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공저자’ 스펙 효과?...이름 올려준 교수 자녀들 명문대 진학
고등학생 때 아버지 논문에 이름을 올렸던 자녀 10명 중 9명이 명문대에 진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7명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 등 해외 최상급 대학에 입학했고, 아버지가 재직 중인 학교에 들어간 학생도 있었다.
국민일보는 문제의 교수 자녀 10명 중 7명은 해외 유명 대학에 입학했다고 보도했다. 서울대 D교수의 아들은 영국 C대, 한국외대 I교수의 아들은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미국의 한 명문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E교수의 아들 등 2명은 미국 최상위권 공과대학에 진학했다. 이 밖에 전남대 H교수 자녀 2명은 각각 미국의 C대와 S대에 입학했고, 영남대 G교수의 아들은 R대에 진학했다.
나머지 학생은 국내 상위권 대학에 입학했다. 한 명문대 교수의 딸은 아버지가 있는 대학에 진학했고, 이후에도 아버지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여대 F교수의 딸은 모 대학 의대에 들어갔다. 다른 1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외 대학에 진학한 자녀들의 경우 입시에서 혜택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영국 등 대학에서는 이력서(레주메)에 ‘과외활동(Extracurricular activities)란’을 마련하고, 학생이 재학 기간 활동한 내역을 제한 없이 작성토록 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E교수의 아들도 이력서에 중학교 때부터 실험실에서 인턴 생활을 한 경력과 논문 실적을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도 최근까지 수시 전형 일부에서 논문이나 특허 실적을 제출할 수 있게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몇몇 악용되는 사례가 있어 2014학년도부터는 그런 서류를 제출받지 않도록 했다”면서도 “면접 등에서 언급하는 것까지 막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교수가 논문뿐만 아니라 특허에도 자녀의 이름을 넣은 사례가 있었다. 전남대에 재직했던 H교수가 2009년 교내 산학협력단의 이름으로 출원한 바이오에탄올 관련 특허에는 아버지와 함께 자녀인 남매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2009년은 딸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시기다.
해당 교수들은 모두 자녀가 논문 실적으로 입시에서 혜택을 받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남대 G교수는 “생활기록부에는 (논문 참여 사실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본인이 재직 중인 대학에 딸이 입학한 한 교수는 “생기부에 논문 실적을 넣은 적이 없고, 딸은 정시로 입학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여대 F교수는 “덕을 본 적이 없다”면서도 “대학에 어떤 전형으로 들어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입시 전문가인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교수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현장과는 괴리가 큰 얘기”라고 했다. 임 대표는 “서울대도 교외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은 활동은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도록 허용했고, 생기부에도 교사 멘트를 통해 이런 실적을 언급할 수 있다”며 “입시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말했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