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가방에 ‘VX 해독제’ 항상 가지고 다녀...독살 우려했나
올 2월13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독살된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의 가방 속에 VX 신경작용제에 대한 해독제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화학무기 VX로 사망한 김정남이 평소 이 같은 암살 방식을 우려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국영 베르나마 통신 등 현지 언론은 29일 말레이시아 화학청 소속 독물학자 K. 샤르밀라 박사의 말을 빌려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사건 22일차 공판에서 김정남의 소지품 중에 아트로핀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샤르밀라 박사는 “지난 3월10일 오후 4시 경찰로부터 독성 검사를 위해 넘겨받은 사망자의 소지품 중 아트로핀 12정이 든 약병이 있었다”고 밝혔다. “악병의 라벨이 한국어로 쓰여 있었나”하는 피고인 측 변호사의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트로핀은 부교감신경 차단제로, 김정남 암살에 쓰인 화학무기 VX 신경작용제의 대표적 해독제다. 인체가 VX에 노출되면 혈중 신경전달물질 분해 효소가 급감하면서 근육마비가 초래돼 사망에 이른다. 아트로핀을 중독 초기에 투여할 경우 이 작용이 늦춰진다.
가방에 아트로핀을 휴대했다는 것은 김정남이 평소 독극물 암살을 우려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김정남이 피습 직후 해독제를 투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며 사망한 점에 미루어볼 때 미처 복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남은 올 2월1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공항 내 진료소로 옮겨지며 발작을 일으켰다. 의료진이 아트로핀을 투여해 잠시 증세가 호전되는 듯 보였으나,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