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며 "두 번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 관계자는 "환자에게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환자와 가족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병원 내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